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을 비롯한 신경퇴행성 질환 분야에서 디지털 바이오마커와 AI 웨어러블 의료기술이 차세대 진단 및 모니터링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을 통해 수집되는 보행, 떨림, 수면, 음성, 반응속도 등 일상 속 데이터가 인공지능 분석을 거쳐 질환의 조기 징후와 진행 상태를 포착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현장과 학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술 확산이 새로운 의료 혁신이 될지, 또 다른 혼란과 불신을 낳을지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찬성 측은 무엇보다 신경질환의 특성상 병원 중심의 단발성 검사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치매와 파킨슨병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초기 증상은 매우 미묘해 진료실에서 포착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일상생활 속에서 장기간 축적되는 행동, 생체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기존 검사로는 놓치기 쉬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반복적인 병원 방문 없이도 원격과 연속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큰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반대 또는 신중론 역시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쟁점은 데이터의 임상적 신뢰성과 해석의 문제다. 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기기 착용 습관, 생활 환경, 개인 성향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동일한 패턴이 반드시 동일한 질환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AI가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한 검사와 불안을 양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경도인지장애(MCI)와 같이 진단 경계가 모호한 영역에서는 과잉 진단 위험이 제기된다.
의료 책임 소재 문제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AI가 분석한 디지털 바이오마커 결과를 근거로 임상적 판단이 이루어졌을 때, 오진이나 예측 실패가 발생하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의료진, 의료기관, 알고리즘 개발사, 디바이스 제조사 중 어느 주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이는 의료진이 기술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또 다른 쟁점은 의료 형평성 문제이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스마트기기 사용에 익숙하고, 일정 수준의 디지털 접근성이 보장된 환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고령자, 저소득층,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는 오히려 의료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상 데이터 기반 의료'가 자칫 디지털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만의 의료'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와 감시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웨어러블과 스마트폰은 하루 24시간 개인의 움직임과 생체 정보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가 의료 목적을 넘어 보험, 고용, 마케팅 등 다른 영역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한 불안 역시 커지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질병 관리라는 명분 아래 개인의 삶이 과도하게 데이터화되거나 감시되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쟁 속에서도 분명한 사실은, 디지털 바이오마커와 AI 웨어러블 기술이 이미 의료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어떤 기준과 원칙 아래 활용할 것인가에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기술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거나 무조건 배제하기보다는, 임상적 검증 수준, 사용 범위, 해석 가이드라인,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신경질환 의료의 만능 해법도, 자동화된 진단 기계도 아니다. 이는 의료진의 판단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보조하는 도구로서 자리매김해야 하며, 환자의 삶을 더 세밀하게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창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기술 발전의 속도만큼이나, 이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와 의료 윤리 논의가 함께 성숙해질 수 있을지, 그 균형점이 지금 의료계에 던져진 가장 중요한 과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김태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