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 노력에도 신용평가사들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지속되는 업황 부진에 기업의 채무부담이 커져 유동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와 S&P 글로벌신용평가가 지난 10일 공동 개최한 ‘글로벌 교역 환경 변화와 신용위험’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본부장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대한 전망을 두고 "중국의 대규모 증설 영향으로 구조조정에도 단기적 수급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현금창출능력 위축으로 저조한 채무상환능력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제열 S&P 이사도 내년 전망에 대해 "산업 간 실적 차별화가 심화할 것"며 "석유화학 부문은 공급 과잉 지속과 더딘 구조조정으로 인해 하방 압력이 가장 강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준홍 S&P 상무 또한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가장 큰 문제는 초과 공급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지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들 모두가 내년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은 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 로드맵을 제시하고 업계를 향해 올해 말까지 구조조정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업계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에 따른 장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우선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26일 대산공장 사업을 분할해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공급 과잉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NCC(나프타분해시설)와 범용 설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정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고부가제품(스페셜티)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DL케미칼은 합작사인 여천NCC의 구조조정 방안을 제안했다. DL케미칼은 지난 15일 기존에 논의 되던 47만톤 규모의 3공장 셧다운 대신, 규모가 더 큰 1·2공장(각 90만톤) 중 한 곳을 멈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급량을 확실하게 줄여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S-OIL은 9조2천580억원을 투자하는 샤힌 프로젝트로 기초소재 산업의 성장에 대비해 석유화학 생산 설비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S-OIL은 내년 6월 완공을 앞둔 샤힌 프로젝트가 장기적 산업 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샤힌 프로젝트가 업계의 공급 과잉 부담을 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S-OIL의 샤힌 프로젝트 완공 시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이 현재 수준 대비 약 15% 증가가 예정되는 등 부담 요인이 가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석유화학업계의 단기 수익성 반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수요의 점진적 회복과 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 부담 완화에도 공급 과잉으로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중단기적으로 공급과잉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부진한 산업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시장전망기관인 S&P Global Platts에 따르면 올해 말 현재 에틸렌, 프로필렌의 FOB(Free on Board) 톤당 가격은 연초 대비 에틸렌이 17%, 프로필렌은 15% 하락했다. 내년과 2027년의 각 기초 유분 전망 가격도 올해 평균 가격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올해 대부분의 석유화학사가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NCC를 보유한 업스트림 업체의 경우 손실폭이 전년 대비 더욱 확대된 모습"며 "저조한 영업현금창출력이 장기간 지속되며 산업 전반의 채무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석유화학업체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금리가 상승해 이자 비용이 증가한다. 유동성 악화 가능성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영업현금창출력 약화로 자체 유동성이 저하됐다"며 "특히 업황 부진 장기화에 따른 금융기관 여신한도 축소 가능성을 감안하면 산업 전반의 유동성 위험은 과거 대비 높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형삼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적 저하가 지속하며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박선지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각 회사별 향후 분할 및 합병을 비롯한 사업재편 계획의 구체적 내용과 이행 과정에서의 쟁점사항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해 필요 시 신용등급을 재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강필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