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우리나라는 일제의 수탈과 한국전쟁 등 격동의 시기들을 산전수전 겪은 과거사를 지니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이 휩쓸고 간 1950년대 초반 당시만 해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7달러로, 머나먼 아프리카 국가보다 뒤처진 수준이었다.
전란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복원해야 했지만 그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전후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이었던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한국이 재건되려면 최소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 내 고도의 경제 성장을 통해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 독일이 급속하게 선진국으로 발전한 '라인강의 기적'과 더불어 현재까지 세계 경제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크나큰 족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국민들의 피땀어린 노력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을 산업화로 이끈 경제계 거물들의 '기업가정신'도 한몫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가정신은 명확한 정의가 없어 학자들마다 여러 측면에서 해석하고 있다. 통상 재계 안팎에선 불확실한 환경 속에도 창의력과 도전정신 등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열정으로 정의한다.
대표적으로 현대그룹의 창업주이자 한강의 기적 '선봉장'으로 꼽히는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의 경우 기업가정신을 대표하는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정 명예회장은 "이봐, 해봤어?"라는 어록을 남기며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1970년대 당시 조선소를 짓겠다고 하자 경험과 기술력이 부족한 한국에서 조선소 건립은 무리라며 대다수가 만류했지만 아랑곳 않고 이를 적극 추진한 것이다.
이후 세계 최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이 탄생했고 우리나라는 조선산업 불모지에서 세계적인 조선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정 명예회장의 도전과 개척정신이 한국경제 성장을 이끈 동력이었고, 이것이야말로 기업가정신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더 센' 상법 개정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등 국내 기업에 적잖은 부담을 주는 법안들의 통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가정신이 실종될 위기에 직면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법안은 노란봉투법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에서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며, 오는 21일 본회의에서의 처리가 전망된다.
해당 법안은 하청업체 노조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넓힌 것이 주요 골자다. 재계 안팎에선 사용자 범위를 원청으로 확대하면 수많은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것이고, 원청사업주는 개별 교섭에 응하느라 온전히 경영활동에 집중할 수 없다며 반대의 뜻을 거듭 밝혀왔다.
더군다나 노조 쟁의 범위를 경영 행위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담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근로조건의 불일치'에 한정됐던 기존 쟁의행위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영상 결정'까지 확대한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같은 의사결정까지도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일각에선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과도한 상속세율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그러나 대기업 최대주주가 적용받는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실질 최고세율은 자그마치 60%로 치솟는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노란봉투법 등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낡은 규제와 과도한 세금 부과는 경영의지를 꺾을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엑소더스(Exodus·대탈출)'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 경제강국으로 도약할 정도로 과거보다 훨씬 부유해졌다. 하지만 오늘날 산업이 급변하면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었고 이를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한한 도전정신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각종 규제의 사슬을 걷어내 기업가정신을 발현하도록 북돋아줘야 한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