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디지털혁명이 금융권에서 일어나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은 업무·데이터 효율화 및 새로운 사업모형 구축을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은행, 증권, 보험권의 스타트업 지원과 상호 협력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동반성장의 기회로"...진화하는 은행권 '유니콘' 육성

(中) "발굴·투자·육성까지"...증권업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운영

(下) “신사업 발굴 및 본업 경쟁력 강화"...보험권, 스타트업 협업에 ‘속도’
 

【 청년일보 】 보험사들이 유망 스타트업 육성과 협력방안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저성장·저출산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보험사가 미래 먹거리 확보는 물론 본업 경쟁력을 회복해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다. 새로운 성장동력과 수익원이 필요한 보험사와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글로벌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전략 내지는 디지털 전환이 중요한 어젠더로 등장하면서 이들 스타트업에 대한 보험사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다만, 아직까지 이들 스타트업과의 제휴를 통해 보다 혁신적인 보험상품이나 서비스가 나온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보험권의 활동이 과연 효과적인가라는 의구심을 극복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국내 보험사 최초 사내 스타트업 1호 분사...삼성생명, 스타트업과 동반성장

 

삼성생명은 지난 4월 사내 스타트업 1호인 ‘필라멘토’ 런칭데이를 개최했다. 국내 보험사 중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한 최초로, 보험업계와 스타트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필라멘토는 이미지를 텍스트로 전환하는 OCR(광학 문자 인식) 기술을 활용한 영양제 조합 평가 플랫폼이다. 한번의 촬영으로 복용 중인 영양제를 평가해, 영양제 인식률이 무려 95%를 넘는다. 영양제 조합 분석을 통해 고객 성별·연령별 영양소 과부족 현황, 제품 간 상성, 주의사항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해 7월 베타 앱을 런칭해 다운로드 수 3만, 영양제 조합평가 3만 건을 달성한 필라멘토는 향후 건강식 밀키트 추천 및 판매, 프리미엄 구독서비스 등을 추가해 헬스케어 종합서비스 플랫폼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필라멘토가 벤처 생태계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CVC 투자 등 사업 협력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박준형 필라멘토 대표는 “삼성생명 사내 스타트업 제도를 통해 귀중한 창업 기회를 얻게 되어 감사하다”며, “고객이 영양제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찾는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운영 중인 ‘삼성생명 사내 스타트업’은 임직원들이 직접 주도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혁신 문화를 확산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추진해 혁신을 견인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사내 스타트업은 현재까지 1~4기 8개 팀이 선발되어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5기 공모를 받아 선발팀을 심사하고 있다.

 

또한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증권 등과 함께 ‘스타트업과 함께 금융의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라는 술로건 아래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핀테크를 선도하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삼성금융 오픈 컬래버레이션’도 진행하고 있다.

 

 

◆ 생·손보협회 플랫폼 기업 대상 매칭데이 주도...보험사와 스타트업의 가교역할

 

생명보험·손해보험협회도 보험사와 스타트업 기업과의 가교역할에 적극적이다. 생·손보협회는 지난 5월 31일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펜벤처스코리아와 함께 디지털헬스케어와 금융 간 매칭을 테마로 ‘제3회 디지털헬스케어 수요공급기업 매칭데이’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시니어케어(치매 관리), 맞춤 운동, 근골격계질환 치료, 슬립테크, 구강 케어, 웨어러블로봇, IoMT 등에서 우수한 솔루션을 보유한 유망기업들이 참여했다. ▲로완(치매 예방 프로그램) ▲사운드짐(피트니스 플랫폼) ▲아이픽셀(AI 근골격계 헬스케어) ▲에이슬립(슬립테크 솔루션) ▲엑소시스템즈(디지털바이오마커 분석 솔루션) ▲영앤(AI 치매 예측) ▲투비콘(개인 의료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솔루션) ▲큐티티(AI기반 구강검진 플랫폼) ▲피플앤테크놀로지(지역돌봄 연계 시니어케어) ▲핵사휴먼케어(웨어러블 로봇) 등 10곳이다.

 

보험업계도 매칭데이에 매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생·손보협회는 물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KB손보,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플랫폼 기업의 발표를 경청하고 제휴방안 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 스타트업과의 단순 협력을 뛰어넘어 지분투자까지 활발히 추진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투자하는 보험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교보생명의 디지털 생보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은 펫보험시장 개척을 위해 스몰티켓을 새로운 투자처로 선정하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개발에 나섰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 2월 14일 라이프스타일 인슈어테크 기업인 스몰티켓에 투자를 완료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이번 투자를 통해 신규고객 확보 및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생·손보 통합 상품개발, 신규 서비스 출시 등 디지털 보험사로서 시장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또한 혁신적인 사업모델과 기술을 선점해 미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회를 확보하고, 보험시장에서 독보적인 디지털 보험사로서 한층 입지를 견고하게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스몰티켓은 반려동물 건강관리를 위한 리워드형 애플리케이션 ‘펫핑(Petping)’ 운영사로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맞춤형 보험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강태윤 대표이사는 “이번 스몰티켓 투자를 계기로 양사 간 협력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펫·모빌리티 사업영역에서 추진해 온 스몰티켓의 지속적인 실험과 특화된 노하우에 깊은 신뢰를 갖고 투자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도 2021년 오프라인 중심의 간병시장을 디지털화한 국내 최초의 간병플랫폼인 케어네이션에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90억원을 투자했다. 2013년 ‘보다 좋은 간병문화를 조성하자’는 목표로 개발된 케어네이션의 누적 가입자 수는 약 20만 명에 달한다. 올해 플랫폼 예상 거래금액은 300억원 이상, 매출은 150억원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화재는 지분투자 후 케어네이션과 협업해 간병인배상책임보험과 동행서비스 배상책임보험 등 특화상품도 출시했다.

 

KB생명도 지난 2021년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인 해빗팻토리에 75억원을 투자했다. 해빗팻토리는 보험금 청구·상담이 가능한 원스톱 보험관리 앱(시그널플래너)과 약 7만 명의 보험설계사가 사용하는 ‘시그널플래너 설계사용’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해빗팻토리는 내년 초에 출시예정인 보험상품 비교·추천서비스에도 참여하는 등 유망 스타트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험연구원 손재희 소비자·디지털연구실 실장은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보험사가 미래 신사업 준비나 기존 보험 밸류체인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필요하다”라며, “재무적 자산운용 차원에서도 유망 스타트업 기업의 발굴·육성 및 투자에 보다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청년일보=성기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