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 단상(斷想)] 개와 늑대의 시간...경계의 확장과 모호성

등록 2023.01.14 18:46:21 수정 2023.01.14 18:46:43
전화수 기자 aimhigh21c@youthdaily.co.kr

 

【 청년일보 】석양이 하늘과 바다의 경계에 다다를 즈음 색감을 표현하기보다 상상에 맡기는 것이 더 아름다울 것 같은 황혼이 조용히 가슴 속에 스며든다.

 

황혼 빛에 물든 파도가 서서히 다가와 일몰이 주는 감흥을 전할 때 느낄 수 있는 어둑함의 시간을 프랑스에서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부르기도 한다.

 

선잠을 자고 일어나 눈을 비비며 바라본 곳에 자신을 향해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내가 기르는 개인지, 나를 해하려 오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모호함으로 가득한 경계의 시간을 의미한다.

 

시선을 돌려 정치의 영역에서도 이 같은 개와 늑대의 시간은 우리 곁에 찾아와 모호함 속의 경계를 들여다보게도 한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말이다. 

 

경선을 앞둔 정치권의 행보는 특히 그렇다.

 

어느 영화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이 조금 과장된 상황으로 묘사한다면 분명 나를 지지해 표를 던져줄 것이라 확신했던 이들의 표가 상대 후보에게 같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일 수 있겠다.

 

대통령실과의 불협화음 속에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되면서 새 정부의 첫 장관급 인사 해임건으로 기록됐다. 

 

정가에서는 이른바 '친윤 저격' 논란을 낳은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나 전 의원의 SNS 글도 이 같은 해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의 저출산위 부위원장 사의 표명에 사임이나 '해촉'(解囑)이란 표현이 있음에도 해임이란 강경한 어조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나경원 전 의원측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성한 김기현 의원에 대해 의심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에서 가장 먼저 당대표 경선에 나선 김기현 의원은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경북 출정식 후 기자들에게 "당심과 민심이 저에게 몰리고 있는 결과가 수치로 나타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나 의원측 의혹 제기와 관련 "정치인은 항상 국민과 당원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살피고 그 민심의 흐름을 존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당 지도부를 뽑는 이유에 대해서도 자기출세, 대선을 위한 발판 등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잘 뒷받침하라고 뽑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을 위한다고 하며 어긋난 길로 가고 또는 대통령과 척지는데 당 대표를 잘못 뽑아 대통령과 엄청난 갈등을 겪었던 과거를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된다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 함축한 의미는 모호성으로 대별되는 가치의 경계가 불분명한 상황을 의미한다. 

 

정치의 영역에서 특히 경선을 앞두고는 이른바 피아 식별이 보다 용이해지기 때문에 이 같은 모호함 속에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다만 모호함의 경계를 확장해 경선에서의 승리보다 경선 후 국민을 위한 정치의 효능감으로 시선을 돌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이미 개와 늑대의 시간이 지나 선택이 아닌 평가의 영역에서는 정치적 수사로 치부될 수 있는 메시지보다 국정 전반에 대한 국민의 평가와 판단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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