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셀프 조사'로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을 받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지난 30일 경찰에 출석해 12시간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 출석해 31일 오전 2시 22분께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나섰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를 상대로 쿠팡이 경찰 수사 이전 개인정보 유출 피의자를 중국에서 접촉하고, 노트북을 회수해 자체 포렌식을 진행한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 조사와 경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공무집행방해 등)와 직결된 사안이다.
로저스 대표는 지난달 25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출된 개인정보가 약 3천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실제 유출 규모가 최대 3천만건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쿠팡이 일부 증거를 인멸하거나 유출 규모를 축소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로저스 대표는 경찰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체포영장 신청 가능성이 거론되자, 지난 14일 세 번째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일주일 뒤 입국했다. 그는 출석 당시 "쿠팡은 한국 정부의 조사에 완벽하게 협조하겠다"며 "경찰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로저스 대표가 조사 과정에서 '협조'를 강조한 것은 강제수사를 피하기 위한 전략인 반면,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침묵을 유지하며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그는 심야 조사에도 응했지만, 주요 의혹에 대한 구체적 진술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로저스 대표가 조사 직후 출국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경찰은 추가 소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저스 대표는 이와 별도로 2020년 숨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고(故) 장덕준 씨의 산업재해 책임을 축소·회피하는 보고를 지시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는 쿠팡의 자체 조사가 국가정보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국정원이 이를 부인하면서 위증 혐의까지 더해진 상태다.
경찰은 이번 조사에서 증거인멸 혐의에 수사력을 집중했으며,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답변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과정이 통역을 통해 진행되면서 시간적 제약이 있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