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민생 없는 민생정치...사법리스크와 제궤의혈(堤潰蟻穴)

등록 2023.03.23 12:23:09 수정 2023.03.23 13:49:08
전화수 기자 aimhigh21c@youthdaily.co.kr

 

【 청년일보 】 최근 한 주류회사의 맥주 상표와 관련 이름에 적시된 성분이 들어있지 않아 과장광고라는 식약처의 지적이 나왔다. 해당사가 이의를 제기해 두고 봐야겠지만 붕어빵에 꼭 붕어가 들어가야 할까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정치권에서 민생없는 민생정치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조짐이 보여 이목이 집중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지난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과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부의 불구속 기속에 대해 정치탄압이라 규정하면서 이 대표의 당대표직을 유지토록 했다.

 

사법리스크로 인해 민생을 강조해 온 이 대표와 민주당의 민생행보에서 정치적 본연인 민생에 대한 책임정치가 차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생만 생각해도 시간이 모자랄 시기에 사법리스크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이 대표는 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주민센터를 찾아 지역사랑 상품권을 주제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하며 민생 행보를 재개했다. 전날 오전 검찰의 기소 소식이 알려진 뒤 7시간 여 만에 열린 당무위가 '기소 시 당직 정지' 당헌의 예외를 인정하기로 한 만큼 사법 리스크의 한 고비를 넘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더욱 우려되는 것은 사법리스크에 따른 민주당의 내홍이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오후 박홍근 원내대표 주재로 당무위원회를 열어 이 대표 기소를 부당한 정치 탄압이라고 판단한 최고위원회의 유권해석을 인정했다. 아울러 이 대표에 앞서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지난달 23일 기소된 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에 대해서도 당무위는 같은 결정을 내렸다.

 

친명과 비명의 갈등은 차치하고, 비명 성향의 권리당원들이 기소된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시켜 달라는 내용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것이란 소식도 들린다.

 

정가 일각에서는 분란의 근원이 된 민주당의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되, 해당 수사가 정치보복으로 인정되면 당무위 의결로 이를 취소한다'는 내용이 담긴 당헌80조도 그 배경에 대해 검찰의 기소가 예정된 수순인 상황에서 선견지명이라는 웃지 못할 해석도 회자되는 상황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당무위 후 기자들에게 "모두가 예상한 상황이라 오래전부터 기소되면 신속히 당무위를 열어 의결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검찰의 정치적 탄압임이 너무나 명백하고, 탄압 의도에 대해 당이 단결·단합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응천 의원은 23일 라디오에서 '기소 당일 당무위가 열린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라는 물음에 "철통같은 태세"라며 "전반적으로 과유불급"이라고 밝혔다.

 

당헌 80조 1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무총장은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고 돼 있고, 3항은 '1항에도 불구하고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당무위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 규정했다. 

 

직무가 정지되지 않았는데도 3항을 적용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절차적 정당성마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상황에 당내 내홍이 깊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사법적 판단이 남은 상황에서 예단할 수 없지만, 그 결과와 상관없이 내홍으로 인한 당내 갈등과 함께 민생정치가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내부 분열이 당의 발목을 잡으며 이 대표의 리더십의 균열을 더 크게 만드는 모양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를 유발한 공소장에서 제외된 428억원 뇌물 약정 의혹과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특혜 의혹 등 이 대표가 수사선상에 오른 잇단 사건들이 남은 탓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한동안 가중 될 전망이다.

 

민생없는 민생정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사법리스크에 따른 민주당의 내홍이 제궤의혈(堤潰蟻穴)이란 사자 성어를 생각나게 한다. 무릇 거대한 정치적 신념으로 쌓은 거대한 방죽도 개미구멍 하나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46년 미국을 방문한 처칠이 철의 장막을 언급한 순간, 당시 소련이 허망하게 무너질 것이라고 예견한 이들은 얼마나 됐을까.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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