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대장정' 우리은행 조병규號 출범...내부안정화·실적확대 등은 당면 과제

등록 2023.05.26 17:23:10 수정 2023.05.26 23:58:54
이나라 기자 nrlee@youthdaily.co.kr

'한일 vs 상업' 20년 파벌 청산...내부 안정화 도모
실적 확대 관건...지주·은행 간 시너지 여부도 눈길

 

【 청년일보 】 약 2개월 간 이어진 우리은행장 선임 레이스 끝에 조병규 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제 11대 우리은행장에 내정됐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직후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를 언급하며, 외부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선임 과정에 포함하는 등 보다 객관적인 방법으로 새 은행장을 선임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다만 새롭게 도입된 우리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으로 선임 과정이 당초보다 한 달 이상 길어진 점을 고려할 때, 새로이 우리은행장에  수장에 오른 조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 20년 이어온 파벌...내부 안정화 숙제

 

26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열고 조병규 우리은행 개인그룹장(부행장)을 새 우리은행장으로 최종 선임했다.

 

조병규 내정자는 1965년생으로 관악고와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 후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우리은행 강북영업본부장, 준법감시인,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3월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번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새 은행장 후보로 한일은행 인사 2명, 상업은행 인사 2명이 추천되는 등 2대2 대결 파벌 구도가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과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이 모두 한일은행 출신이었던 것을 고려할 때, 차기 우리은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 유력하지 않겠냐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이는 지난 2000년 우리은행(당시 한빛은행) 출범 당시 한일은행과 산업은행이 대등한 조건에서 합병이 이뤄진데 따른 것으로, 합병 이후부터 줄곧 우리은행장은 한일과 상업은행 출신 인사가 번갈아 역임해왔다.

 

물론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에 통합 세대 1기가 선출되는 등 현재 직원들의 경우 특정 은행 소속이라는 인식이 많이 희석됐지만, 아직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아직도 은행장 등 주요 보직 선임에 있어 출신 은행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은행권 관계자들은 조 내정자가 취임 직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우리은행 내부 간극을 해소함으로써 내부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선임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났듯이 우리은행은 여전히 한일과 상업은행 간 파벌이 존재한다"며 "이에 따라 조병규 내정자가 하루 빨리 내부 안정화에 돌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2달 가까이 걸린 선임 과정 동안 이원덕 행장이 업무를 수행했다 하더라도 퇴임이 앞둔 기존 은행장이 새롭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경영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내부를 빨리 추스리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은행 실적 확대 '최우선'...지주·은행 간 시너지 여부도 '눈길'

 

임종룡 회장이 취임 후 '지주는 전략, 자회사는 영업'을 경영 방침으로 내세운 만큼, 조병규 신임 행장의 은행 실적 확대 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손꼽힌다.

 

우리은행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8천595억원으로 준수한 실적을 시현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가장 큰 경쟁자로 거론되는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9천707억원)에 현저히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의 확대는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은 전체 이익의 10.3% 수준으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더욱이 가장 가까운 경쟁자인 하나은행(13.6%)과도 3.6%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 역시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가 절실한 대목으로 거론된다. 

 

다만 조 내정자의 경우 본점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대기업심사부장, 강북영업본부장을 거쳐 기업그룹 집행부행장에 이르기까지 기업영업 부문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기업 영업통'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기업금융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임종룡 회장이 경영 전략과도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조병규 내정자가 내부 출신 인사인 만큼, 한번도 호흡을 맞춰본 적 없는 외부출신 임 회장과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할 부분으로 여겨진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경우 그룹의 1인자와 2인자를 맡고 있는 만큼, 은행장 자리는 지주 회장과 합을 맞춰온 인물이 주로 선임되어 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과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은 한일은행 시절부터 업무를 함께 해온 두터운 관계로 알려져 있으며, 정상혁 신한은행장 역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은행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다만 조 내정자의 경우 실제로 심층면접을 진행했던 외부전문가들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성향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에 많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물론 10년 이상 알고 지내온 2인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맡을 경우 물론 오랜 호흡에서 오는 장점이 존재하겠지만, 대외적으로는 자기 사람 챙기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반면 이번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은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서 "자추위 역시 임 회장과 가장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인물로 조 내정자를 선발한 만큼, 두 사람의 호흡에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종후보자로 추천된 조 내정자 역시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명가(名家) 부활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며, 임종룡 회장님과 함께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조 내정자는 7월 3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직후 공식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며, 뒤이어 공석이 되는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도 우리금융 자추위를 통해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49길 23, 415호 (양평동4가, 아이에스비즈타워2차)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편집국장 : 성기환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