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그룹(下)] "주가 하락세 속 '루머'에 '휘청'"...'비상경영' 롯데 임원인사 향방 '주목'

등록 2024.11.25 08:00:00 수정 2024.11.25 08:00:07
김두환 기자 kdh7777@youthdaily.co.kr

롯데지주 등 주요 계열사 주가 올 초 대비 줄줄이 하향세
롯데그룹 양축 '롯데케미칼·롯데쇼핑' 실적 부진 지속세
최근 그룹의 유동성 위기 루머에... 주요 계열사 주가 '휘청'
증권가 "‘위기설’ 과도하지만…경영쇄신·리스크 관리 절실”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롯데그룹의 긴장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그룹 주력사업인 유통과 석유화학 부문이 동시 부진을 겪으면서 현금 창출력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내외 환경 불확실성, 내수 부진 장기화 등으로 단기간에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처럼 최근 롯데그룹을 둘러싼 위기론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上) "석유화학 불황에 유동성 위기설까지"…재계 '거인' 롯데그룹 사면초가 

(中) "투자 전략 실종·사업 부진"…롯데쇼핑은 여전히 '공룡'인가

(下) "주가 하락세 속 '루머'에 '휘청'"...'비상경영' 롯데 임원인사 향방 '주목'

 

【 청년일보 】 롯데그룹 핵심 사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주가도 곤두박질 치고 있다. 그룹 내 11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52주 최저가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아울러 최근에는 유동성 위기 루머가 돌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증권가에서는 “유동성 위기라는 우려는 과도하다”면서도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 리스크 관리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올 연말 롯데그룹이 고강도 인적 쇄신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오너 3세인 신유열 전무를 포함한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시장의 시선은 ‘변화의 폭’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실적 부진에...미래성장 지표 주가 하락 추세 지속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 주가는 올해 초 대비 롯데지주 20.4%(2만6천350→2만950원), 롯데웰푸드 7.3%(12만2천600원→11만3천600원), 롯데하이마트 24.5%(1만110원→7천630원), 롯데쇼핑 21.8%(7만4천200원→5만8천원), 롯데정밀화학 35.2%(5만6천600원→3만6천650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35.9%(4만1천500→2만6천600원), 롯데칠성 18.5%(14만7천200원→11만9천900), 롯데이노베이트 11.9%(3만200원→2만6천600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롯데그룹을 이끄는 양축인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의 실적 부진이 그룹 전체 계열사의 주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그룹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손실은 4천136억원으로 전분기 1천112억원보다 적자규모가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5천138억원으로 4천억원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매년 1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던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6천60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정밀화학 역시 영업이익 그래프가 꺾였다. 롯데정밀화학은 3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10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70.7% 급감했다.


롯데그룹 유통군 롯데쇼핑은 반대로 매출이 감소했다. 3분기 롯데쇼핑 순매출액은 3조5천684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빠졌다. 올해 1~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도 10조5천95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줄었다. 주력 계열사인 백화점과 마트 부진이 전체 매출을 끌어내렸다는 평가다. 


롯데웰푸드의 경우 해외 매출은 증가했지만, 국내 식자재 구조개선 작업으로 매출(1조785억원, -0.7%)이 소폭 뒷걸음쳤고, 영업이익(760억원)은 카카오 가격 인상 여파로 원가부담이 커지면서 5.7% 빠졌다. 


롯데칠성은 해외 자회사를 편입하면서 매출액(1조650억원)은 28% 늘었지만, 수익성(787억)은 재료비와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면서 6.6% 감소했다.


미니스톱을 인수한 코리아세븐은 저수익 점포를 구조 조정하면서 매출(1조3천898억원)이 0.6% 줄었고, 8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신성장 사업도 실적이 부진했다. 이노베이트의 경우 매출(2천880억)은 2.3% 하락했으며 영업이익(83억원)은 48.5% 급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설비 점검에 따라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년 동기대비 매출(467억원)이 47.9%나 빠졌다. 영업손실도 278억원에 달해 적자전환했다.


롯데GRS만 롯데리아 등 주요 브랜드의 성장세로 매출(2천607억원)이 4.8% 늘고 영업이익(129억원)은 50.3%나 급증했다.
 

그룹의 계열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롯데지주의 1~3분기 연결기준 순손실은 1천87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순이익은 2천715억원이었다.

 

이처럼 롯데그룹 계열사가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유동성 위기 루머에 휩싸이며 주가가 휘청이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최근 증권가에는 롯데그룹이 39조원 규모의 차입금을 안고 있으며, 12월 초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라시가 유포됐다.

 

이 지라시는 롯데쇼핑과 롯데홀딩스, 롯데케미칼, 호텔롯데의 차입금이 29조9천억원에 달해 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체 직원의 50% 이상이 감원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러한 소문이 퍼지면서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롯데그룹에 속한 기업 중 롯데웰푸드(11만1천원), 롯데이노베이트(2만500원), 롯데정밀화학(3만8천450원), 롯데지주(2만2천150원), 롯데칠성(10만8천400원)은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같은 날 롯데케미칼(7만6천600원)과 롯데하이마트(7천580원)는 최저가 부근까지 떨어졌다.

 

이에 롯데지주와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롯데쇼핑은 주가하락 등 악영향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섰다.

 

롯데지주 측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관련 루머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어 “업황 부진을 겪는 롯데케미칼과 면세점을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하고 일부 계열사가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받았지만, 유동성 위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루머 생성·유포자에 대한 특정 및 적용 가능한 혐의 등 법적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10월 기준 롯데케미칼은 활용 가능한 보유 예금 2조원을 포함,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 상당을 확보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천억원에 달한다.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10월 평가 기준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도 15조4천억원이다.


아울러 롯데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을 결정하는 등 해외 자회사 지분 활용을 통한 1조3천억원의 유동성 확보를 추진 중이다. 해당 발표로 인해 주가가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양새다.

 

 

◆ 증권가, ‘위기설’ 과하다지만…“리스크 관리 절실”

 

증권가에서는 지라시 내용 관련해 “유동성 위기라는 우려는 과도하다”면서도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자체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감안하면 현금흐름(캐시플로우)은 우려보다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내년 롯데그룹의 연간 연결기준 매출액 17조1천억원, 영업이익 6천972억원으로 양호한 실적 추세가 지속 가능할 전망"이라며 "별도 영업이익 견조한 증가세와 함께 연결 자회사들의 고른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3조6천억원의 현금예금을 보유하고 있고 올해 추정 부채비율은 78.6%로 높지 않다”면서 “코스피200 에너지·화학 업종의 순차입금 비율이 62.0%, 105.2%인 점을 고려하면 유동성 우려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룹 및 주력 사업 차원의 리스크 관리가 절실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불황 장기화 조짐과 롯데케미칼의 이익 전망치 및 재무 건전성을 감안하면 신용도 등 리스크 관리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며 “중장기 석유화학 업황을 고려했을 때 자발적인 공급량 축소 노력이 없다면 업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비상경영에 책임 더한다"...'경영쇄신·재무건전성 개선' 살길

 

이러한 가운데 연말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곧 진행될 롯데그룹 임원 인사는 부진 계열사를 중심으로 안정보다 쇄신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 14명을 교체한 바 있다.


내년 3월 등기임원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CEO는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부회장), 이영구 롯데웰푸드 대표(부회장),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부사장),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부사장),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부사장),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전무) 등이다.


오너가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의 행보에도 관심 쏠린다.

 

지난해 인사에서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으로 승진한 신 전무는 지난 2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6월에는 일본 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그룹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그룹의 미래 먹을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앞서 롯데는 2018년 이후 6년여 만에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롯데면세점이 올해 6월 말 사업부 구조개선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공식화했다.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부문은 올해 7월 초 출장예산 감축 및 근태 운영 가이드라인을 공지했다. 특히 올해 8월에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도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계열사들이 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그룹 전체가 비상경영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일부 계열사 임원들은 급여의 일부를 반납하며 책임 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롯데지주 임원들은 이달부터 급여의 20~30%를, 롯데 화학군 계열사 임원들은 급여의 10~30%를 자진 반납한다. 급여 자진 반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급여 자진 반납은 화학부문 실적 부진을 그룹 차원에서 책임진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신동빈 회장은 하반기 VCM에서 “경영환경 불확실성에도 경영목표 달성 및 재도약을 위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며 “고객과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해 지속 성장하는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 주요 계열사의 실적 악화가 계속되고 있어 중장기 전략과 체질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시도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조만간 진행될 정기임원 인사 역시 이에 대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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