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생경제 회복·안정 대책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4856849789_b3d459.jpg)
【 청년일보 】 이재명 대통령이 유통구조 개혁을 강하게 주문했다.
관련 업계 및 소비자, 전문가들은 중간 유통업체에 대한 개혁 필요성에 대부분 공감하는 한편, 실질적인 개혁을 위한 철저한 방법론이 수반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에서 유통구조 개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체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유통구조 개혁에 보다 속도를 내달라"며 "우리 경제의 필수과제인 민생 안정을 위해선 장바구니 물가 불안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복잡한 유통구조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우리 식료품 물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무려 50% 가까이 높다고 한다"며 "같은 고물가라도 그 충격은 취약계층이 더 클 수밖에 없고,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3년 기준 OECD 물가 수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비주류 음료(가공식품 포함)의 가격 수준은 회원국 평균보다 약 47% 높았다. 우리보다 이들 상품군의 물가가 높은 국가는 스위스가 유일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어떤 민생 안정 대책을 내놓아도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라며 유통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실제 그간 전문가들은 한국의 식료품 물가가 높은 대표적인 요인은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라고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이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가 유통업계로 확산되자, 관련 업계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전망이 분출되고 있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이 대통령의 개혁 대상이 근본적으로 도매상 등 '중간 유통업자'로 향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협상력이 갖춰진 대형마트 등 일부 업종의 경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산지 직거래 방식을 선호하지만, 그렇지 못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경우 수많은 중간 유통업자를 거칠 수밖에 없어 물가 상승이 야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중간 유통업자들이 상품 시장가를 살피며 재고를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가격 조정 필요에 따라서 시장 환경을 왜곡해왔던 행위는 자주 반복돼왔다"며 "특히 계란이 대표적 품목이며, 이외 많은 농수산물도 비슷한 환경에서 유통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언급한 유통구조 개혁으로는 관련 법 강화를 통한 중간 유통업자의 법적 책임 및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앞서 상품별로 중간 유통업자가 취하는 이익 수준과 방식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통구조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제조업체에 대한 개혁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는 "유통구조 개혁에 대한 실체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다소 우려스럽다"면서 "복잡한 유통과정으로 단가가 올라가는 것은 맞지만, 판매가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는 이를 판매가에 바로 반영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최종 식료품 가격을 인하하기 위해서는 중간 유통구조 개혁도 중요하지만, 공급 및 제조 원가의 가격도 조정될 필요가 있다"며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산지, 제조업체에 대한 조사와 개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유통구조의 최종 단계에서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업체들에 대한 무리한 개혁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한 업계 종사자는 "이미 대형마트, 편의점 등 소비자에게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업체들은 산지 발굴과 직소싱을 통해 매입 단가 최소화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며 "이미 적잖은 손실을 감수하며 최저가 매입을 시도하는 업체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부여될까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났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식료품의 유통구조가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한 40대 소비자는 "특정 품목의 경우 산지에서 공급되는 최초 판매가와 최종 소비자 가격이 몇 배씩 차이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잡한 유통 과정이 필요없는 상품도 많게는 세 곳 이상의 중간 유통업자들이 개입돼 있다는 점은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식품 소매상을 운영하는 한 50대 자영업자도 "상품을 판매하는 입장이지만, 일부 품목의 소비자 판매가가 과도히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있다"며 "물품 구입을 위해 도매상 등 중간 업자들을 거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단순히 중간단계에서 이윤만 챙기는 업자들도 상당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공언한 유통구조 개혁 필요성에 공감대를 표시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양한 분류가 가능하지만, 유통구조는 크게 산지 집하자·대형 도매상·도매상·소매상·판매자 등의 단계를 거친다"며 "국내의 경우 중간 유통업체들이 과도하게 개입해 유통구조가 복잡해지고, 불필요한 비용이 더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이로 인해 특히 농수산물의 경우 농민들은 헐값에 생산물을 중간 유통업체에 넘기지만, 최종 소비자는 이를 비싸게 구매하는 구조로 형성돼 있다"며 "유통구조를 합리화하려는 정부의 개혁 의지에 적극 공감하며, 좋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은희 교수는 실제 정부의 개혁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유통단계 자체를 줄이는 제도개혁을 할지, 각 단계별 마진을 조사해 이를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할지,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불합리한 유통구조가 오랜 시간 관행처럼 굳어져 유통 단계마다 개혁을 이루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또한, 실제 각 유통단계에서 활동하는 업자들도 영세 사업자인 경우가 많아 이들의 이윤을 해친다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 가격을 왜곡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현재 유통구조 및 관행에 대한 개혁을 촉구하는 의견도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유통은 재화,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의 총체를 의미한다"며 "이 과정에서 유통 사업자들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한데, 최근 들어 버티컬 커머스(특정 카테고리의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플랫폼)가 확산하면서 유통업자들의 영향력이 비대해진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예전에는 제품 생산자가 거래 관계에서 우위를 점했다면, 이제는 오히려 생산자가 유통 사업자에 판매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생산자 물가지수와 소비자 물가지수 사이의 간극이 너무 벌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생산자 물가지수(PPI)는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출하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를, 소비자 물가지수(CIP)는 가정에서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전반적인 가격 변동을 종합적으로 측정한 통계 지표를 의미한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는 중간 유통업체로 인해 실물 경제도 왜곡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통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이윤 추구는 당연하지만, 일부 유통업체들이 물량을 사전 비축하고, 물가를 조정하는 등 시장 가격을 왜곡하는 등의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중간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각종 플랫폼 업체 역시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복잡한 단계의 유통업체도 건전한 역할을 수행하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고자 하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