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디폴트옵션(下)] "퇴직연금 시장지위 하락 우려"...보험권, 가입자 방어에 '분주'

등록 2023.07.02 08:00:00 수정 2023.07.02 08:00:08
성기환 기자 angel1004@youthdaily.co.kr

보험권, 확정급여형(DB)에 집중...적립금 규모 점점 ‘축소’
향후 고성장 에상되는 DC형과 IRP 가입자 확대 '필수'
"가입자 개개인에 적합한 자산관리서비스 제공해야"

 

지난 2021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디폴트옵션 제도가 이달 12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IRP)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되면서, 퇴직연금 사업자 간 가입자 유치경쟁이 치열히 펼쳐지고 있다. 이에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은행, 증권, 보험권별 대응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퇴직연금 고객 뺏길라"...은행권, 경쟁력 확대 총력

(中) "수익률은 우리가 최고"...증권가, 퇴직연금 유치에 '만전'

(下) "퇴직연금 시장지위 하락 우려"...보험권, 가입자 방어에 '분주'

 

【 청년일보 】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가 이달 12일부터 정식으로 시작된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2021년 12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7월 1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금융회사 전산시스템 구축, 규약 변경 및 가입자 안내시간 등을 고려해 1년간 제도 시행을 유예했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IRP: 퇴직이나 이직시 받은 퇴직금을 보관, 운용하는 개인의 퇴직금 전용계좌) 퇴직연금 가입자가 퇴직 적립금을 운용방법을 선택하지 않으면, 사전에 지정한 기본값(디폴트)에 따라 퇴직연금이 자동적으로 운용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의 장기투자에 적합한 원리금 보장상품과 펀드상품 등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 ▲원리금 보장상품 ▲타깃데이터펀드(TDF),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인프라펀드, 사회간접자본(SOC)펀드, 밸런스펀드(BF) ▲원리금 보장상품과 펀드를 혼합한 포트폴리오형 등이다.

 

DC형과 IRP 가입자는 정부가 정한 디폴트옵션 상품 중 하나 이상을 사전에 선택하게 된다. 기존에 가입한 상품의 만기가 돌아와 가입자에게 알렸지만, 한 달간 특정 운용지시가 없으면, 2주간 시간을 부여하고 그 이후에도 지시가 없으면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운용된다.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41개 금융회사가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279개 디폴트옵션 상품 중 21개 사업자의 135개 상품이 실제 판매, 운용 중이다. 1월부터 약 3달간 25만명이 가입했고, 약 3천억원의 퇴직연금 자산이 적립됐다. 운용 중인 상품 3개월 수익률의 평균은 약 3.06%(연환산 시 12.41%)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사업자별로 디폴트옵션의 적립금 규모는 KB국민은행이 제일 많았다. 그 뒤를 이어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미래에셋증권 순으로 나타났다.

 

◆ 퇴직연금의 전통적 강자 '보험권'...적립금 규모 점점 '축소'

 

이달 12일부터 디폴트옵션의 본격 시행으로 가입자 유치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시장지위 유지를 위해서는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시장에서 보험업계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업계와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다소 늘어났지만, 유일하게 보험업계만 감소했다.

 

2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 포털에 따르면,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의 전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올 1분기 기준 338조3천89억원 규모다. 이는 직전 분기(331조5천291억원) 대비 2.05% 증가한 수치다.

 

금융권별로 살펴보면 은행업계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74조8천422억원으로, 시장점유율 51.68%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이어, 보험 86조5천829억원(시장점유율 25.59%), 증권 76조8천838억원(22.73%) 순이었다.

 

금융권 가운데 보험만이 유일하게 직전분기 보다 적립금 규모가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보험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86조9천929억원으로, 올해 1분기 들어 0.47% 소폭 감소했다. 반면, 은행권은 지난해 4분기(170조8천243억원)에 비해 2.35% 증가했고, 증권사는 73조7천119억원에서 4.30% 늘며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최근 보험권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이나 증권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면서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적립금 이탈 속도가 더욱 빨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보험권에서 높은 수익을 원하는 고객들이 투자형 상품에 강점을 보이는 증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의 도입 취지가 수익률 제고에 있는 만큼, 아무래도 보험권의 퇴직연금 자산이 금융투자업계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 삼성생명, 상품경쟁력 강화 및 전담센터 설치...퇴직연금 방어에 '총력'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44조5천146억원으로 43개 퇴직연금 사업자 중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디폴트옵션 시행에 대비해 삼성생명은 지속 성장하고 있는 DC/IRP 시장의 수익률과 고객 편의성 제고를 위해 전담 사업부(DC/IRP 사업부)를 두고 DC/IRP 가입자를 전담 관리하고 있다. 현재 5개 부서로 구성되어 있는 DC/IRP 사업부는 전사 PB조직과의 연계를 통해 가입자가 퇴직연금 상품 외 투자, 보험, 은퇴설계에 이르기까지 원스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도 구축했다.

 

DC/IRP 가입자는 본인의 판단에 따라 투자상품을 결정하는 만큼, 가입자가 적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매월 금융시장 전망과 추천펀드, 모델 포트폴리오를 포함한 투자가이드를 배포하고 있다. 또한 매 분기 상품협의체를 통해 퇴직연금 펀드를 평가해 엄선된 추천펀드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고객의 편의성 제고에 힘쓰고 있다. 1:1 방문상담을 원하는 가입자의 경우 DC/IRP 사업부의 가입자별 전담직원과 5천700여 명의 퇴직연금 전문 컨설턴트를 매칭해 지원하는 서비스도 제공하는 등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외 DC/IRP 고객의 퇴직연금 운용 편의성 제고를 위해 ‘삼성생명 퇴직연금’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해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올해 5월에는 삼성생명 퇴직연금 전용 화면을 구축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고객 본인의 퇴직연금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 수익률 관리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가입자 본인이 설정한 상한/하한 수익률에 도달하거나, 손실이 크게 발생한 가입자의 경우 SMS를 통해 안내하는 등 시스템을 통해 고객 수익률 관리에 나서고 있다.

 

 

◆ 교보생명과 삼성화재...모바일 서비스 경쟁력 제고에 '방점'

 

교보생명은 DC형 수익률과 모바일 서비스 경쟁력 제고로 퇴직연금 시장 확대에 나서는 동시에, 고객 중심의 퇴직연금 상품과 서비스 제공으로 디폴트옵션 시행 후에도 차별적인 경쟁력을 가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교보생명은 디폴트옵션에 대비해 모바일 앱 편의성을 제고했다. 디폴트옵션이 DC/IRP형 가입자를 타겟으로 한 만큼 비대면 퇴직연금 관리 절차를 편리하게 바꿨다. 교보생명은 퇴직연금을 비롯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받을 수 있도록 통합 앱도 출시했다.

 

지난해 고객의 퇴직연금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퇴직연금 투자, 운용 관련 컨설팅을 다루는 퇴직연금 콘텐츠도 강화했다. 디지털 환경에 맞게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하는 등 전산시스템에 약 125억원을 투자하면서, 고객만족도 제고를 위해 인터넷 및 모바일 서비스 개선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손해보험사 최초로 2014년에 신탁업 인가를 획득해 보험에 기반한 퇴직연금상품 외에도 신탁을 통해 다양한 원리금 보장상품과 펀드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삼성화재는 2022년 퇴직연금 컨설팅센터를 신설해 선진적인 종합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무·회계·계리·투자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객이 원하는 컨설팅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 보험권, 확정급여형(DB)에 집중...DC형과 IRP 가입자 확대 '필수'

 

국내 퇴직연금 시장규모는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해 2032년 860조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30조원 수준이었던 퇴직연금 시장은 10년 후인 2032년 약 2.6배 수준인 86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제도별로는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은 192조원에서 398조원으로, 확정기여형(DC)이 86조원에서 222조원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58조원에서 239조원이 전망됐다. 주목할 점은 IRP의 성장세(4.1배)가 DB형(2.1배)과 DC형(2.6배)에 비해 두드러지다는 점으로, 지난해 말 전체 퇴직연금의 17.2%를 차지한 IRP는 2032년 27.8%까지 비중을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고연령층 인구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이직자와 은퇴자의 비중이 높은 IRP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험권의 퇴직연금은 DC형과 IRP시장 보다는 DB형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올 1분기 기준 보험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DB형이 69조7천45억원으로 DC형(13조2천447억원)과 IRP(3조6천337억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가운데 은행과 증권업계에 비해 DC형과 IRP시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보험권의 퇴직연금 사업도 DB형 중심에서 탈피해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DC형과 IRP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의 퇴직연금 관계자는 "솔직히 보험권은 디폴트옵션 시행에 매우 소극적이다. 자칫 디폴트옵션이 흥행에 성공하면, 증권업계에서 원리금 보장형상품을 제외하자는 주장을 다시 제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보험권도 가입자 개개인에 적합한 자산관리서비스로 수익률을 제고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청년일보=성기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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