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한 지역의사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 인력과 지방 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시도라는 평가와 함께,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과된 지역의사법은 의과대학 정원 중 일부를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해, 졸업 후 일정 기간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방의 응급·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인력 부족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현재의 지역 의료 문제가 자발적 선택에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본다.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 이용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국가가 일정 부분 인력 배치에 개입하지 않으면 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공공 재원을 투입해 양성한 인력에게 일정 기간 공적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의료계는 인력 배치 이전에 지역 의료 환경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 장비와 지원 인력, 교육·연구 기회, 가족의 정주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의무 복무를 부과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10년에 이르는 복무 기간이 직업 선택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보건의료 정책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지역의사제를 단일한 해법으로 보기보다는, 여러 정책 수단 중 하나로 제한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력 배치만으로는 지역 의료의 질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지방 병원의 진료 역량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투자와 보상 체계 개편이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역의사제를 둘러싼 논쟁이 ‘찬성 대 반대’의 구도로만 소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 의료의 위기가 구조적 문제라는 점은 분명하며, 이를 외면한 채 기본권 침해 여부만을 놓고 공방을 이어가는 것 역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강제성에 대한 우려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지역 의료 개선 방안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도 함께 검증돼야 한다.
지역의사제는 완성된 해법이라기보다, 지방 의료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에 가깝다. 제도의 성공 여부는 법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시행 과정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보완되고 지역 의료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실제로 지역 환자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정책 설계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이수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