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병원에서 환자가 가장 먼저 듣는 말은 대개 "검사부터 해봅시다"이다. 혈액검사, 소변검사, 조직검사, PCR 검사 등 각종 검사는 진단과 치료의 출발점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검사들이 누구에 의해 어떤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행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많은 환자들은 검사 결과가 기계에서 자동으로 산출된다고 생각하거나 검사 전 과정을 단순 보조 업무로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검사실에는 임상병리사라는 전문 의료인이 존재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은 전체 의료 의사결정의 약 60~70%가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검사 결과가 진료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의료 판단의 핵심 근거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검사의 정확성과 신뢰도는 곧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며 이를 책임지는 임상병리사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임상병리사는 혈액, 체액, 조직 등 다양한 검체를 다루며 검사 전·중·후 전 과정을 관리한다. 채혈 이후 검체가 분석되기까지의 조건을 점검하고 장비 상태와 검사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결과 값이 임상적으로 타당한지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단순히 수치를 출력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 결과의 오류 가능성을 걸러내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만을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검사의 최종 책임자라 할 수 있다.
특히 감염병 진단 분야에서 임상병리사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진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하루 수천 건의 PCR 검사를 수행하며 확진 여부를 가르는 최전선에 있었던 이들이 바로 임상병리사였다. 정확한 검사 없이는 감염병 대응 체계 역시 작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사회가 경험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상병리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직역’에 머물러 있다. 검사실은 환자의 시야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검사 과정 역시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임상병리사는 의료 현장에서조차 충분한 인식을 받지 못하고 검사 전문 인력이 아닌 단순 인력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임상병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학과에서 전문 교육을 이수하고 국가면허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면역학, 혈액학, 임상화학, 미생물학, 분자진단학 등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복잡한 검사 장비를 다루고 결과를 해석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러한 역량은 단기간의 교육이나 자동화 장비로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이다.
의료는 한 직역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의사가 진료를 하고 약사가 약을 조제하며 임상병리사는 검사를 통해 진단의 근거를 제공한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검사는 임상병리사에게"라는 말은 직역 간의 분리를 주장하는 구호가 아니다. 각자의 전문 영역을 존중하고 의료가 팀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의료의 절반을 지탱해 온 검사실의 역할을 이제는 사회가 제대로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임상병리사의 전문성이 존중받을 때 검사 결과의 신뢰도는 높아지고, 이는 곧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의료의 완성은 언제나 이름 없이 책임을 지는 전문가들의 손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실을 인식해야할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김채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