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국내 주류 시장의 저도수화 흐름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음주량 감소 흐름이 맞물린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소주 고유의 정체성과 가격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대표 제품 '진로'의 도수를 기존 16도에서 15.7도로 낮춘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문화 확산과 함께 선호 도수가 점차 낮아지는 흐름에 주목했으며, 지속적인 소비자 조사와 연구·테스트를 거쳐 15.7도가 가장 균형 잡힌 주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진로'는 지난 2019년 16.9도로 출시된 이후 지속적으로 도수를 낮춰왔다. 2021년 3월 16.5도로 한 차례 조정됐고, 2023년 1월 '제로 슈거' 콘셉트로 리뉴얼되면서 16도로 내려갔다. 이번 조정으로 다시 한 번 0.3도 낮아지며 15도대에 진입했다.
앞서 롯데칠성음료 역시 지난달 '새로' 소주의 도수를 16도에서 15.7도로 낮췄다.
주요 주류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음주량 감소와 건강 중시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주류 시장의 저도수화 흐름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음주 트렌드가 '저도수·가볍게 즐기는 술'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음주량이 줄고 고도수 주류를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소주 역시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무난하게 받아들여졌던 16~17도 수준도 높게 느끼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알코올 역시 칼로리가 있기 때문에 건강과 연관 지어 도수가 낮은 제품을 선호하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 소주 가운데 더 낮은 도수 제품이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고,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이른바 '소맥' 문화 역시 체감 도수를 낮추려는 소비 행태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종사자는 "저도수 주류의 부드러운 목 넘김과 깔끔한 뒷맛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니즈와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적극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헬시플레저 등 즐겁게 소통하며 가볍게 마시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한 잔을 마시더라도 부담이 적은 저도수 주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주와 맥주 외에도 다양한 주종과 하이볼 등이 등장하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졌고, 자연스럽게 저도수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소주 시장의 본질적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수를 낮추면서도 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은 소비자 인식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기존에 이야기되던 소주의 고유한 정체성은 이미 상당 부분 희석된 상태인데,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본연의 이미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정 함량이 줄었다고 해서 가격 인하로 직결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지만, 제3자의 시각에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종사자도 "장기적으로는 도수의 다변화 등으로 소주 시장의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일각에서는 생산 효율성과 원가 절감을 위한 도수 조정이라는 시각도 있는 만큼, 자칫 시장 매력도가 반감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소주가 지녀온 본연의 정체성이 희석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변함없는 품질 유지와 브랜드 정체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소주 도수는 점진적인 하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 시장의 전반적인 도수 인하 흐름은 기본적인 맛을 유지할 수 있다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도수가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소주 특유의 특성이 약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향후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