![여야가 합의한 상법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728/art_17521327027087_d230c8.jpg)
【 청년일보 】 상법 개정안 통과로 식음료업계의 '주주환원' 기조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조항이 시행되면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 자본정책 전반에 대한 책임성과 투명성 요구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 상법 개정안 통과…지배구조 개선 위한 첫걸음
11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여야가 합의 처리한 '상법 개정안'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독립이사 제도 강화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사는 직무 수행 시 ‘총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하는 책임이 따른다.
이는 기존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에서 ‘주주 전체에 대한 충실의무’로 대상이 확장된 것이다. 특히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해당 이사에게 개인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도 커졌다.
이와 함께 상법상 사외이사 명칭이 '독립이사'로 변경되며, 이사회의 3분의 1 이상을 독립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에도 기존 3% 의결권 제한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보유분을 ‘합산’ 기준으로 강화했다. 또한 전자주주총회 도입은 오는 2027년 1월부터 시행되며, 상장회사가 전자주주총회를 병행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주주환원 책임성 강화될 듯
이번 개정안에서 특히 식음료업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항목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분석된다. 개정 상법에 따라, 대주주나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해서도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 전체에 불이익이 없는지를 소명해야 한다.
이에 대주주의 사익 편취, 일감 몰아주기, 사업 기회 유용, 부실 계열사 자금 대여, 순환출자 등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억제 효과가 기대된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주주환원 정책에도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은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갖고 투자자에게 설명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장기 성장 전략이나 신사업 추진 명분 하에 주주환원에 소극적이던 기업들도, 개정된 법체계 아래에서는 보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자본정책 운영이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 소극적 주주환원 기조 전환 기대…KT&G·남양유업 사례 주목
국내 식음료 기업들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과 낮은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 주주환원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 100% 초과 기업은 CJ제일제당,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SPC삼립, 대상 등이 있으며, 반면 KT&G, 오리온, 동서, 농심, 빙그레 등은 50% 미만의 낮은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보수적인 자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기업가치를 높이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효과적인 수단임에도, 음식료 기업 중 실제 실행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최근 3년간 자사주를 정기적 또는 대규모로 매입하고 소각까지 완료한 기업은 KT&G와 남양유업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KT&G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총 3조7천억원 규모의 현금 환원 계획을 밝히고, 발행주식총수의 20% 이상을 소각하겠다는 ‘밸류업’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약 1조1천억원 규모의 현금 환원을 실행해 총주주환원율 100%를 기록했고, 발행주식총수의 6.3%에 달하는 자사주도 소각했다. 올해 1분기에도 기보유 자사주 중 3천600억원 규모(발행주식총수의 2.5%)를 소각했다.
KT&G 관계자는 "본원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기업가치 성장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진해왔다"며 "앞으로도 밸류업 공시 등에서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 또한 2022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로 경영권이 변경된 이후 기업 이미지 회복과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30만5천주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올해 3월과 7월 각각 약 200억원, 약 98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지난해 한앤컴퍼니 체제부터 자사주 매입·소각, 액면분할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앞으로도 주주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주주 친화적인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 업계 "책임경영 강화 필요…균형 있는 자본정책 중요"
식음료업계에서는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인해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이미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방향성을 전환하고 있는 만큼, 제도적 변화가 이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부 음식료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병행하는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번 상법 개정이 이 같은 흐름을 더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기업의 자본정책의 전반이 주주환원에만 지나치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확보한 자금을 모두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만 활용하면, 향후 사업환경 변화나 신사업 투자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번 상법 개정을 계기로 주주환원과 성장 투자 간 균형을 찾는 방향으로 논의가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