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와 여당이 허용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대형마트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업계 등 일각에서는 오프라인 점포 기반의 대형마트 산업 부흥을 위해서는 새벽 배송 허용과 더불어 의무휴업일 폐지 등 더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새벽 배송 허용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2012년부터 효력을 발휘하고 있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본래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유통산업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이 법률은 이를 위해 대형마트의 평일 영업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로 제한하는 한편, 월 2회의 의무휴업일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영업시간 외 배송 서비스 등도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다만 최근 대형마트 산업이 급속도로 쇠락하기 시작하자 이와 같은 규제 정책에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달 8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개최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당정은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정은 현행 오프라인 중심 유통 규제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추진에 합의했다"고 공언했다.
이어 "현재 유통법상 영업 규제는 오프라인 비중이 높던 시기에 도입돼 오프라인 유통 기업에만 적용되고 있다"며 "온·오프라인 규제 불균형을 해소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당정은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을 보호하고 육성·지원하기 위한 유통산업 경쟁력 강화안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처럼 대형마트 산업의 숨통을 틔워주는 행보에 나선 배경으로는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먼저 최근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해 생긴 '시장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과 대응 방식으로 인해 '탈팡' 고객이 급증하자 업계에 시장 공백이 발생한 가운데, 이를 메울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후보 산업으로 대형마트가 거론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온·오프라인 간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더 이상 방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유통산업의 공룡'으로 불린 이마트는 2024년 29조209억원의 매출과 47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시기 이마트의 매출은 전년(2023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고, 흑자 전환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반면 이 시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의 최강자로 부상한 쿠팡은 41조2천901억원의 매출과 6천2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이마트를 크게 압도했다.
정부가 대형마트 산업에 대해 강한 '규제 드라이브'를 건 지 10여 년 사이 온·오프라인 유통 산업 간 격차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벌어진 것이다.
만약 당정의 뜻대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추진되고 새벽 배송이 허용될 경우 대형마트 업계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규제 완화'라는 호재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규제가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새벽 배송 허용 관련 논의는 규제 완화의 첫걸음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환영할 부분"이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대형마트 업계에 있어서는 새벽 배송보다는 영업시간, 의무휴업일 규제 개선이 더욱 시급한 문제인 게 사실"이라며 "이와 같은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온라인 시장(이커머스)과 불공정한 경쟁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벽 배송이 허용되더라도 대형마트 업계가 곧바로 이를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벽 배송이 허용되더라도 이를 곧바로 실행할 수 있는 점포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점포 기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포 외에는 새벽 배송을 위한 인력, 배송 인프라 등을 전부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완화로 그 방향을 전환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새벽 배송이 허용된다고 할지라도 당장은 이커머스와의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커머스는 대형마트가 규제를 받는 기간 동안 새벽 배송 등을 위한 물류 인프라 투자에 많은 자본과 역량을 쏟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와 함께 "새벽 배송 허용은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폐지"라며 "대형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점포 기반 업종은 무엇보다 실제 매장 문을 열 수 있는 '영업일'이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당정의 대형마트 규제 완화 움직임이 업황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대형마트 업체의 자체적인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벽 배송 규제 완화 논의로 새벽 배송 시장을 독점했던 쿠팡, 컬리 등과 경쟁 체제가 구축될 수 있게 됐다"며 "경쟁 속에서 더 많은 선택지와 서비스 품질 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바람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궁극적으로 중소상공인의 매출 신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자들이 집중되고 있지만 오프라인 유통 산업 자체가 사양화된다면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며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공간 자체로 소비자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대형마트 규제 완화는 중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 업체 입장에서는 매장을 직접 찾은 소비자들을 위해 체감 혜택이 더 높은 프로모션, 경쟁력 있는 신선 상품 등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또한 배달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단행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과거에는 가격, 상품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배송 서비스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며 "이커머스 업계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형마트가 규제로 인해 잘 대응하지 못했는데, 이번 법 개정 추진으로 온·오프라인 간 '역차별적 요소'를 철폐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 역시 폐지돼야 규제 개선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커머스는 주말 배송이 가능한데 대형마트는 여전히 불가능하다면 이는 반쪽짜리 개선에 불과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규제가 계속해서 존재한다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도 대형마트가 제공하는 배송 서비스의 일관성을 느끼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규제는 필수적으로 해소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대형마트 업계가 이번 법 개정을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자체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간 대형마트 업계는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아 실적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논거를 제시해왔다"며 "이번 법 개정 추진으로 인해 절호의 기회가 생긴 만큼 뒤처진 배송 인프라 개선을 위한 확실한 투자를 단행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이제 본격적인 온·오프라인 간 경쟁이 시작됐고, 대형마트 역시 또다시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