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후폭풍(上)] 주주충실 의무 확대부터 3%룰 적용…재계 "경영상 부담 가중" 끌탕

등록 2025.07.27 08:00:02 수정 2025.07.27 08:01:35
김민준 기자 kmj6339@youthdaily.co.kr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15일 국무회의서 ‘상법 개정안’ 의결
법무법인 율촌 “상법 개정, 주주 보호 강화…‘기업지배구조 전환’ 의미”
조동근 교수 “소액주주 소송으로 ‘경영 불확실’↑…밸류업 역행할 수도”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 등을 포함한 1차 상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넘어 국무회의까지 통과됐다. 책임 범주가 확대됨에 따라 재계 내에선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설상가상 국회에서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더 강화된 후속 입법을 예고하면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년일보는 상법개정안의 추진 배경과 재계가 바라보는 시각 등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주주 충실의무 확대부터 3%룰 적용…재계 "경영상 부담 가중" 끌탕

(中) 與,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예고…재계 "경영 운신의 폭 제약" 일성

(下) 범여권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잇달아 발의…9월 정기국회 '분수령'

 

【 청년일보 】 국회가 이달 초 본회의를 열어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 도입 등이 담긴 상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전자주주총회 제도 도입 ▲독립이사 도입 및 선임비율 확대 내용 등도 담겼으며,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상법개정안이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다만, 재계 일각에선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와 3%룰 등으로 인한 향후 소송 리스크에서 기업 경영권 위협 고조 등 기업 운영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이사 충실의무 확대 비롯한 3%룰’ 상법개정안 '속도'…15일 국무회의서 의결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이사가 기업 경영 과정에서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등 직무 수행 시 회사의 이익뿐만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이익을 모든 주주들에게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했다.

 

주주의 주주총회 참석 및 의결권 행사 여건 개선을 위해 현장·온라인 개최를 병행하는 병행전자주주총회 개최를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허용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는 의무화했다.

 

의사결정의 공정성·투명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일반 상장사의 독립이사 선임 비율을 ‘4분의 1 → 3분 1’로 강화했다.

 

최대주주는 감사위원 선·해임 시 사내이사 또는 독립이사 여부를 불문하고 특수관계인 등 의결권을 합산하는 방향으로 ‘3% 초과 의결권 제한’ 강화 및 제도를 일관성 있게 정비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는 공포 후 즉시 시행되며, 3% 제한 규정은 공포 1년 뒤부터 시행된다. 전자 주주총회 도입 조항은 오는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같은 상법개정안이 공표된 것은 소수 주주 보호 및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으며, 국내 기업들은 규모가 작을수록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는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 제고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법개정안’을 마련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으며, 지난 15일부로 상법개정안이 탄생했다.

 

◆ 최근 1년간 상법개정 ‘속도전’…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1달 만에 ‘재발의부터 공표까지’

 

상법개정안은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준호·박주민·강훈식 국회의원이 지난해 6월 ▲충실의무 ▲전자투표 포함 관련 상법개정안을 발의했으며, 법무부도 전자주주총회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을 제출했다.

 

이외에도 더불어민주당 김현정·민병덕 국회의원 등도 이사의 충실의무 포함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여권 중심으로 상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2월 그동안 발의됐던 상법개정안 중 ‘이사의 충실의무’와 ‘전자주주총회’ 두 가지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취합해 하나의 대안으로 마련됐으며,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그러나 지난 4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기업 경영환경 및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들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고, 이후 재의결에서는 의결 정족수 미달로 상법개정안 마련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사의 충실의무’ 등이 담긴 상법개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6.3 대선 후보 당시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재대두되기 시작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주주 충실의무 도입 등 상법개정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일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상법개정 움직임이 다시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상법개정안을 재발의했으며, 지난 2~3일 양일간 법안심사소위원회와 본회의를 차례대로 통과하며, 지난 15일 ‘이사의 충실의무’ 등이 공표될 수 있었다.

 

◆ 법조계 “기업지배구조 패러다임 전환 의미”…재계, ‘소송·업무상배임 처벌’ 우려

 

법조계에서는 이번 상법개정안이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은 주주 친화적이면서 실효성 있는 이사회 구성 및 운영을 촉진할 것이며, 전자주주총회 도입으로 일반 주주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독립이사 도입 및 비중 확대로 이사회의 독립성이 증대될 것이며, 감사위원 선임 시 특수관계자 3% 의결권 제한은 앞으로 일반 주주의 높은 지지를 받을 독립성 높은 후보를 추천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무법인 율촌에서는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면서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경영을 통해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선 다소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 중에서도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로까지 확대될 경우 자칫 대표소송이나 업무상배임죄 처벌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회사 성장을 위한)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액주주가 이사들이 내린 의사결정이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이었다고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결국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게 되고 '밸류업'에 역행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3%룰이 시행되면 최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제한됨에 따라 외부 특정 세력의 이사회 진입 허용으로 경영 불안정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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