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획-Balance] ② "결혼보다 출산, 출산보다 일상이 고난"…주거·육아비에 '휘는 허리'

등록 2026.03.09 08:00:08 수정 2026.03.09 08:00:20
신정아 기자 jashin2024@youthdaily.co.kr

결혼 전엔 기대 컸지만…이후 경제적 고민 본격화
출산 후 삶 패턴 변화…주거 확보·저축 유인 상승
"지출 규모·개인 시간 줄었지만 가정 꾸린 만족감 높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오늘날의 청년에게 사치가 됐다. 청년이 마주한 일자리(Work)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삶(Life)의 기본 조건인 주거 공간(House)은 만질 수 없는 신기루와 같이 어른거린다. 과거의 청년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워라밸을 추구했다면, 이제 청년은 생존을 고민한다.

 

취업 관문 앞에서 ‘쉬었음’을 강요당한 청년들, 급여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와 대출 이자로 쏟아부으며 독립을 미루는 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수익성과 리스크를 계산해야 하는 복잡한 셈법의 프로젝트로 변모했다.

 

이에 청년일보는 일(Work)과 삶(Life), 그리고 집(House)이 맞물린 교착 상태를 ‘워라하밸(Work·Life·House·Balance)’이라는 확장된 틀로 기록한다. 이를 통해 통계의 숫자 뒤에 숨어있던 청년들의 ‘조건부 포기’와 ‘강요된 선택’을 조명한다. 구직 현장에서 내뱉는 한숨부터 경력 단절의 공포, 그리고 부동산 계약서 앞에서 표류하는 미래 설계까지, 파편화된 청년 담론을 하나로 엮었다. [편집자 주]

 

【 청년일보 】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선택했지만, 이후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금융권 경력 10년차인 맞벌이 직장인 A씨는 특히 출산 이후 삶이 크게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주거비와 육아비 부담, 그리고 개인시간 감소 등을 예상보다 훨씬 크게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결혼을 결심할 당시엔 경제적 부담보다 관계의 안정성과 미래 준비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고 말했다.

 

A씨는 “오래 연애했고 함께 미래를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경제적인 고민은 결혼 이후에 생겼다”고 말했다.

 

신혼 초반까지는 연애 시절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삶의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경제적 측면이었다.

 

A씨는 “신혼 때는 거의 비슷했는데 아이가 생기면서 완전히 달라졌다”며 “경제적 부담이 생기고 저축해야겠다는 생각도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신혼집은 직장 접근성과 대출 부담을 기준으로 결정했다. 부부는 양쪽 직장까지 편도 1시간 이내, 아파트 거주라는 조건을 세웠고 예산 이상의 대출은 받지 않겠다는 원칙도 만들었다. 이에 따라 부부는 목동 소재의 준공 40년 이상 구축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했다.

 

A씨는 “신축 입주는 예산이 모자랐다”며 “다만 여름에 정전이나 단수와 같은 불편이 있어, 아이가 태어난 이후 이사를 가게 됐다”고 말했다.

 

대출은 최소 수준으로만 활용했다. A씨는 “생각했던 금액 이상으로는 대출을 받고 싶지 않았다”며 “2~3년 안에 갚을 수 있는 수준만 빌렸다”고 말했다.

 

이어 “용돈도 정해서 쓰다 보니 생활비가 크게 초과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자산 관리는 배우자가 맡고 있으며, 현재 가장 큰 고정지출은 생활비와 육아 관련 비용이다.

 

A씨는 “장 보는 비용과 분유 값이 가장 크다”며 “그 다음이 각자 용돈”이라고 말했다.

 

투자는 ETF 중심으로 이어가고 있지만, 이사 과정에서 발생한 대출 상환 부담도 적지 않다.

 

A씨는 “투자는 계속 하고 있지만 소득의 상당 부분이 대출 상환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 이후에는 용돈 체계로 소비가 제한되면서 자연스럽게 지출 규모도 줄었다. A씨는 “용돈을 받다 보니 씀씀이가 줄었다”고 말했다.

 

일과 가정의 균형 측면에서는 개인시간 확보가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꼽혔다.

 

A씨는 “보통 퇴근 후 귀가해서 저녁 먹고 아이 목욕시키고 놀아주면 하루가 끝난다”며 “아이 생긴 이후에는 개인시간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배우자가 육아휴직 중이어서 평일 육아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주말에는 최대한 육아를 분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A씨는 “한 명은 고정적으로 아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주말에는 최대한 내가 맡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부 간 금전 문제로 갈등은 크지 않은 편이다. 다만 향후 육아비 증가 가능성은 변수다.

 

A씨는 “지금은 대출과 저축을 병행할 수 있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 지출이 늘 것 같다”며 “그때는 용돈을 줄이는 등 방안을 배우자와 함께 논의할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기혼 청년층의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서 주거 문제를 들었다. 이는 직종이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요소라는 것이다. 특히 출퇴근을 고려하면 서울에 거주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고도 토로했다.

 

A씨는 “맞벌이 고연봉이라고 해도 근로소득만으로 집을 사기는 쉽지 않다”며 "출퇴근 시간을 생각하면 서울에 거주하는 게 편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지방에서 자산을 늘려 서울로 올라오는 경로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어렵다”며 “지금 젊은 세대가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도 결국 근로소득만으로는 자산 형성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혼과 관련해서는 완벽한 준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A씨는 “주변을 보면 모든 것을 최대한 준비하고 결혼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론 어렵다”며 “시장 상황이나 정책에 따라 주거 선택도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결혼을 다시 준비한다면 투자와 부동산 공부를 더 일찍 했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청약이나 투자 공부를 더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결혼을 준비한다면 이같은 부분을 부부 간 많이 대화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이후 삶은 분명 더 바쁘고 힘들지만 가족이 주는 만족감은 크다”며 “다만 주거와 자산 문제는 결혼과 동시에 평생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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