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국내 자동차업계 '직격탄'

등록 2021.04.07 13:58:02 수정 2021.04.07 16:57:02
정구영 기자 e900689@youthdaily.co.kr

반도체 업계의 수요 예측 실패에 일부 공장 가동 중단이 원인
현대기아자동차 본격 감산 들어가면서 부품업계도 위기 직면

 

 

【 청년일보 】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에는 한 대당 평균 200~400개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자동차 내외부의 

온도압력속도 등의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는 물론 엔진, 트랜스미션, 전자장치, 구동장치 등에 반도체가 들어가는 것이다. 이들을 통칭 차량용 반도체라고 한다.

 

차량용 반도체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반도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필요로 한다. 자동차 엔진의 뜨거운 열과 속도 등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람의 안전을 좌우할 수 있기에 차량용 반도체는 고품질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10%에 불과하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D램과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종류가 수 십 가지인데, 이 모든 것을 한 회사가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절대 강자가 없고, 분야별로 업계 상위권이 다른 이유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으로 불린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하면 NXP(21%), 인피니언(19%),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15%), 텍사스인스트루먼트(14%) 등 해외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삼성전자가 뛰어들 역량은 있다. 하지만 높은 기술장벽,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시장 등 후발주자로서 핸디캡을 감수할 만큼 얻을 것이 많지 않다. 더구나 차량용 반도체의 이상으로 리콜이 시작되면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는 점도 리스크다. 

 

◆ 수요 예측 실패가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 불러

 

최근 차량용 반도체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반도체 업계의 수요 예측 실패다.  

 

지난해 전 세계에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유행은 자동차의 생산 감소로 이어졌다. 각국이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셧다운(일시 중단)에 들어가는 등 이동을 틀어막고, 사람간 거리두기에 들어가자 이동 수단인 자동차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이 탓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도 줄었다. 반도체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몫으로 책정해 둔 생산 비중을 비대면 흐름으로 수요가 증가한 가전과 PC, 게임기 등으로 옮겼다. 이 분야들은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는 펜트-업 효과까지 겹쳐 수요가 폭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수요는 살아났지만 생산 비중이 조정된 차량용 반도체는 수요에 맞춰 생산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발생한 각종 사고도 원인으로 꼽힌다.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 업계 1, 3위인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언은 지난 2월 미국 텍사스 한파에 따른 대규모 정전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업계 2위인 일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현지 공장에도 화재가 나면서 MCU 부족 현상이 심화됐다. MCU는 사람의 두뇌처럼 작동하면서 조건을 만족할 경우 특정 기기를 작동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반도체다. 

 

◆ 글로벌 완성차업계, 연초부터 감산 들어가

 

각종 사고로 피해를 입은 공장은 모두 올 하반기 들어서야 정상화될 전망이어서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컨설팅 회사 알릭스 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완성차 업체의 매출은 606억 달러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전세계에서 1분기에만 130만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폭스바겐, 포드, 아우디, GM, 테슬라 등 해외 주요 완성차 업체 대부분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이미 연초부터 감산에 들어간 상태다.

 

중국과 일본의 완성차업계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7일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 내 자동차 생산량은 150만3000대로 전월 대비 37.1% 급감했다. 협회는 이 같은 원인을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보고 있는데, 최근에는 일부 차종의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지리자동차와 상하이자동차는 생산량을 크게 줄였고, 웨이라이 자동차는 지난달 29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의 완성차 업체인 혼다는 이달 말 일부 차종에서 생산 중단이 일어날 가능성을 언급했다. 차량용 반도체 재고를 최대 3개월분까지 확보 중이지만 재고가 부족한 일부 차종에서는 생산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도요타와 닛산 역시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감산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 현실화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4월 위기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장기화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그동안 재고 관리를 해온 덕분에 해외 업체들에 비해 수급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본격적으로 감산에 들어가면서 '4월 위기설'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3월부터 공장별로 특근을 줄이고 인기 차종부터 우선적으로 생산하는 등 생산 계획을 조절해 왔다. 하지만 이달 7일부터 14일까지 아이오닉 5와 코나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까지도 휴업을 검토하고 있다.
 
아반떼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영향으로 오는 10일 특근을 실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달부터 공장별로 특근을 줄여온 기아자동차는 이달 중 화성공장의 특근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 국내 완성차 업체의 감산으로 부품업계까지 위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로 인한 국내 완성차 업체의 감산은 부품업계까지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이달부터 국내 완성차 업체가 본격적인 감산을 시작하면서 부품업체의 최근 납품량이 기존보다 10∼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2일 1∼3차 협력업체 5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감산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부품업체는 절반에 가까운 48.1%로 집계됐다. 일부 부품업체는 완성차 업체의 감산으로 인해 3일만 근무하고 2일은 휴업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품업계에서는 지난해 코로나 19로 1차적인 타격을 입은 데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까지 겹치면서 연쇄적인 조업 차질이 발생해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품업계를 위한 금융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청년일보 = 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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