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세 번째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두 차례 상장 철회의 전례를 딛고 이번에는 공모가를 낮추고 공모 물량을 줄이며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대형 IPO가 드문 시장 환경 속에서 타이밍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업비트 의존도 축소와 플랫폼 경쟁력 입증 여부가 흥행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달 4~10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20~23일 일반 청약에 나선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8300~9500원으로, 지난해 두 번째 IPO 시도 당시보다 약 20% 낮췄다. 공모 주식 수도 6000만주로 줄였다. 공모가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약 4조원이다.
케이뱅크는 2022년과 2024년 두 차례 상장을 추진했으나 시장 환경과 수요 부족으로 철회했다. 이번 IPO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2021년 재무적투자자(FI)들과 맺은 계약에 따라 올해 7월까지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FI들은 드래그얼롱 또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업비트 의존도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실명계좌 제휴 이후 빠르게 성장했지만, 가상자산 거래소 예치금 비중이 한때 전체 수신의 절반을 넘어서며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지난해 말 기준 업비트 등 가상자산사업자(VASP) 예치금 비중은 약 20%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수익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특히 펌뱅킹 수수료 상당 부분이 업비트 관련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다.
업비트와의 계약은 오는 10월 만료될 예정으로, 연장 여부는 불확실하다. 계약이 종료될 경우 예치금 이탈과 유동성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투자 판단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적은 성장과 비용 부담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000억원을 넘어섰지만, IT 투자와 마케팅 비용 확대로 분기 기준 순이익은 감소했다.
케이뱅크 측은 성장 국면에서의 일시적 비용 증가일 뿐, 중장기적으로는 효율적인 비용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는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자본 확충과 중소기업 금융 확대, 테크 경쟁력 강화, 플랫폼 비즈니스 고도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증권 연계 계좌, 투자 서비스,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연계 금융 등으로 단순 은행을 넘어 ‘혁신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공모가 인하와 물량 축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업비트 의존도 축소와 수익 다변화 성과를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케이뱅크 IPO는 향후 대기 중인 대형 공모주들의 투자 심리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의 과거 상장 철회는 기업 경쟁력보다는 시장 환경 등 시기적 요인이 컸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인터넷은행 이용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현재 IPO 시장에서 케이뱅크를 대체할 만한 대형 공모주가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상장 시점은 비교적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공모 주식 수를 줄인 점도 상장 이후 주가에 대한 수급 부담을 낮춰 투자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번 IPO는 이전 상장 시도와 비교해 공모 물량이 축소되면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리스크가 완화됐고, 밸류에이션 부담 역시 상당 부분 낮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업비트 관련 수익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은 주요 리스크 요인이지만, 최근 가상자산사업자 예치금 비중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상장에 성공할 경우 자본 확충을 통해 대출 성장 여력이 확보될 수 있으나,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성장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지수 상승과 함께 은행·증권 등 금융업 전반에서 주주환원 강화 기조가 확산되고 있어, 과거 상장 도전 시점 대비 시장 환경은 개선된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에 부합하는 조건이 제시될 경우 케이뱅크의 상장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핵심 변수는 재무적 투자자들의 기대 수준 조정 여부"라면서 "그동안 자본적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았던 만큼, 어느 수준까지 밸류에이션과 주주환원 측면에서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