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1분기 실적리뷰] 보험사, IFRS17 도입 후 최대 실적 달성...'CSM' 신뢰성 논란 '증폭‘

등록 2023.05.21 09:00:00 수정 2023.05.22 10:56:21
성기환 기자 angel1004@youthdaily.co.kr

1분기 전체 보험사 순이익 7조원 육박....지난해 1년 간 올린 실적(9.2조원) 76%에 달해
일부에선 "새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 실적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금융당국 "손해율·유지율 등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 제시하겠다"

 

 

금융권의 2023년도 1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됐다. 글로벌 경기둔화 및 미 은행시스템의 불안감 지속, 국내 기준금리 동결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사는 올 1분기 양호한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이에 은행·증권·보험을 비롯한 금융권의 1분기 실적을 리뷰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경기침체 불안감 속 은행 '선방'...카드업계·저축은행은 '울상'

(中) 증권사 1분기 '호실적'...'CFD·부동산PF' 리스크에 2분기는 '글쎄'

(下) 보험사, IFRS17 도입 후 최대 실적 달성...'CSM' 신뢰성 논란 '증폭‘

 

【 청년일보 】 국내 보험사의 1분기 실적발표가 지난주로 마무리됐다. 올해는 새 회계제도인 IFRS17 첫 적용으로 그 어느 때 보다 관심이 집중됐다.

 

IFRS17 핵심은 보험계약 부채를 판매시점의 기초율이 아닌 평가시점의 원가율과 금리 등을 반영해 시가로 평가해 회계처리한다는 점이다. 신계약비도 이전에는 최대 7년에 걸쳐 상각했지만, 보험기간 전 기간에 걸쳐 비용으로 나눠 인식하게 된다.

 

이에 올해부터는 특정 보험사가 보유 중인 보험계약의 미실현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지표인 CSM(보험계약마진)이 중요해졌다. CSM은 기본적으로 회계상 부채지만 보험사의 장기 수익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 생보사 빅3, 1분기 당기 순이익 1.6조원...전년동기 대비 약 60% 성장

 

주요 생보사들은 IFRS17이 처음 적용된 올해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손보사들과 마찬가지로 회계기준 전환에 따른 효과를 봤다.

 

생보사 빅3인 삼성·한화·교보생명의 1분기 당기 순이익(연결 지배주주지분 순이익 기준) 합계치가 1조6천29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에 기록한 1조200억원 대비 59.8% 증가했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연결 지배주주 당기 순이익은 7천68억원으로 전년 동기 2천684억원에 비해 163.4%나 증가했다.

 

삼성생명의 1분기 보험서비스 순익은 3천837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3천914억원 보다 2% 줄었으나, 투자 서비스 순익은 지난해 1분기 2천769억 적자에서 올해 1분기 2천99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1분기 실적에 대해 "투자 서비스 부문에서 전년에 비해 기저효과 같은 것은 있었고, 회계제도가 바뀌면서 플러스 요인이 발생된 게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도 전년 동기의 2천727억원에서 5천3억원으로 2배 가까이(83.5%) 증가했고, 한화생명도 올 1분기 순이익이 4천2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11.8% 감소했지만, 전기 대비로는 무려 997.1% 늘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효과와 신계약 확대로 보험 영업 수익이 증가했고, 최근 금리 하락에 따라 투자 수익이 개선된 점이 1분기 순익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 상위 5개 손해보험사, 분기 순이익 첫 2조원 돌파

 

국내 5개 주요 손보사의 1분기 당기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보험영업의 실적 호조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에도 안정적인 자동차보험 손해율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새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으로 손보사들이 순이익 확대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을 주요 자산으로 보유한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다만 삼성화재·메리츠화재·KB손보는 새 회계제도 도입 등으로 실적이 개선된 반면, DB손보와 현대해상은 손해액이 증가하면서 순익이 다소 감소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의 전체 당기 순이익은 2조1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조8천820억원 대비 6.9%(1천294억원) 증가한 수치다.

 

손보사의 호실적 전망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특히 저축성 보험 보다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높은 보장성 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손보사가 회계기준 변경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 1분기 삼성화재는 전년 대비 16.6% 증가한 6천133억원의 연결기준 당기 순이익을 올렸다. 주요 손보사 가운데 6천억원대 분기 순익을 보인 건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또 삼성화재의 영업이익은 8천33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했고, 매출은 5조3천389억원으로 15.3% 늘었다.

 

메리츠화재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4.5% 증가한 4천47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4.1% 증가한 5천546억원, 매출은 17.7% 증가한 2조7천30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KB손보는 올 1분기 전년동기 대비 25.7% 증가한 2천538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거뒀다. 어린이보험과 운전자보험 등 장기보장성 상품의 경쟁력 확보와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점이 실적 개선으로 연결됐다는 평가다.

 

반면 DB손보는 1분기 순이익이 4천6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0%(774억원) 감소했고, 영업이익 역시 5천33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2%(1천185억원) 줄어들었다. 

 

DB손보 관계자는 "상해와 2대 진단비(뇌·심장), 호흡기질환 등 장기보험 손해액이 예상치를 넘었다"며 "아울러 고금리 영향으로 투자 손익은 1년 전보다 감소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대해상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5% 감소한 3천336억원, 영업이익도 9.5% 감소한 4천431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7.4% 증가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영업이익은 일반보험에서 일부 고액사고 건과 호흡기질환 확산으로 인한 실손 손해액 증가로 전년 대비 9.5% 감소했다"며, "당기 순이익은 일반·장기·자동차 전반의 손해액 증가에 따라 보험손익이 감소한 영향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고 말했다.

 

 

◆ IFRS17 신뢰성 논란 지속...금융당국, 뒤늦게 제도개선에 착수

 

새 회계제도 도입과 맞물려 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에만 순이익이 7조여원을 기록해 은행권을 넘어선 역대급 실적을 거두자 IFRS17을 둘러싼 부풀리기 의혹 등 각종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보험계약마진(CSM)이 수익성 지표로 새로이 도입됐는데,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손해율, 해약률 등 계리적 가정을 기초로 CSM을 제각각으로 산출하면서 지표의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주요 보험사의 CSM은 삼성화재가 12조3천501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DB손보(12조1천억원), 삼성생명(11조3천억원), 한화생명(9조7천억원), 현대해상(8조7천855억원), KB손보(8조1천9백억원), 교보생명(5조997억원) 등 순이었다.

 

이에 차수환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 11일 23개 보험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간담회를 열고 이달 중 손해율 등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하기도 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에 첫선을 보인 CSM이 생보·손보업권 및 보험사별로 지나치게 편차를 보인다는 점과 함께 그 증가분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보였다.

 

한 보험계리 전문가는 "최근 많은 보험사가 CSM 수치를 끌어 올리기 위해 단기납 종신보험, 무·저해지상품 및 100세 만기 어린이보험 등에 판매 드라이버를 걸었다"며, "시중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하고, 경기침체 등으로 당초 산출가정 대비 유지율 하락 및 보험시장 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 등으로 총 CSM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성기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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