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한국거래소(KRX)가 주식 거래시간을 기존 6시간30분에서 최대 12시간으로 연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 안팎의 논란이 거세다.
거래소 측은 글로벌 경쟁과 투자자 편의성을 이유로 들지만, 노동자와 업계, 개인투자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독단적 결정이 과연 혁신이라 불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거래소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도입해 하루 거래 시간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24시간 거래 체계까지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거래소는 해외 주요 시장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국내 투자자들이 실시간 정보를 반영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해외 주식 투자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들은 전산 시스템 구축과 인력 배치 문제를 지적하며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연장된 거래시간 동안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경우 고객 피해는 물론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우려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속도만 앞세운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반발이 강하다.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증권업종본부는 한국거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장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검증되지 않은 계획이 노동자의 삶과 근무 환경을 위협할 수 있으며, 시장 안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사례를 들며 “한국과 다른 환경에서 시행되는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도 엇갈린다. 거래 편의성이 늘어난 점을 환영하는 투자자가 있는 반면, 거래시간 확대가 반드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변동성과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시장 참여자 모두의 이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속도만 앞세운 혁신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혁신은 단순히 생각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고, 충분히 검증하며, 준비를 갖춘 뒤 시행할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장밋빛 청사진이 현실 속 투자자와 노동자의 삶을 위협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혁신이 아닌 아집이 될 수 있다.
오늘도 증시는 새벽과 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 시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한국거래소가 시장과 참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속도와 안전, 혁신과 현실 사이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