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한 한달 남겨두고"...인천·서울·경기도 '예외 조항' 놓고 눈치싸움 치열

등록 2025.11.19 08:00:02 수정 2025.11.19 08:00:15
김재두 기자 suptrx@youthdaily.co.kr

실무협의 통해 '시행유예' 정면충돌 피해…'소각장 미비' 인정 여부가 새 뇌관
4차 공모 2곳 응모로 '숨통'…주민수용성, 숙원 사업 협상 등 '가시밭길' 예고

 

【 청년일보 】 수도권매립지 종료 문제가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한을 불과 40여 일 앞두고 중대 기로에 섰다.

 

2025년 하반기 종료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가운데,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강력한 법적 규제를 두고 수도권 4자 협의체(환경부·서울·경기·인천)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종량제 봉투를 땅에 바로 묻지 말라는 법적 규제다.

 

지난 2021년 개정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별표 5) 제3호 가목 2)는 "수도권 지역에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을 매립시설에 매립하는 경우에는 소각하거나 재활용을 위한 선별 등 중간처리를 거쳐야 하며, 소각 또는 중간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각재와 불연성 폐기물만 매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칙의 부칙에 따라 서울·경기·인천은 2026년 1월 1일부터 이 조항을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 시행규칙은 단서 조항을 통해 "다만, 천재지변, 화재 또는 고장,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자원회수시설(소각시설) 등을 적정하게 운영할 수 없는 등 환경부장관이 인정하여 고시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며 예외 상황을 두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 4자 협의체는 지난 17일, 내년부터 직매립 금지를 유예 없이 원칙적으로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뒤로는 이 예외 조항의 구체적인 적용 범위를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쟁점은 하나다. 지자체가 소각장을 제때 짓지 못해 시설이 부족한 상황도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해 줄 것인가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내년부터 쓰레기를 묻을 수 없게 되면 쓰레기 대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17일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소각장 건설이 늦어진 현실을 감안해 예외를 폭넓게 인정해 달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조정 및 협의 중인 사항이라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라며 "재난이나 재해, 소각시설 가동 중단 등에 대해 4자가 논의하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건 없다. 노력 중에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반면 인천시의 입장은 단호하다.

 

천재지변이 아닌, 지자체의 준비 부족을 예외로 봐주는 건 사실상의 꼼수 유예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시는 그동안 매립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기본적으로 발생지 처리 원칙에 입각해서 서울은 서울, 경기는 경기 각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시민들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상황은 염두에 둬야 한다"라며 "아직 논의 중인 사항이라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혀 막판 협상의 여지는 남겨뒀다.

 

다만 인천시는 그동안 '직매립 금지'를 수도권매립지 조기 폐쇄의 핵심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왔으나, 2026년부터 소각재(기존 폐기물 부피의 15~20%)만 반입되면 3-1 매립장의 포화 시점이 예측보다 수십 년 이상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이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이러한 갈등의 근본 원인은 쓰레기를 묻을 대체 땅(대체매립지)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대체매립지 4차 공모에 민간업체 2곳이 응모하며 3차례 유찰의 고리는 끊었지만 이제 막 협상 테이블이 차려진 것에 불과하다.

 

부지 적합성 검토, 주민 동의, 인센티브 협상, 공사까지 고려하면 실제 가동까지는 수년이 더 걸린다.

 

결국 대체매립지는 없고, 내년부터 땅에 묻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당장 내년부터 쏟아질 하루 3천 톤 이상의 수도권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은 민간 소각장뿐이다.

 

하지만 2021년 직매립 금지 결정 이후 서울 마포구를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의 공공 소각장 신설 계획이 주민 반발로 인해 단 한 곳도 완공되지 못했다.

 

이에 최근 서울 영등포구·서초구, 인천 서구 등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민간 소각장과 계약을 맺었거나 추진 중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민간 소각 비용은 현재 매립지에 내는 수수료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이는 결국 지자체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고,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사 쓰는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경기는 '예외 적용'으로 시간을 벌려 하고, 인천은 '원칙 고수'로 압박하는 '치킨 게임' 양상마저 보이며, 지난 2018년 쓰레기 대란이 재연될 조짐도 보인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미봉책이 아닌, 각 지자체가 폐기물을 자체 처리하는 '분산형 자원순환 모델'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자원순환정책 연구위원은 "현 상황에서 '직매립 금지'가 오히려 현 매립장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라며 "소각재만 매립할 경우 3-1 매립장은 사실상 '최종처리시설'로 기능이 영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는 대체매립지 확보 동력을 약화시키고, 인천시가 가장 원치 않던 시나리오로 가는 길"이라며 "4자 협의체는 '예외'라는 단기적 쟁점을 넘어, 4차 공모에 응한 2곳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마련될 '예외 기준'의 범위가 수도권 2천600만 주민의 폐기물 정책 향방을 가를 1차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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