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제로의 역설...'중개장사'에서 탈피하는 증권사들

등록 2026.03.23 08:00:01 수정 2026.03.23 08:00:11
신정아 기자 jashin2024@youthdaily.co.kr

수수료 경쟁 격화…유관기관 비용까지 떠안는 증권사
환전 수익으로 버텼지만…당국 규제에 보전 구조 ‘흔들’
IB·WM로 눈 돌린다…중개 넘어 투자·운용 모델로 전환

 

【 청년일보 】 국내 증권사들이 수수료 제로 수준의 마케팅을 앞세워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유관기관 수수료까지 부담하면서 수익성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그동안 해외주식 환전 수수료 수익으로 이를 보전해 왔으나 금융당국이 환전 수수료 구조를 점검하면서 이 역시 한계에 직면했다. 수수료 기반 수익 모델이 흔들리면서 증권업계 전반에 구조 전환 압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단순 중개 수수료에 기반한 기존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IB(기업금융)와 WM(자산관리)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직접 투자와 경영 참여, 벤처펀드 조성 등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 확산되고 있으며 디지털 자산 등 신사업 진출도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증권업계는 장기적으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향후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스증권은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 주식 매매 시 발생하는 수수료뿐만 아니라 유관기관 수수료까지 받지 않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신규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 고객까지 포함해 내년 말까지 온라인 거래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장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유관기관 제비용만 투자자가 부담하게끔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오는 31일까지 신규 가입자나 최근 6개월간 거래가 없었던 휴면 고객이 온라인으로 국내 주식을 거래하면 6개월 동안 거래 수수료와 유관기관 수수료를 모두 면제해 준다.

 

삼성증권은 신규 고객에게 투자 지원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신규 및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3개월(92일)간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 우대 혜택을 병행하며 고객 유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리부트 코리아 2026, 지금은 한국투자' 캠페인을 통해 1년간 온라인 거래 수수료 우대를 제공하는 중이다.

 

현재 증권사들의 마케팅 축은 국내 주식(국장)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환율 상승 억제를 위해 해외주식 마케팅에 제동을 걸면서 해외주식 관련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가 중단되거나 조기 종료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출혈 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단순한 거래 수수료 면제를 넘어 투자자가 실제 체감하는 비용인 유관기관 수수료까지 대신 부담하는 등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거래가 늘어날수록 증권사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수수료 제로 마케팅을 버틸 수 있었던 건 해외주식 환전 수수료 덕분이다. 지난해 국내 10대 증권사가 거둔 외화 환전 수수료 수익은 총 3천331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했다. 미래에셋증권(835억원), 삼성증권(776억원) 등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수수료 무료 마케팅의 비용을 보전해 왔다.

 

하지만 이제 이 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금융당국이 무료 수수료 뒤에 숨은 높은 환전 수수료율과 사전 고지 미흡 등 투자자에게 불리한 비용 구조를 정조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별로 환전 수수료가 최대 145배까지 차이 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숨은 수익원을 통한 교차 보전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되기 어렵단 판정이 내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증권사들은 수수료 무료 마케팅의 출혈을 환전 수익 등으로 메꿔온 측면이 없지 않다”며 “그런데 이제는 그 우회로마저 좁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익 구조의 한계에 직면한 증권사들은 단순한 중개인 역할에서 벗어나 증권업의 본질을 강화하는 데서 해법을 찾는 모습이다. 수수료보단 IB 및 WM 부문의 성과를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중개 수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의 WM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며 “수수료 중심의 중개 모델에서 고객 자산을 관리하고 성과를 내는 운용 모델로 본질적인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상장 자문 수수료만 받았다면, 이제는 직접 GP(운용사)로 참여해 유망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거나(Buy-out) 지역 벤처 펀드를 조성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수익을 배분받는 구조로 바뀌는 양상도 엿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특수화학소재 기업 ‘수양켐텍’의 경영권을 직접 인수(Buy-out)하며 IB 모델의 질적 변화를 보여줬다. 올해 신설된 ‘IB종합금융부’를 통해 단순 자문을 넘어 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고 가치를 높여 수익을 배분받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증권 또한 지역 기반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등 직접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약 2천억원 규모의 민간벤처모펀드 결성을 추진하며 비수도권 유망 기업 발굴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수수료 기반 영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접 GP로 참여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는 디지털 자산 영역에서도 감지된다. 한화투자증권이 ‘RWA(실물자산 토큰화) 허브’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디지털 자산 시장을 겨냥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주식 중개를 넘어 토큰 증권 등 새로운 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 미래의 수익 구조를 선제적으로 재편하겠다는 포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아예 생소한 신사업을 찾기보다 기존 IB 부문의 역할을 단순 자문에서 직접 투자 및 경영 참여로 대폭 강화하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가장 잘 아는 영역에서 직접 성장 파트너로 참여해 가치를 높이고 그 과실을 나누는 방식으로 수익 모델의 질적 변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직접 투자 및 경영 참여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역량은 향후 IB 부문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단순 수수료 경쟁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금융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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