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KT가 해킹 사고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해지 위약금 면제와 고객 보상안을 본격 시행하면서 이동통신 시장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경쟁사들이 번호이동 고객 유치를 위한 지원을 늘리며 연말 이통시장 경쟁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KT의 위약금 면제가 적용되는 시점을 전후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상향 조정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유통망을 중심으로 고가 단말을 대상으로 한 번호이동 지원이 확대되면서 현장 경쟁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실제 유통 현장에서는 SK텔레콤이 5G 프리미엄 요금제 기준 갤럭시 S25 시리즈와 Z플립7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90만원대 중후반 수준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Z폴드7은 100만원대 중후반, 아이폰 17은 80만원대 초반까지 지원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 역시 유사한 조건을 제시하며 체감 구매 부담은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반면 가입자 이탈 가능성이 커진 KT는 기기변경 고객을 중심으로 한 이탈 방지에 무게를 두는 동시에, 일부 유통채널에서는 번호이동 지원을 제한적으로 확대하는 등 수성과 방어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위약금 면제라는 변수로 시장 환경이 바뀐 만큼, 고객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기조다.
다만 현재까지 실제 이탈 규모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KT가 위약금 면제와 보상안을 발표한 직후 집계된 전체 망 기준 이탈자는 2천985명으로, 직전 주 일평균 이탈자 수(2천700명대)와 비교해 큰 차이는 없었다. 앞서 SK텔레콤 관련 이슈 당시 단기간 대규모 번호이동이 발생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다만 위약금 면제가 본격 적용되는 첫 주말과 연초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통상 번호이동 개통이 휴일과 주말에 집중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후 이탈 추이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통 3사의 경쟁 조짐이 뚜렷해지자 규제당국도 경고에 나섰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최근 이통 3사에 공문을 보내 과도한 영업 경쟁과 경쟁사 비방성 마케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일부 유통망에서는 'KT 위약금 면제'를 전면에 내세운 문자 발송과 현수막 게시 등 공격적인 고객 유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본사 차원에서 해당 홍보를 지시하거나 권유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경쟁사들이 KT의 위약금 면제를 계기로 적극적인 유치 전략에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고 있다. 결국 리베이트 경쟁이 어느 수준까지 확산될지, 그리고 KT의 실제 가입자 이탈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가 향후 시장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한편 KT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의 상향은 없다"며 "고객 케어 방안의 원활한 실행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