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미래가 되는 청년청] ③ "온고지신, 정성이 담긴 빛의 세계"...이진영 피움 대표의 전통공예 이야기

등록 2021.03.22 00:00:00 수정 2021.10.07 16:30:13
강정욱 기자 kol@youthdaily.co.kr

"전통문화 소개자에서 공급자로"...나전칠기 입문
다양한 제작과정..."반복 작업을 통해 정성 쏟아"
"옻독에 체질 맞아야"...끈기·흥미도 필요

 

[편집자주] 청년일보는 서울시, 청년허브와 함께 청년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창업과 미래를 향한 도전과 성취의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꿈이 미래가 되는 젊은이들의 삶의 궤적을 하나씩 모아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열정의 산실에서 전하는 연극 이야기...공연예술창작소 호밀 민광숙 대표

 "콘텐츠에 정답은 없다"…프로젝트오지 이연지·오미나 대표 "열정 로테이션"

③ "온고지신, 정성이 담긴 빛의 세계"...이진영 피움 대표의 전통공예 이야기

 

 

【 청년일보 】 고즈넉한 새벽, 한 송이 꽃잎에 비친 달빛이 오묘한 색으로 피어나 향기처럼 퍼져 나간다. 천년의 세월 동안 전해져 내려온 사상과 삶의 여운이 나전칠기 전통공예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보는 이의 마음을 영롱한 빛으로 물들인다.

 

전통공예는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발자취임에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 가는 세상에 적응하기 바쁜 현대인들 사이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신기술보다 덜 주목받고 있다.

 

전통공예의 명맥을 현대에 계승하고 있는 명인들은 젊은 인력들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져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젊은 전통공예가의 가치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 땀과 노력이 담긴 수 많은 손길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가며 청년 전통공예가의 길을 걷고 있는 이진영 피움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전통문화 소개자에서 공급자로"...나전칠기 입문기

 

이 대표가 처음부터 전통공예가로의 꿈을 꾼 것은 아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외국인을 상대로 한 도시민박을 운영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만한 전통문화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한계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전통이 유구한 역사를 기반으로 전승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대표가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도시민박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에서 전통문화의 공급자로 변화하게 됐다.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전통공예 중 나전칠기를 배우게 된 것. 이 대표는 여러 기관을 수소문해 나전칠기를 배웠다.

 

이 대표는 "고려 나전칠기는 우수하다고 찬사를 받았으나 전 세계에 불과 20여 점만이 확인되며 대부분이 미국과 일본의 주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요"라며 "이마저도 일반 공개가 흔치 않아 안타까운 상황이에요"라고 전했다.

 

이 대표가 나전칠기를 배우게 된 구체적 배경과 함께 배움의 과정에서 대면했을 어려움들에 대해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나전칠기 전통공예가의 길을 걷게 되면서) 외국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전통공예가 생소한 분야임을 깨닫게 됐어요"라며 "전통 콘텐츠의 다양화를 위해 작지만 멋스러운 공예품을 제작하고 있어요"라며 전통공예가의 길을 걷는 매력을 전했다.

 

 

나전칠기의 나전은 얇게 간 조개껍데기를 여러 가지 형태로 오려내 기물의 표면에 박아넣어 꾸미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고유어로는 자개박이 또는 자개를 박는다로 표현한다고 한다. 칠기는 옻칠과 같은 검은 잿물을 입혀 만든 물건을 의미한다. 

 

사진에서처럼 다양한 빛깔을 내는 것은 탄산칼슘의 무색투명한 결정이 주성분이기에 빛을 받을 때 프리즘과 같은 색광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과학적 원리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열정과 고민들이 작품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 다양한 제작과정..."반복 작업을 통해 정성 쏟아"


그렇다면 나전칠기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될까.

 

이 대표는 "먼저 어떠한 소지(도자기, 금속, 나무, 종이 등)에 칠을 할 지 정해요. 이후 어떠한 기법(칠화, 나전, 시회, 교칠, 마블링기법 등)으로 장식을 할지 계획해 기법에 맞는 디자인을 한 뒤 작업을 시작해요"라며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또 이 대표는 "작품의 종류, 적용 기법의 종류, 작업자의 기준에 따라 완성되는 시간은 제각각이에요"라며 "간단한 기법으로 제작하는 옻칠 제품이라도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요"라고 전했다.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나무 식기에 옻칠을 하면 최소 7회 이상 최대 20회까지 옻칠을 한다고 한다. 또한 옻칠은 특정 환경에서만 건조가 돼서 칠건조장(칠장)도 필수다.

 

칠장에서 건조한 후 표면의 상태를 확인해 사포로 다듬고 또다시 칠을 해 건조해야 한다. 반복 작업을 통한 지속적 정성의 산물이 나전칠기인 셈이다.

 

 

재료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종류가 너무 많다며 예시를 들어줬다.

 

이 대표는 "수많은 재료 중에 자개만을 보면 먼저 작품의 디자인에 맞는 자개를 선별해요. 자개도 종류가 많기 때문에 도안에 어울리는 색감과 무늬를 가진 자개(색패·뉴질랜드패·멕시코패·진주패·야광패 등)를 선택하고, 염색을 해 더 다양한 색감을 표현하기도 해요"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옻을 다루는 다양한 기법을 최대한 많이 시도하는 것이 나만의 작업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라 생각해요"라며 "최대한 많은 기법을 시도하는 중이에요"라고 전했다.

 

이는 이 대표의 전통공예가로서의 가치관과도 연결된다.

 

이 대표는 "전통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시대 변화에 맞춰 옛 것을 바탕으로 새것을 창조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며 "지속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작해 전통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 거죠"라고 전했다.

 

이 대표가 추구하는 방식은 소통을 내재하고 있다. 비단 소비자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소통 뿐만이 아닌 시대를 이어져 내려온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라고도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수작업 이외에도 제작 기간의 단축을 위해 기계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제작 과정에서도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옻칠을 천연안료와 섞어 색옻칠을 만들때 교반을 해주는 기계를 사용하거나, 사포 작업을 할때 기계 사용이 있어요. 최근에는 자개를 가공할 때 레이저 커팅기를 활용하기도 해요. 주로 자개가공을 위해 레이저 커팅기를 많이 써요"라고 전했다.

 

나전철기를 배우는 기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짧게는 몇 달 후부터 스스로 작업을 시작할 수는 있으나 변수가 많은 옻칠은 이후에도 수많은 배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이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 긍정적 자세..."실패 속에서도 새로운 배움이 있어"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추구하고 있는 이 대표에게도 어려움은 존재한다. 이 대표는 피움을 혼자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하루에 생각할 것들이 수십 가지가 넘어요. 한 번에 수많은 일들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중간에 터지기 때문에 계획과 일정이 틀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해요"라고 전했다.

 

또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느 하나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라는 생각을 할 때가 더 많아요"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대표는 이러한 난관을 긍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대표는 "무지에서 조금씩 채워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만족할 만한 결과들이 나올 거라 믿고 일의 흐름을 유지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또 "새로운 데이터가 생겼다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결과물이 좋지 않아 수정을 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도 새로운 배움이 있거든요"라고 답했다. 

 

◆ "옻독에 체질 맞아야"...끈기·흥미도 필요

 

이 대표는 나전칠기 공예가의 길에 흥미가 있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일단은 체질이 맞아야 해요. 옻독이 오른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거에요. 옻은 예로부터 몸에 좋은 약재로 알려져 왔지만 건조되기 전 옻의 원액이 피부에 닿으면 옻독이 오를 수 있어요"라고 조언했다.

 

옻산(옻나무의 껍질에서 나는 옻의 주성분)이라는 옻의 성분이 접촉성 알레르기 피부염을 일으킨다고 한다. 장갑을 착용하고 조심해서 작업을 진행 하지만, 늘 옻 원액을 다뤄야하기 때문에 옻독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접촉하지 않고 근처에만 가도 반응이 오거나 건조가 완료된 칠기 작품을 만져도 옻이 오르는 심한 경우도 있어요"라며 "작업을 오래 한다고 내성이 생기지는 않기 때문에 체질상 옻이 받지 않는다면 작업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작품이 완성되는 오랜 시간 속에서도 작품 활동의 의욕을 증진시킬 수 있는 흥미 요소를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과정을 작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들에 주목하면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어요"라며 노하우를 전했다.

 

이 대표는 현재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톡 등을 판매 중이다. 전통공예에 대한 접근성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소품에 나전칠기를 접목하게 됐다.

 

 

◆상상을 자극하는 정보의 나눔...청년 작가들의 공유 커뮤니티 생성

 

이 대표의 향후 목표는 젊은 전통공예가들의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작가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상상으로 그치지 않고 현실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요"라며 "서로 다른 분야의 공예가들이 정보 공유를 통해 전혀 새로운 예술작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상호인 피움에 담긴 의미에 대해 "옻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색이 점점 밝아지면서 몇 년 후에야 본연의 색을 찾는데 이를 '옻이 핀다'라고 표현한다"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꽃이 피듯 빛과 광택이 살아나는 매력적인 옻과 같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성장해 나가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피움에 담긴 뜻처럼 이 대표가 전통공예가로서 본연의 색을 찾아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 년간 전통공예의 길을 걸어온 명인들도 이 대표가 만든 전통공예가 커뮤니티에서 성장하는 후학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청년일보=강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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