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경기도 성남에 창고형 약국이 오픈했다. 오픈 직후부터 창고형 약국은 수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과 방문이 이어지면서 약국의 새로운 모델로 떠올랐다. 하지만 약사들은 이러한 창고형 약국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충분한 복약지도가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로 구성돼 있어 자칫 약물 오남용 조장과 이로 인한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창고형 약국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이유와 창고형 약국으로 인한 변화가 건강을 비롯해 우리 사회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는지, 창고형 약국의 미래는 어떠할지 등등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창고형 약국, 새로운 소비자 중심 약국 제시

(中) “국민 건강·생태계 위협(?)”…창고형 약국, 등장 반년 만에 ‘규제 대상’

(下) “약국가부터 보건의료체계까지”…창고형 약국과 우리 사회의 변화는?

 

 

【 청년일보 】 창고형 약국이 기존 약국 대비 다양한 상품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약국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약국가에서는 약사들이 창고형 약국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것과 별개로 약국가에 부는 하나의 변화를 촉구하는 바람이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창고형 약국과 보다 차별화된 요소로 내세울 수 있는 복약지도 등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주치의 약사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제약업계에서는 창고형 약국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의료계 일각에서는 창고형 약국으로 인한 변화가 필수의료 위기가 대두된 의료체계처럼 좋지 않은 방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 “창고형 약국, 약국 대형화 바람 중 하나”…처방전 약국과 창고형 약국 양분화 전망有

 

7일 약국가와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창고형 약국을 하나의 바람으로 인정하고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창고형 약국이 아니더라도 약국의 대형화 바람이 일고 있으며, 창고형 약국도 새롭게 제시된 약국 운영 형태 및 유통 형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 약사는 “소비자 관점에서 좀 더 넓고 쾌적한 환경과 소비자 중심의 동선 및 결제 시스템을 갖춘 창고형 약국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면서 “창고형 약국은 약국이 대형화되고 있는 변화 중 하나의 흐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동네 약국들도 변할 때가 온 것”이라면서 “예전처럼 시설에 투자하지 않고 환자한테 친근하게 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반성하고, 창고형 약국을 약사 내부에서 변화를 추동하는 에너지로서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가 처음 들어왔을 때에도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 공존의 길을 선택하고 각 매장별 특색에 맞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백화점은 백화점대로 대형마트는 대형마트대로 각각 특색이 있는 유통 형태로 자리를 잡은 것처럼 창고형 약국과 동네약국도 시간이 흐르면 각각의 특색에 맞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내비쳤다.

 

창고형 약국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창고형 약국이 많이 생겨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약국은 처방전 위주로 담당하고, 창고형 약국은 아울렛처럼 소비자들이 일반의약품 등을 구매하기 위해 찾는 약국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가능성을 제시했다.

 

◆ “필수의료 문제 참고 필요”…창고형 약국發 동네약국 붕괴 시 발생 가능 전개는?

 

법조계와 약사계 일각에서는 창고형 약국의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면 의료계에서 발생하는 필수의료 문제와 비슷한 문제가 약국가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의료 사건을 담당하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의약품 등에서 발생하는 수익들이 창고형 약국으로 쏠리는 현상이 극대화·장기화될 경우 약국 시장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성형외과나 비급여 중심 진료로 돈을 많이 버는 의사들을 부러워하고 이탈하는 현상이 창고형 약국으로 인해 약국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행 건강보험 체계는 어떤 요양기관을 방문해도 적정한 표준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구조임을 강조하면서 건강보험체계 내에 약국도 포함돼 있는 보건의료 특수성을 바탕으로 창고형 약국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함을 조언했다.

 

한 약사는 “최근 건강보험 재정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효과적인 보건의료 재정 절감 방법 중 하나는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의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면역 관리와 생활습관을 관리해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회복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창고형 약국이 활성화되면 손쉽게 일반의약품을 구입해 오남용하게 된다”며, “이는 국민건강보험에 부담을 주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 “동네약국에서 적정한 복약지도를 통해 불필요한 의약품 복용을 최소화하면 수혜자는 국민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면서 “일반의약품 복약지도나 경증질환 상담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동네약국이 유지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 “복약지도 소홀 반성 필요”…동네약국, ‘신뢰·상담’으로 창고형 약국과 차별화 필요

 

동네약국들이 일반의약품에 대한 복약지도 등을 소홀히 한 부분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소비자들이 일반의약품 대한 복약지도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해 창고형 약국으로 향하는 부분도 있어 창고형 약국의 약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약사는 “건강한 성인 남녀의 경우 지병과 복용하는 의약품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일반의약품을 제재받지 않고 구매할 수 있었던 경험이 누적되면서 복약지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창고형 약국에서 의약품 등을 구매하는 것이 문제인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사들이 복약지도를 하지 않거나 소홀히 하는 것에 대해 본래 이상함을 느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약사들이 평소에 복약지도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해서는 명확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다른 약사도 “복약지도에 대해 진심이신 분들이 있다면 무심하게 일반의약품을 건네주는 약국들도 많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약국에서 복약지도 없이 일반의약품을 구매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상한 부분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동네약국이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주치약사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가격만 고려하면 동네약국이 창고형 약국 등을 이길 방법이 없다”면서 “살아남으려면 소비자(환자)와 충분히 교감하면서 ‘신뢰’라는 무형의 부가가치를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약사는 일반인 대비 의약품과 질병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음을 강조, “정보는 많고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반면, 이해력은 상대적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환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행동 등을 통해 창고형 약국과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창고형 약국의 지속 가능성 전망은 ‘미지수’…“일시적인 성황일 수도 있다”

 

한편, 창고형 약국이 지금은 성황이지만, 지속 가능 측면에서는 아직 미지수라는 시선도 있다.

 

한 약사는 “창고형 약국의 장점 중 하나가 실시간으로 약값을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인데, 약값이 내려갈 수 없는 한계선이 있다”면서 “OEM으로 찍어낸 의약품이 아니라면 가격을 확 낮출 수 없으므로 가격 경쟁력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 같다”고 개인적인 생각을 전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은 공산품처럼 대량으로 쟁여놓는 물건이 아니다”라면서 “약국에서 의약품을 반품하면 제약사에서 반품 물량을 받아 폐기해야 해 아직은 지속적인 판매량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약품 주문이 늘어나는 것은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해 ▲동물용품 ▲동물의약품 ▲의료기기 등도 판매하고 있지만, 일반의약품 등으로 창고형 약국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아직 의문”이라며, “창고형 약국이 미국의 약국 체인 ‘월그린’ 형태로 나아가기 전의 형태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성 제고와 지속적인 고객 유치를 위해 가공식품 등도 함께 진열해 판매하는 형태의 해외 약국 체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이는 약사가 운영하는 드럭스토어 형태로 발전 전 단계일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최근 일부 창고형 약국의 경우 주중에 손님이 줄었다는 소문 등이 들려오고 있으며, 약을 쌓아놓고 판매하는 창고형 약국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견해들을 바탕으로 창고형 약국은 지속 가능 측면에서는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필요한 형태의 약국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