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신도시 정책’…LH 직원들, ‘땅 투기’ 의혹 ‘일파만파’

등록 2021.03.03 08:35:15 수정 2021.03.03 10:47:48
이승구 기자 hibou5124@youthdaily.co.kr

민변‧참여연대 “직원 10여명, 광명‧시흥 신도시 선정 전 땅 7천평 매입”
LH, 해당 직원 직무배제 조치…“12명은 현 직원, 2명은 전 직원 확인”
여론,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불신 팽배…‘변창흠 책임론’도 불거져

 

【 청년일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임직원들이 최근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 땅을 사전에 사들였다는 의혹이 시민단체로부터 제기되면서 논란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LH는 해당 의혹이 제기된 직원들을 업무에서 전격 배제했지만, 신규 택지 확보와 보상 업무를 총괄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공모해 투기에 나섰다는 의혹이기 때문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신도시 지정 등 정부의 주택 공급 관련 대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광명‧시흥지구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가면서 앞으로 투기 정황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H 임직원 10여명이 지난달 3기 신도시로 발표된 광명‧시흥지구 내 토지 2만3000여㎡(약 7000평)를 신도시 지정 전에 사들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민변은 제보를 받고 해당 지역의 토지대장을 분석한 결과,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수도권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이 모두 10필지를 100억원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발표 직후 LH는 14명 중 12명은 현직 직원이고, 2명은 전직 직원으로 확인됐다며 12명에 대해서는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는 인사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투기 의혹을 받는 전·현직 직원 대부분은 LH의 서울·경기지역본부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신규 택지 토지보상 업무 담당 부서 소속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신도시 지정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한 농지(전답)로,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들은 토지 매입 대금 100억원가량 가운데 약 58억원은 금융기관 대출로 마련한 것으로 추정됐다.

 

 

여러 정황을 볼 때 개발 정보와 토지 보상 업무에 밝은 LH 직원들이 금융기관에서 상당액을 대출받아 투기 목적으로 신도시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땅을 무더기로 사전 매입한 의혹이 있다는 게 민변 등의 주장이다.

 

참여연대·민변 관계자는 “LH 내부 보상 규정을 보면 1000㎡를 가진 지분권자는 대토 보상기준에 들어간다. 일부 필지는 사자마자 ‘쪼개기’를 했는데 (지분권자들이) 1000㎡ 이상씩을 갖게 하는 등 보상 방식을 알고 행동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들인 농지에서는 신도시 지정 직후 대대적인 나무 심기가 벌어진 정황도 포착됐다. 보상액을 높이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행위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참여연대·민변은 이날 제기한 의혹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보를 받아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 필지를 조사해 나온 의혹이 이 정도라면, 더 큰 규모의 투기와 도덕적 해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고 했다.

 

투기 의혹 전수조사 대상을 광명·시흥 신도시에 국한하지 말고 6개 3기 신도시 전체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함께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했던 2019년 4월부터 2020년 12월까지의 기간이 투기 의혹을 받는 직원들이 토지를 매입한 기간과 상당 부분 겹쳐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전날 변 장관이 국토부 산하 기관장들과 신년회 자리에서 LH 임직원의 사전 투기 의혹을 언급하면서 청렴도 제고를 당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 청년일보=이승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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