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우리나라 국가 건강검진 제도는 주요 암과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체계를 구축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어 왔다. 그러나 개인의 위험 수준과 필요를 세밀하게 반영해 대상자를 구분하고, 검사 이후 진료와 관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는 부분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암마다 위험 요인이 다양한데도 현재의 검진 체계가 주로 연령과 주기라는 단일 기준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대학병원 검진 센터는 국가 프로그램을 대행하는 수준을 넘어, 개인의 건강 정보와 생활 습관을 반영한 '정밀 검진'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암 검진 분야에서는 단일 암종별 검사만으로는 수검자의 불안을 충분히 해소하기 어렵고, 실제로 고위험군을 놓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혈액 속 종양 관련 DNA 신호를 분석하는 '액체생체검사(액체생검, Liquid Biopsy)'을 검진 현장에 도입해 위험 선별 기반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위험 기반 선별이 실제 서비스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고위험군을 과학적이고 수치화된 기준으로 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흡연력이나 나이만으로 대상을 구분할 경우, 검사가 필요한 사람을 놓치거나 불필요한 검사가 늘어 수검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개인별 암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모델이 제시되고 있으며, 검진 센터는 문진과 기본 검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별 위험도를 산출해 검진 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도출된 위험 점수는 액체생검을 누구에게 먼저 적용할지 결정하는 행정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액체생검은 기존 영상 검사나 내시경에 비해 신체적·심리적 부담이 적은 검사 방식으로, 고위험군에게 1차 선별 도구로 제공될 경우 검진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검진 센터는 개인의 위험 수준에 맞춘 초개인화 운영을 구축하고, 기존 내시경이나 CT 검사와의 효율적인 연계를 도모할 수 있다.
액체생검 도입 이후 검진의 성과 역시 단순히 '암을 몇 건 발견했는가'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양성 신호가 확인된 이후 이를 어떻게 확진으로 연결하고, 영상 검사 자원과 진료 과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가에 있다. 기존 검진이 질병 유무 확인에 그쳤다면, 액체생검 도입 이후에는 양성 결과 이후의 진단 경로와 상담 방식, 검사실 운영 기준까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추가 검사와 수검자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상담 및 추적 관리 체계의 중요성도 커진다. 이는 검진 센터가 단순한 검사 기관을 넘어, 환자의 진료 흐름 전반을 관리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편 액체생검의 효과는 기술적 정확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늦은 단계에서 발견되던 암이 얼마나 더 이른 시점에 포착되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검사와 자원 투입이 환자에게 실질적인 건강 이득으로 이어지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비용 측면에서도 단일 검사 가격이 아니라, 확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상 검사와 조직 검사, 외래 방문과 상담 시간까지 포함한 전체 경로의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
결국 대학병원 검진 센터에서의 액체생검 도입은 암 위험 선별 기반 검진 서비스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정교한 위험 예측을 통해 대상자를 선별하고, 액체생검으로 조기 신호를 확인한 뒤 적절한 진단 경로로 연결하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검진의 효율성과 수검자 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첨단 기술과 세심한 행정적 설계가 결합될 때, 대학병원 검진은 환자 중심의 정밀 의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 청년서포터즈 9기 박요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