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웃고" 대형마트는 "울고"…12兆 소비쿠폰에 '희비교차'

등록 2025.07.10 08:00:01 수정 2025.07.10 08:01:40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정부, 이달 21일부터 소비쿠폰 1인당 최대 45만원 지급…업계 "내수 진작 기대감"
프랜차이즈 직영점 등은 사용 불가…이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 점포 상당수 해당
전국 대부분 편의점서 활용 가능…전문가 "정책 취지 부합하도록 사용처 조정해야"

 

【 청년일보 】 정부가 이달 중 전 국민을 대상으로 약 12조원 규모의 소비쿠폰 지급을 예고한 가운데, 편의점과 대형마트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수 진작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소비쿠폰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과 함께 소비자의 최근 소비 추이에 따라 사용처를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이달 21일부터 국민 1인당 최대 45만원의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이번 소비쿠폰 지급은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위축된 민생 소비를 되살리고 소상공인 매출 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으로, 크게 1차와 2차로 나눠 단계적으로 지급된다. 1차 지급 대상은 지난 6월 18일 기준 국내에 거주 중인 모든 국민이며 기본적으로 15만원을 지급받는다.

 

여기에 더해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정은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40만원으로 차등 지급한다. 또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주민은 3만원, 농어촌 인구감소 지역(84개 시·군) 주민은 5만원을 추가로 지급받아 최대 45만원까지 수령할 수 있다.

 

소비쿠폰을 수령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다.

 

소비자는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모바일·지류) 중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 기간은 이달 21일 오전 9시부터 9월 12일 오후 6시까지다. 신청 첫 주는 혼잡을 막기 위해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제가 적용될 전망이다.

 

온라인 신청은 카드사 홈페이지·애플리케이션(앱)·자동응답서비스(ARS) 등에서 24시간 가능하고 오프라인 신청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고령자나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주민을 위한 '찾아가는 신청'도 지자체별로 운영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소비쿠폰을 통해 내수가 활성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내수 자체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미약하게나마 이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군불을 땐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어떤 관점에서 보면 그리 큰 금액은 아닐 수 있지만, 소비자나 업계에서는 '급한 불'을 끄기에는 충분한 금액이라고 생각된다"며 "정부의 의도대로 내수 진작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와 소비자 일각에서는 소비쿠폰의 사용처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의 희비가 크게 교차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소비쿠폰은 전통시장·동네마트, 식당, 의류점, 미용실, 안경점, 교습소·학원, 약국·의원,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에는 편의점, 빵집, 카페 등이 포함된다.

 

반면,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 백화점, 면세점,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 온라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배달 앱 등), 유흥·사행업종, 프랜차이즈 직영점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신용·체크카드 또는 선불카드로 지급받은 국민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연 매출액이 30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사업장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도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대형 마트는 직영점인 반면, 편의점은 절대적으로 가맹점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4월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약 5만6천개의 편의점 중, 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율은 5만5천711개에 이른다. 사실상 편의점 대부분의 점포에서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형 마트에서는 본사와 포스(POS)기를 공유하지 않는 매장에서만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하다. 이 매장은 2천400여곳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이마트 및 트레이더스의 경우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매장은 전체 약 2천400곳 중 700여곳, 홈플러스는 약 4천300곳 중 840여곳, 롯데마트는 약 3천곳 중 900여곳에 그친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소비쿠폰 사용처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쿠폰 지급 취지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라면, 왜 대형 유통업체인 편의점이 포함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엄밀히 말하자면, 프랜차이즈 직영 혹은 가맹점에 따른 사용처 구분이 이뤄진 것이지만, 업계의 구체적인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정책 시행 전 사용처에 대한 보다 세심한 검토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민생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대형 마트가 사용처에서 제외된 바가 있었는데, 이로 인해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되려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대형마트가 제외된 사실에 대해 많은 업계 종사자들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고, 직접적인 매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대형마트가 빠졌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한 40대 소비자는 "물론 전통시장에서도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시장을 방문하는 빈도가 크게 줄고, 사실상 대형마트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의 취지 자체는 매우 공감하지만, 소비자 편의성과 진정한 내수 활성화를 고심했다면 대형마트를 사용처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또 다른 30대 소비자는 "최근 전통시장에서는 같은 상품을 두고 대형마트보다 더 많은 값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주변을 봐도 대부분 소비쿠폰을 생필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의견이 많은데, 이를 가장 많이 판매하고, 또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는 대형마트가 제외됐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에 맞춰 유연한 자세로 정책을 입안할 필요가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소비쿠폰으로 인한 내수 활성화 효과가 대형마트 등 대기업보다는 상황이 더 어려운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돌아가기를 바라는 정부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만, 소비자들의 실질적 쇼핑 편의성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대형마트는 물론 대기업이지만, 최근 지속되는 내수 부진으로 인해 지속적인 사업 효율화를 시도하는 등 여타 주체와 마찬가지로 사정이 매우 좋지 않다"며 "소비쿠폰을 대부분의 대형마트 점포에서 사용할 수 없다면, 편의점 등 타 유통채널도 마찬가지의 제한을 두거나, 아니면 모두 사용하도록 허용해 주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생필품·식자재 쇼핑"이라며 "최근 소비자들은 이를 대부분 SSM 혹은 대형마트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이 중요한 장소를 제외한다는 게 내수 진작의 취지와 다소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또한, 연매출 30억원 미만의 자영업자·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건이 있는데, 이것 역시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더 어려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의 목적을 생각하면, 이 금액이 다소 높게 책정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형마트는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대부분의 매장이 제외된 사실과는 별개로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지속함으로써 매출 감소를 최대한 방어하겠다는 계획이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49길 23, 415호 (양평동4가, 아이에스비즈타워2차)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편집국장 : 성기환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