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재오픈 "안갯속"…셀러·소비자 불신에 '백기'

등록 2025.09.05 08:00:04 수정 2025.09.05 08:00:44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오는 10일 재오픈 예정 '무기한 연기'…"제휴 카드사, 관계 기관 민원 탓"
지난 3일 '파트너 신뢰 회복 간담회' 개최…재오픈 촉구 서명부 '눈쌀'
업계 "연내 오픈 사실상 불가능"…"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보상 필요"

 

【 청년일보 】 티몬이 서비스 재오픈을 무기한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티몬 측의 무리한 오픈 일정이 오히려 판매자(이하 셀러)와 소비자들의 반발심을 더욱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오는 10일 예정됐던 티몬의 서비스 재오픈 시점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는 지난달 11일 재오픈 일정을 미룬 이후 이후 두 번째 연기 발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급한 서비스 재오픈 공지와 실속 없는 마케팅으로 되려 셀러와 소비자들의 큰 반감을 샀다"며 "연내 서비스 오픈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 평가"라고 말했다.

 

티몬은 이달 10일 예정된 서비스 재오픈 연기의 표면적 이유로 '제휴 카드사 및 관계 기관의 민원 제기'를 거론했다.

 

티몬 측은 지난 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티몬은 당초 재오픈 준비를 완료했으나, 최근 제휴 카드사 및 관계 기관에서 민원을 제기하면서 일정을 불가피하게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티몬이 언급한 카드사, 관계 기관 대상 민원들이 셀러와 소비자 커뮤니티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정산 미지급 사태에 대한 피해 보상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티몬이 서비스 재오픈을 지속적으로 시도하자 셀러와 소비자들이 이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 티몬 측은 결제대행사(PG사)인 KS넷과 계약을 체결하고 주요 카드사와 거래 재개를 추진했으나, 일부 카드사와 간편결제사 역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티몬이 셀러, 소비자를 포함해 이커머스 플랫폼 운영에 필수적인 파트너인 각종 PG사와 카드사로부터 외면받는 주된 이유로 '티메프 사태에 대한 미진한 피해 보상'이 거론된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22일 티몬의 기업회생절차를 종결하며 서비스 재오픈을 위한 법적 준비를 마쳤지만, 0.76%에 불과한 피해금액 변제율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 회복을 가로막았다는 평가다. 만약 1천만원의 피해를 본 셀러나 소비자가 있다면, 7만6천원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티몬은 서비스 재오픈 무기한 연기를 공지하며 파트너사와의 신뢰 회복을 위한 간담회를 지난 3일에 개최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셀러 등 파트너사 사이에서는 '신뢰 회복, 상생 협력 강화'라는 간담회 구호가 무색할 만큼 큰 의미를 남기지 못한 자리였다는 평이 우세하다.

 

이날 열린 '파트너사와의 신뢰 회복 및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파트너 간담회'에 참석한 한 셀러는 "기존에 보도자료 등을 통해 내세웠던 입장만 반복했다"며 "심지어 티몬을 인수한 오아시스 측 인사는 참석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티몬이 간담회 자리에서 참석 파트너사를 상대로 '서비스 오픈 서명서'에 사인을 받고자 했다는 점도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또 다른 파트너사 관계자는 "간담회 막바지에 서비스 오픈 서명서를 줬는데, 이 간담회의 목적이 결국 이 서명을 위한 것이라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며 "피해 변제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체 측의 입장을 들으러 시간을 내서 갔지만 실망감만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티몬 측은 "셀러를 대상으로 서비스 재오픈 지지를 위한 자율적인 서명을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업체 측은 서비스 오픈을 위한 다양한 준비는 이미 완료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티몬은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낸 입장문에서 "티몬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하고자 동참해 주셨던 존경하는 협력사 여러분께 송구한 말씀을 전하려니 마음이 무겁다"며 "피해 회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키며 기업회생 절차에 성실히 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오아시스에 인수돼 다행히 회복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었고, 혼신의 노력과 협업으로 1만여 파트너사와 100만개가 넘는 상품에 대한 오픈 준비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 재개 소식에 제휴 카드사, 관계 기관을 통해 피해자들께서 많은 민원을 집중 제기하면서 다시 부득이 연기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커머스 플랫폼 서비스를 위해서는 단순히 셀러와 상품의 양적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전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셀러와 상품의 단순한 수보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 셀러, 소비자, 더 나아가 PG사 등 결제 파트너사 등과의 신뢰 관계"라며 "이러한 상호 신뢰 구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외면적으로는 서비스가 멀쩡히 작동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절대로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티몬은 서비스를 재오픈하는 데 결코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다"며 "충분히 시간을 두고 피해자에 대한 선제적인 피해 보상 조치에 적극 나서도 재오픈이 가능할지 미지수인데, 단지 외형적 형태만 완비됐다고 해서 재오픈을 결정한 것은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티몬이 이번 서비스 재오픈 무기한 연기를 계기로 과거 티메프 피해자들에게 추가적인 피해 보상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결국 셀러, 소비자 등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의 근본적인 불신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직접적이고 선제적인 피해 보상안"이라며 "기업 및 소비자 간 거래(B2C)의 최전선에 있는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단순한 법적 정당성보다는 이른바 '국민 정서'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는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하며 얼마 남지 않은 국내 이커머스 업체의 서비스 재오픈 환경을 마련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티몬이 실제 영업활동을 시작했을 때 최종적으로 받을 수 있는 평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영업 재개에 무게를 둘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피해 셀러, 소비자, 파트너사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주요 경제 단체의 한 전문가는 "서둘러 오픈 시점을 설정하고, 마케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해관계자들에 조급함, 더 나아가 오만함을 느끼게 한 것이 사실"이라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사기를 친 피의자가 어떠한 반성도 없이 다시 장사를 시작한 것과 유사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오아시스와 티몬 측도 피해 변제에 관한 법적 절차가 종료됐다는 입장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어렵게 얻어낸 법적 정당성을 기반으로 실질적 신뢰 회복을 위한 추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 비율 이상의 직접적인 피해액 보상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이러한 방법이 어렵다면 수수료 인하 기한 연장, 무료 마케팅 지원 등 다양한 간접 지원책을 총동원해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49길 23, 415호 (양평동4가, 아이에스비즈타워2차)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편집국장 : 성기환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