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한국 수출이 연간 7천억달러 시대 진입을 눈앞에 뒀지만, 외형 뒤편에선 '반도체 편중'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특수가 반도체 수출을 기록적으로 밀어 올리는 동안, 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 등 전통 주력 품목은 대부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은 6천402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9% 증가했다. 새 정부 이후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함께 6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며 연간 수출 7천억달러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특히 반도체는 사실상 독주 체제다. 올 11월까지 반도체 누적 수출액은 1천526억달러로, 이미 연간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기록(1천419억달러)을 11개월 만에 넘어선 셈이다.
그러나 통계를 반도체를 제외하고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같은 기간 비(非)반도체 수출은 총 4천876억달러로 1년 전보다 1.5% 감소했다. 15대 주력 품목 가운데 자동차·선박·바이오헬스·컴퓨터 등 소수 품목을 제외한 10개 품목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일반기계(–8.9%), 석유제품(–11.1%), 석유화학(–11.7%), 철강(–8.8%), 이차전지(–11.8%) 등 주요 업종이 동반 부진하며 반도체 외 품목의 하방 압력을 키웠다.
반도체 쏠림 현상도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11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28.3%로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과거 2000년대 초반 10%대였던 반도체 비중은 올해 들어 대부분의 달에서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이 다시 하강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한국 수출 전반에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도체 단가와 물량에 수출 지표가 과도하게 연동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올해 비(非)반도체 부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입장이다.
강감찬 산업통상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 의존도가 큰 건 사실이지만, 미국의 고율 관세 부담에도 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 주요 업종이 생각보다 견조했다"며 "선박과 바이오헬스가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내년 수출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 산업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무역 규제로 인해 어려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반도체는 AI 서버·데이터센터 수요가 이어지며 단가 방어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 실장은 "반도체 공급 확장 속도가 제한적인 만큼 가격과 수요는 내년에도 우호적일 것"이라며 "반도체 수출 흐름 자체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반도체 외 대부분의 산업이 여전히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 수출의 '한 축 의존' 구조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