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장·산업장관 동시 방미…한미 APEC 앞두고 '3천500억달러 협상' 줄다리기

등록 2025.10.15 15:35:29 수정 2025.10.15 15:35:29
조성현 기자 j7001q0821@youthdaily.co.kr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및 직접투자 비중 놓고 담판
구윤철 부총리도 워싱턴 합류, '올코트프레싱' 전개
美 "한국 외환시장 불안 이해"…유연한 절충 가능성

 

【 청년일보 】 한미 간 3천500억달러(약 49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정부가 대통령실과 산업부 '투톱'을 동시에 미국에 파견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각료급 협상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동해 투자구조 및 이행방안을 집중 협의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30일 관세 협상을 통해 미국이 예고한 한국산 제품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총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기로 합의했지만 세부 이행방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 측은 전체 투자 가운데 직접 현금이 투입되는 지분투자(equity)를 약 5% 수준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를 보증(credit guarantees)과 대출(loans)로 채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미국은 앞서 일본과의 협상 사례처럼 '투자 백지수표(blank check)' 형태의 포괄적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식 방식으로 가면 개별 프로젝트마다 미국이 현금 투자 위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으로 감당 불가능한 규모가 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해 투자 구조의 안전판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관 장관은 9월 11일과 10월 4일 두 차례에 걸쳐 러트닉 장관과 뉴욕에서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 9월 협상에서는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포함한 '수정 제안'이 전달됐으며, 10월 협상에서는 미국 측이 한국의 외환시장 불안 우려에 일부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지난 13일 국회 답변에서 "미국 측이 새로운 대안을 들고 나왔으며 현재 검토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협상 소식통은 "미국에 과도한 요구를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고, 미국도 일정 부분 이해를 보인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3천500억달러를 단기에 선불로 납입하라"는 식의 요구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미국·일본 간 투자 MOU도 개별 사업별로 자금을 투입하도록 돼 있으며, 일본의 직접투자 비중 역시 1~2%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번 방미에는 김용범 실장과 김정관 장관뿐 아니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사실상 합류한다. 구 부총리는 15~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 중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관세 협상을 측면 지원할 예정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3각 라인'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사실상 마지막 실무 조율이라는 점에서 협상 타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양측 모두 '정치·경제적 명분'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절충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미·중 갈등 심화로 미국이 한국의 공급망 협력과 조선 산업 기술을 필요로 하는 만큼, 상호 '유연한 문구' 중심의 합의가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한국은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핵심 요구 조건으로 내걸고 있으나, 통화스와프는 연방정부가 아닌 연방준비제도(Fed)의 권한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은 낮다. 이에 따라 정부 내에서는 '협상용 카드'로 제시한 전략적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아울러 이번 협상이 단순 통상 문제가 아니라 외교·안보 이슈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들은 "우라늄 농축·핵연료 재처리 등 한미 원자력 협력 사안에서 진전이 있으면 관세 협상 돌파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움직임과 한화필리조선소 제재 등 상황이 한미 간 타협을 촉진하는 '외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미 공급망 협력이 중국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는데 이는 반대로 한미 간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미국이 한국과 같이 가기 위해서는 한국에 관한 배려가 필요하는 주장을 펼 수 있는 추가 카드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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