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무 이후의 기회: 제대군인 정책과 청년정책의 동반 성장

등록 2025.12.12 09:47:58 수정 2025.12.12 09:47:58
박이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 청년일보 】 대한민국에서 군 복무는 단순히 한 개인이 국가에 의무를 다하는 과정이 아니다. 이는 사회로 한 걸음 내딛으려는 청년들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멈춰 서게 되는 문제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사회 진입과 진로 탐색, 커리어 기반을 다져야 할 시기에 많은 청년들이 국방의 책임을 지며 최소 18개월 이상을 다른 길에 서게 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험의 단절과 기회의 유실은 종종 제대 이후의 경쟁에서 불이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국가는 이 단절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 지원과 예우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청년에게 부과한 의무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의 문제 말이다.

 

제대군인은 이미 1천600만명에 달한다. 국민 3명 중 1명은 제대군인이라는 의미다.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 전체가 함께 논의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제대군인의 상당수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에 사회로 복귀하는 만큼, 제대군인 정책은 곧 청년정책과 맞닿아 있다. 서로 다른 정책이 나란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축 위에서 청년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동반 정책인 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국가보훈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전직지원금 확대, 초급간부까지 전직지원 범위 확대, 중·장기복무자 대상 상해보험 지원 강화 등의 촘촘한 정책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국가가 마지막까지 책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청년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정책이 특정 집단에 대한 특혜로 오해될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출발선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정책이며, 국가의 의무를 수행한 청년들에게 기회를 회복시켜주는 균형 조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군인의 경험과 상황은 너무나 다양하다. 단기복무자와 중·장기복무자가 겪는 현실은 전혀 다르고, 군에서 쌓은 역량도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하나의 정책으로 모두를 담을 수는 없다. 단기복무자는 빠르게 민간 일자리로 연결되는 지원이 필요하고, 중·장기복무자는 전문 분야로의 전직 전환과 안정적인 경로를 보장받아야 한다. 특히 디지털 산업과 신기술 분야에 적합한 프로그램은 청년 제대군인을 사회의 성장 엔진으로 연결짓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제대군인 정책이 청년 전체의 기회를 제한하거나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기회를 넓히는 방향으로 인식되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일반 청년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직업훈련 개방이라든지, 제대군인 고용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청년 신규고용과 연계하는 등 상호보완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면 세대 간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의 효과를 좌우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사회적 인식이다. 제대군인의 군 복무 경험은 책임감, 위기대응 능력, 공동체 운영 역량, 임무에 대한 집중력 같은 민간에서도 높은 가치를 지닌 자산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능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데이터 기반의 인식 개선 캠페인, 기업 대상 홍보와 설명, 청년과 제대군인의 민간 협업 프로그램 등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결국 제대군인 정책은 복지를 넘어 국가의 인재 전략이다. 복무 중에도 학위 취득과 기술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제대 후 충격을 줄이고, 그들의 역량을 국가의 발전으로 연결시키는 체계를 갖춘다면 청년의 미래 경쟁력 또한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청년이 제대군인의 사회 복귀를 응원하고, 제대군인이 청년으로서 정상적인 경쟁에 참여할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은 보다 건강하고 신뢰받는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다. 제대군인 정책은 바로 그 출발점이며, 청년의 미래를 다시 이어주는 국가적 약속으로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과제다.

 


글 / 박이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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