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가파른 물가 상승세에 튀르키예(터키)가 기준금리를 20년 만의 최고인 30%까지 끌어올렸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25%에서 무려 5%포인트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살인적으로 불릴 만큼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튀르키예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0월 85%로 정점을 찍은 뒤 떨어지다가 지난달 60%에 근접했다.
다만 이 같은 되풀이된 파격적 금리 인상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고집하던 기존 통화정책 기조와는 정반대다. 튀르키예는 중앙은행이 사실상 대통령의 지배를 받으며 독립적 권한을 거의 행사하지 못하는 국가로 평가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일반적인 경제학 이론과 달리 고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는 등 특이한 주장을 해왔다. 그는 "고금리는 모든 죄악의 부모"라며 통화정책에 종교적 소신까지 반영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물가 급등세가 지속되고 튀르키예 경제가 수십 년만의 최악 위기에 봉착하자 생각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기술관료로 구성된 새 경제팀은 기준금리를 바로 크게 끌어올리지 않으면 경제가 구조적 위기에 빠진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튀르키예는 8.5%이던 금리를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 뒤부터 이날까지 4차례에 걸쳐 3배가 넘는 수준으로 인상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튀르키예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도 소비자 물가 상승세를 잡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튀르키예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돈이 생기면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얼른 써버리기 때문에 경제가 과열되고 인플레이션이 악화하고 있다.
경제분석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이달 보고서에서 "튀르키예 경제는 몇 달 전보다 어느 부문에서도 빨리 둔화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