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키오스크 앞에서 멈춘 손, 디지털 사회에서 밀려나는 노인들

등록 2025.12.28 12:00:00 수정 2025.12.28 12:00:09
청년서포터즈 9기 조유진 whdbwls32@naver.com

 

【 청년일보 】 요즘 대부분의 식당이 키오스크 체제로 바뀌고 있다. 은행 업무와 관공서 민원도 모바일 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디지털 전환은 너무나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는 노인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화면을 터치하는 방식조차 쉽지 않은 이들에게는, 주문을 서두르는 뒷사람들의 시선이 화살처럼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노인들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디지털 전환 사회로부터의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디지털 기기는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에서 서비스가 제공된다. 결국, 디지털 접근성이 좋지 않은 노인들은 각종 디지털 서비스에 있어서 배제된다.

 

정부와 지자체, 각종 기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 이용 교육, 키오스크 이용 교육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단기간 교육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한, 앞으로도 계속하여 변화할 환경을 따라가기 어렵다. 노인 자신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엔 막대한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문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선택권의 부재'다. 기술이 발전하며 디지털 방식이 대중화되는 동시에, 아날로그 방식은 사라진다. 여전히 노인에게는 대면 창구나 대화를 통해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지만,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이유로 이러한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노인의 자존감이 함께 무너진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 자체가 부담되고, 디지털 사회 안에서 반복되는 실패 경험은 부정적인 자기 인식을 강화한다. 이는 결국 아예 시도를 포기하는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발짝 물러서서 보면, 디지털 격차는 인간의 존엄과 직결된 문제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기술 앞에서의 무력감은 노인만의 경험이 아니다. 청년 역시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 앞에서 종종 길을 잃기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되는 기술은 디지털이 익숙한 세대에게조차 부담으로 다가온다.

 

현재 노인이 겪는 디지털 소외는 미래의 우리 모습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 사회에 빨리 적응하느냐가 아니라, 적응하지 못했을 때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인지다. 노인을 배려하는 디지털 사회는 곧 모두를 위한 세상이 된다. 노인의 오늘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청년의 내일을 지키는 선택이 될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조유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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