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미성년 자녀를 유기하거나 학대한 부모가 자녀 사망 후 국민연금 유족급여를 챙기는 관행이 내년부터 사라진다. 이른바 '구하라법' 논의의 연장선에서 마련된 이번 제도 개편은 부양 의무를 저버린 부모에게 공적 급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요구를 법제화한 것이란 평가다.
5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부양의무를 위반한 부모의 유족연금 수급을 제한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민법 제1004조의2에 따른 '상속권 상실' 판결을 받은 부모를 연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명문화했다.
그동안 현실에서는 자녀 양육에 무관심했던 부모가 오랜 세월 연락 없이 지내다가 자녀가 사고로 숨지면 상속인 지위를 내세워 보험금·연금 등을 청구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국민적 공분이 커졌지만 법적 근거가 미비해 제도적 제동이 쉽지 않았다. 이번 개정은 이런 허점을 보완해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의 죽음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제한되는 급여 범위도 폭넓다. 매월 지급되는 유족연금뿐 아니라 반환일시금, 사망일시금, 미지급 급여 등 자녀 사망으로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국민연금 급여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실상 모든 공적 급여의 수급권이 상실되는 셈이다.
다만 적용은 즉시 이뤄지지 않는다. 상속권 상실 규정을 담은 민법 개정 시행 시점과 동일한 내년 1월 1일부터 개정 국민연금법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향후 가정법원에서 상속권 상실 판결을 받은 부모는 국민연금공단에 어떤 급여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이번 개정이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 회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고 양육 책임을 다하는 다수 국민의 상식에 맞는 제도 운용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다.
'낳기만 하면 부모'라는 오래된 관념에서 벗어나 실질적 책임 이행을 기준으로 급여 자격을 판단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는, 공적 제도 안에서조차 '얌체 상속'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사회의 단호한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