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이 최근 발표한 이른바 '반도체 포고령'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는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17일 미국 워싱턴 D.C.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현재 미국이 발표한 1단계 조치는 엔비디아와 AMD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수출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초 전날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핵심광물 관련 포고령에 서명하자 귀국 일정을 하루 연기하고 현지에서 포고령의 세부 내용과 한국 기업에 대한 영향을 집중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 본부장은 다만 "2단계 조치가 언제, 어떤 형태로 확대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지금 단계에서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우리 기업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미국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H200' 등 미국으로 수입된 뒤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어 공개한 팩트시트에서 "미국 내 반도체 제조를 촉진하기 위해 반도체 및 파생 제품 전반에 대해 보다 광범위한 관세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며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여 본부장은 "작년 관세 협상 당시 미국과 반도체 분야에서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는다는 점을 합의한 바 있다"며 "이번에 미국과 대만 간 협의 결과가 나온 만큼 이를 참고해 향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추가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서명한 '핵심광물 포고령'과 관련해서는 "미국 정부가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그런 맥락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포고문이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역시 한국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며 미국 정부와 협의해 나갈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개최가 연기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시간에 쫓겨 서둘러 처리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여 본부장은 "비관세 장벽 이슈는 범위가 매우 넓고 복잡하다"며 "이번 방미 기간에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여러 차례 만나 협의했고, 상시 협의 채널을 통해 이견을 좁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이른바 '쿠팡 사태'가 한미 FTA 공동위 연기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 방미를 통해 디지털 이슈 전반에 대해 미국 정부와 의회를 폭넓게 만나 한국 국회의 입법 취지와 정부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 기업이냐 한국 기업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례 없는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우리 법과 절차에 따라 차별 없이 투명하게 조사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동일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고, 미국 측도 이를 이해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도 일부 오해가 있었지만, 기업의 주장만이 아닌 한국 정부의 정책 의도를 직접 설명함으로써 보다 균형 잡힌 이해를 갖게 된 관계자들이 많았다"며 "다만 미 의회 내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만큼, 이번 방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