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연초부터 10일간 중국, 미국, 인도 등 3개국을 넘나들며 글로벌 경영 활동에 나섰다.
1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4~5일 양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현지 기업과 전략적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현지 시장 상황도 직접 살폈다. 지난해 5월 상하이 모터쇼 참관 이후 8개월 만의 중국 방문이다. 대통령 국빈 방중을 계기로 9년 만에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은 모빌리티와 수소, 배터리, 테크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의 쩡위친(曾毓群) 회장과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분야와 관련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또 중국 에너지 기업 시노펙(SINOPEC)의 허우치쥔(侯启军) 회장과도 수소 사업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내 수소사업 거점인 ‘HTWO 광저우’에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정 회장은 중국내 기아 합작 파트너사인 위에다(悦达)그룹 장나이원(张乃文) 회장과도 만나 지속적이고 발전적 협력 관계 강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현지에서 첫 전용 전기차 모델 '일렉시오'를 출시했다. 중국시장 판매 증대를 위함이다. 특히 오는 2030년까지 중국 내 전기차 라인업을 6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는 2023년 EV6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매년 1종 이상의 전기차를 중국 시장에 출시하며 EV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방문에 이은 지난 6~7일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IT 및 가전 전시회 ‘CES 2026’을 참관했다. 정 회장은 AI 및 로보틱스 등 미래 영역의 변화를 파악하고, 엔비디아 젠슨 황 CEO, 퀄컴(Qualcomm) 아카시 팔키왈라(Akash J. Palkhiwala) COO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주요 경영인과 면담을 가졌다.
특히 지난해 ‘깐부 회동’으로 회자되는 젠슨 황 CEO와의 3개월만에 재회라는 점에 이목이 집중됐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블랙웰 GPU 5만장 공급 계약을 비롯해 지난해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계기로 국내 엔비디아 AI 기술 센터(AI Technology Center) 설립 등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AI 데이터센터 등 국내 피지컬 AI 생태계를 조성해 차량 내 AI, 자율주행, 생산 효율화,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경쟁력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주요 경영진들이 모여 중장기 전략 및 비전을 논의하는 ‘글로벌 리더스 포럼(GLF)’이 CES 기간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개최된 것 역시 미래 혁신 전략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일정 이후에는 바로 인도를 찾았다. 그는 12일부터 13일 이틀 동안 인도 동남부에 위치한 현대차 첸나이공장, 인도 중부의 기아 아난타푸르공장, 인도 중서부의 현대차 푸네공장을 차례로 돌며 현지 생산 판매 현황과, 중장기 발전 전략을 점검했다. 세계 최대 14억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인구 규모를 기반으로 거대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평균 연령 20대 후반의 젊은 인구 구조로 인해 성장 잠재력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국가다.
특히 인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와 제조업 육성을 위한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제도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최적의 사업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96년 인도에 첫 진출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인도 내 점유율은 약 20%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30주년을 맞는 올해는 인도에 특화된 전략을 통해 더 큰 도약을 목표한다.
현대차는 GM의 푸네공장을 인수해 지난해 4분기부터 소형 SUV 베뉴를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준공식을 갖고 생산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1단계 17만대 생산규모로 시작해 2028년 총 25만대로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푸네공장의 완공으로 현대차그룹은 첸나이공장 82만4천대, 아난타푸르공장 43만1천대 등 인도에서 총 150만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 2024년에는 현대차 인도법인을 인도 증권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로 신규 상장했다. 인도법인의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고 신제품, 미래 첨단 기술 및 R&D 역량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인도 권역을 전략적 수출 허브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정 회장은 12일 현대차 첸나이공장 방문에서 현대차 업무보고를 받은 후 크레타 생산 라인과 현대모비스 BSA 공장을 둘러봤다. 그는 “현대차는 30년간 인도 국민의 사랑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인도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또 다른 30년을 내다보는 홈브랜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아 아난타푸르공장에서는 기아의 생산 판매 전략을 점검했다. 정 회장은 “인도 진출 8년차인 기아는 앞으로 성장 잠재력과 기회가 큰 만큼 도전적 목표를 수립하고, 인도시장에서 브랜드, 상품성, 품질 등에서 인도 고객들의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빨리 회복하는, 또한 목표를 정하면 민첩하게 움직이는 DNA를 활용해 견실한 성장은 물론 강건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3일에는 현대차 푸네공장에서 신형 베뉴의 생산품질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현대차의 전략차 생산거점으로 재탄생한 푸네공장이 인도 지역경제에 주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푸네공장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 내 고용 확대 및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현대차·기아 임직원 및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다. 가족들에게 한국 화장품을 선물하며 “현대차그룹이 인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헌신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모빌리티 시장에서 ▲150만대 생산체제 구축 ▲시장에 유연한 제품 라인업 전략 ▲전동화 생태계 조성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푸네공장의 본격적인 가동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한편, 베뉴 생산 본격화 및 셀토스, 쏘렌토 등 신차 투입을 통해 SUV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여기에 향후 전기차 대중화에 대비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배터리셀, 배터리팩, PE(Power Electric) 등 주요 부품의 현지 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전기차 공급망 현지화를 추진한다.
【 청년일보=신영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