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청년은 왜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가…불안정한 삶이 만든 '청년층 의료 회피'

등록 2026.01.18 11:00:00 수정 2026.01.18 11:00:10
청년서포터즈 9기 조서영 seoyeong5345@gmail.com

 

【 청년일보 】 아프면 병원에 가야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상식으로 작용하지만, 청년 1인 가구에게 이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실제로도 많은 청년들은 자신의 몸에 이상을 느끼고도 병원을 찾지 않으며, 이른바 '의료 회피' 현상이다. 이는 건강에 대한 무지나 무관심의 문제가 아닌, 불안정한 삶의 구조와 감정의 문제와 얽혀있다.

 

◆ 덜 아픈 게 아니라, 참는 데 익숙해진 청년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0대는 음주, 비만, 수면 부족 등의 건강 위험 요인이 악화되고 있지만, 정기적인 건강관리나 조기 진료 비율은 다른 연령대보다 낮게 나타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분석에서는 20~40세 청년 1인 가구가 질병이나 증상이 있어도 시의적절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청년이 병원을 적게 찾는다고 해서 더 건강한 것이 아니라, 아파도 일단 버티는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청년에게 크게 작동하는 '불안'과 '자기검열'

 

이러한 청년층 의료 회피를 단순히 진료비 부담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불안감, 혹은 '이 정도로 병원에 가도 되는지'에 대한 자기검열이 의료서비스의 이용을 막는 주요한 요인으로 지적한다. 이처럼 청년들이 병원 방문을 미루는 심리가 구조적 취약성과 맞물려 의료 회피를 강화한다.

 

또한, 청년 1인 가구에게 병원에 간다는 것은 학교를 빠지거나, 아르바이트를 쉬는 것과 같이 하루 일정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취업준비, 비정규직 노동 등에 놓인 청년들은 병원을 가는 동안 소득이 끊기거나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압박을 크게 느낀다. 불안정한 노동과 쉴 틈 없는 일정 속에서 청년들은 자신의 몸보다 '사회적 위치'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통증과 피로는 미뤄지게 되고, 불편함은 일상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선택이 장기적으로 더 큰 건강·경제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초기에 관리했으면 끝났을 증상들이 방치되면서 만성 질환으로 이어지고, 결국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게 된다. 의료 회피는 청년 건강의 사각지대를 넓히는 구조적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 청년도 분명한 '의료 취약계층'

 

지금까지의 대부분 의료 접근성 논의는 주로 노인, 저소득층, 농어촌 주민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청년 역시 다른 형태의 의료 취약계층이다. 2022년 기준 1인 가구의 빈곤율은 전체 가구보다 17.8%p 높게 나타났으며, 월평균 보건의료 지출 역시 전체 가구의 절반 수준에 머무른다. 소득은 낮고, 시간은 부족하며, 미래는 불확실한 조건 속에서 병원은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가능하면 미루고 싶은 곳'이 된다.

 

청년 의료 회피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인식 부족으로만 돌려서는 해결할 수 없다. 청년이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 부담과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온라인·야간·주말 진료, 직장·학교와 연계된 상담·검진 프로그램처럼 생활 리듬 속에서 자연스럽게 의료 서비스에 닿을 수 있는 통로를 여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의 아픔을 당연시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이다. 청년들은 아프지 않아서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아파도 버티는 것이 습관이 된 세대이며, 그 현실이 의료 회피라는 이름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조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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