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관심 증가"…유통가에 부는 '동물보호·인식개선' 바람

등록 2023.06.27 08:00:00 수정 2023.06.27 08:00:04
오시내 기자 shiina83@youthdaily.co.kr

동물 삶의 터전 복구…유기동물 보호·입양 지원
화장품 업계 인공 세포·피부로 동물실험 대체

 

【 청년일보 】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가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비율은 25.4%로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동물과 함께 거주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동물권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속의 여론'이 지난해 5월 발표한 '동물권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8세 이상 남여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9%가 '동물에게도 기본권이 있다'는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권은 인권을 확장한 개념으로 비인간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닌다는 개념이다. 


이같은 인식 변화에 유통가에서는 동물 보호 활동, 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 등에 앞장서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 동물에게 돌려주는 삶의 터전

    
'바다의 날'이었던 지난달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동물권행동 카라, 핫핑크돌핀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와 일부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해양포유류 보호시설 바다쉼터 마련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체험과 공연을 위해 수족관에 갇혀 있는 고래류의 실질적인 보호 방안으로 해양포유류 생츄어리(sanctuary)인 ‘바다쉼터’ 조성을 정부에 요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바다쉼터는 인간으로 인해 야생성을 잃은 수족관 고래류뿐만 아니라 좌초·표류된 해양포유류의 치료·회복·재활 등을 도와 건강한 상태로 원래 거주하던 자연으로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는 이날 토론회를 "비인간인격체로서의 고래류 보호와 인간의 책임, 나아가 지속가능한 공존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언급했다. 


LG생활건강이 전개하는 '생물다양성 보전 사업'은 인간에 의해 생활의 터전을 잃어가는 야생동물들을 보호하고 인간과 비인간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이다. 


그 일환으로 LG생활건강은 수달 서식지 보호 활동과 새들의 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협력해 서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 '수달배움터'를 조성한 것에 이어, 지난달에는 한강의 대표 지류인 중랑천(36.5㎞)을 중심으로 '수달 보금자리'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지정한 철새보호구역 중랑천은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을 비롯해 돌고기, 큰납자루 등 다양한 토종어류가 살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에는 하천 생태계가 안정되면서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에게 따르면 현재 중랑천에서 관찰되는 두세 마리의 수달 개체군은 다른 집단일 가능성이 크며 최소 다섯 마리 이상의 수달이 중랑천 유역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수달이 주로 이동하는 동선 일대를 수시로 정화하고, 수달이 거주할 수 있는 인공 집을 설치하는 등의 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청년일보에 말했다. 


더불어 LG생활건강은 지난달 31일 야생 새들의 보금자리를 복원하기 위해 울산시 북구 양정동에 '새들의 공원'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공원 내에 새들이 안전하게 번식할 수 있는 인공 새집을 설치하고 시민들이 안정적으로 물과 먹이를 공급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 유기동물 보호…입양 기회 마련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증가, 동물권 관심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회적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앞서 언급한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자의 22.1%가 양육을 포기하거나 파양을 고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으로는 '물건훼손·짖음 등 동물의 행동문제'가 28.8%로 가장 많았으며, '예상보다 지출이 많음'(26.0%), '이사·취업 등 여건의 변화'(17.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2 유실·유기동물 분석'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거리로 나온 동물은 11만2천226건이었다. 2019년 13만3천513건에 비해 2만1천287건이 감소한 수치이기는 하나, 여전히 매년 11만 마리 이상의 동물이 소유자 등의 부주의 또는 고의적 유기로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동물유기는 동물 학대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과 부담의 전가라는 문제도 유발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연도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실·유기동물 보호를 위해 소요된 예산은 2019년 231억9천7백만원에서 2021년 297억4천만 원으로 2년 사이 28% 이상 증가했다. 

 

동물유기를 은폐하기 위해 타지역, 특히 감시의 눈길이 느슨한 비도시지역에 원정 유기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도시지역의 동물이 비도시지역으로 버려짐으로써 해당 동물의 보호에 대한 비용이 전가되는 현상도 발생한다. 


특히 비도시지역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재정적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식 개선을 통해 한때 가족이었던 반려동물이 버려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가족을 잃은 반려동물이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쿠팡 소속 임직원들이 동물보호소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쿠팡은 지난 3월 유기견을 지원하는 쿠팡 동호회 '유기타팡'이 2018년 결성 당시부터 현재까지 5년간 전국 여러 유기견 보호소에 기부한 금액이 1억원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10명에서 시작해 현재 150명으로 늘어난 '유기타팡' 회원들은 쿠팡에서 지급하는 동호회 활동비 1만원과 회비 1만원을 포함, 회원당 월 2만원씩 모아 전국 유기견 보호소 100여 곳에 병원 치료비 등을 기부해 왔다. 


또한, 유기타팡 회원들의 도움으로 치료한 강아지들 일부는 현재 국내외에서 입양돼 새로운 가족을 찾았다. 


쿠팡 관계자는 "지금도 유기타팡은 활발히 활동 중"이라며 "매월 1회 유기견 보호소를 방문해 강아지 산책 등에 동참하고 있으며 동아리 내 굿즈 제작 등을 통해 결속도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 화장품 업계 인공 세포·피부로 동물실험 대체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화장품 동물대체시험법 가이드라인' 2건을 추가 발간했다. 식약처는 지난 2007년 처음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며, 꾸준히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 있다. 


당시 식약처가 발간한 '인체피부모델을 이용한 광독성 시험법'은 인체의 피부와 생화학적·형태학적으로 유사한 인공 3D 인체피부모델을 이용하는 것이며, '화학적 (In chemico) 피부감작성시험'은 단백질 성분 중 하나인 시스테인(cysteine)을 함유한 인공 펩타이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보다 앞서 지난 2020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기술동향브리프 '동물대체시험법'을 발간하고 동물에 대한 윤리 의식 확산과 동물실험 결과의 인체적용 한계로 인해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도입이 강조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르면 동물실험은 윤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동물과 사람의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동물실험을 통한 연구 결과를 인체에 재현하는데 한계가 있고, 이로 인해 실험결과를 정확하게 해석·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화장품 동물대체시험법이 발간된 초기부터 일찍이 화장품 업계에선 제품 안정성·유효성 확인을 위해 자행됐던 '동물실험'을 근절하고자 인공 피부·세포의 개발과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8년 동물실험 대체 기술로 인공 피부에 주목, 10여 년간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끝에 화장품의 피부 색소침착·노화·장벽·재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 과정에서 동물실험대체시험법 관련 논문 59편을 발표, 특허 15건을 출원 및 등록했다"고 청년일보에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새로운 인공피부 모델과 평가 기술 개발을 통해 인공피부의 활용 영역을 지속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LG생활건강 역시 동물실험을 전면 배제하고 화장품 안정성 평가에서 인공세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욘드'를 중심으로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100만 서명 운동' 등 대대적인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을 전개하며 동물실험 중단을 선언했으며, 이후 적용 브랜드와 제품을 꾸준히 확장해 나가는 추세다. 
 


【 청년일보=오시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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