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지난해 연결 기준 15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연료가격 안정과 전기요금 인상 효과가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회복된 결과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 급등에 따른 기업 부담이 커지면서 요금 체계를 둘러싼 논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증권사들은 한전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약 3조5천억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는 15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이는 2016년 기록한 12조원대 실적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치다.
매출 증가폭은 크지 않았지만 수익성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국제 연료 가격이 안정되면서 전력도매가격(SMP)이 하락했고, 2022년 이후 단행된 단계적 요금 인상 효과가 본격 반영된 영향이다. 일부 증권사는 올해 영업이익이 19조~20조원에 달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이번 실적 개선은 '초과 이익'이라기보다 적자 회복 국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전은 2021~2023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기 동안 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못해 약 48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적 판단이 작용했지만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됐다.
부채 부담도 여전히 무겁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연결 총부채는 206조원을 넘어섰다. 1~3분기 이자비용만 3조원 이상 지출했다. 하루 평균 100억원이 넘는 이자를 부담한 셈이다. 향후 재생에너지 확대와 첨단산업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송배전망 투자까지 감안하면 재무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요금 형평성이다. 2022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은 일곱 차례 인상을 거치며 약 70% 상승했다. 반면 주택용 요금은 상대적으로 인상 폭이 제한적이었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85원대로, 주택용과 일반용보다 높은 수준이다.
산업계는 산업용 전기의 원가가 상대적으로 낮은데도 요금이 더 비싼 것은 구조적 왜곡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철강·석유화학 업종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에 더해 전기요금 부담까지 겹치며 수익성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반면 한전은 과거 에너지 위기 당시 발생한 손실을 이제야 점진적으로 회수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국제 연료가격 급등기에 요금을 즉각 반영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을 분할 상환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결국 쟁점은 '적기 원가 반영'이다. 연료비 상승기에는 요금 인상이 지연되고, 하락기에는 인하가 늦어지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한전 재무와 산업계 부담이 모두 왜곡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도 계절·시간대별 요금제를 확대해 낮 시간대 산업용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는 26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한전의 사상 최대 실적은 분명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누적 적자 해소, 200조원대 부채 축소, 산업 경쟁력과의 균형이라는 과제가 동시에 얽혀 있다. '흑자 전환' 이후의 요금 체계 개편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