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문제 해결에는 인구부가 아니라 유기적인 연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518/art_17461718947134_7c0898.jpg)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는 단순히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직면한 중대한 위기다. 결혼 적령기이거나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에게만 출산의 책임을 묻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절박하다. 결혼과 출산에 관심이 없는 국민이라 하더라도,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상 저출생 문제를 '남의 일'로 외면해선 안 된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머지않아 국가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무엇보다 국가는 실효성 없는 일회성 대책이나 유인책에 기대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저출생의 근본 원인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모두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나라’를 만드는 데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구 정책을 총괄할 전담 부처인 ‘인구부’ 신설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의 필요성이 힘을 얻고 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韓, 저출산·고령화 가속…내년 출생아 수 20만 명도 붕괴 될 듯
(中) 인구부 신설 목소리 커지지만…청년 현실은 여전히 안갯속
(下) 해외는 ‘현장 중심’...한국은 부처 신설보다 ‘정책 연계·법적 기반’이 먼저
【 청년일보 】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구 전담 부처의 설치 논의가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전담 부서 신설 등을 통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담 부처 신설의 당위성 검토와 부처 간 업무 재조정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인구정책과 관련된 법률·제도 정비를 통해 인구 전담 부처에게 정책적 책임성과 안정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저출생 정책 추진과 관련해 다양한 견해와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 일본, ‘아동가정청’으로 저출산 부서 일원화…유럽, ‘현장 중심’ 저출생 정책 연계 추구
4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들의 인구정책 추진 체계와 부처는 정책의 책임성 확보와 현장 중심의 연계를 추구하고 있었다.
일본은 2022년 ‘아동기본법’과 ‘아동가정청설치법’을 제정하고, 2023년 ‘아동가정청’을 설립해 저출산과 고령화 담당 부처를 분리했다.
이후 아동가정청을 중심으로 저출생 정책을 일원화했으며, 다른 부처의 아동 관련 정책에 권고권을 부여해 통합적인 시각에서 정책을 펼쳐나도록 도모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중앙부처인 '노동보건연대부'를 중심으로 장단기 인구정책 계획을 수립·실행하며, 정부와 민간대표로 구성된 총리 산하의 '가족아동고령화고등위원회'는 다양한 인구 정책을 제안·검토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가족수당기금공단(CNAF)은 전국 100여 개의 지역사무소를 통해 ▲각종 수당 지급 ▲보육 관련 서비스 등을 수혜 당사자에게 직접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현장 중심으로 일원화된 재정 지원과 사회서비스 공급을 구성함으로써 효과적인 정책 집행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스웨덴은 보건사회부를 중심으로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포함한 복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보건사회부는 ▲사회복지 ▲보건 ▲사회서비스 ▲노인·사회안전 등의 분야별로 담당 장관을 배치해 각각의 해당 분야를 총괄·감독하게 하고 있으며, 보건복지청과 사회보험청 및 연금청 등 부문별 산하 책임 기관이 세부 정책의 집행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부문별 책임 기관들과의 긴밀한 협력관계 속에서 주민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있다.
◆ “부처보다 연계가 중요”…‘업무 재조정·법적 근거 마련’ 필요
우리나라도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담 부처의 설치 자체에 앞서, 정책적 책임성을 담보하고 유기적인 정책 추진 체계 구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영준 정치행정조사실 행정안전팀 입법조사관은 부처 간 업무 재조정을 통한 전담 부처의 역할 설정과 관련 법률·제도의 정비를 통한 명확한 근거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 조사관은 “관련 부처 간 업무조정 없이 전담 부처 설립 시 업무 중복성과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이 반복될 여지가 있으며, 인구 문제가 ▲보건·복지 ▲교육 ▲고용 ▲지역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부처 간 전면적인 업무 재조정을 통해 업무 영역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인구 전담 부처만의 역할과 권한 설정 및 각 부처의 전문성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 조사관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의 경우 협업의 책무성을 확보할 규정이 없고,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각 과제 단위로 세부 정책이 집행돼 부처 간 역할과 책임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이로 인해 각 부처는 개별 사업을 넘어서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기획·추진하기 어렵다”며, “전담 부처의 ▲업무 범위 ▲권한 ▲부처 간 협력 메커니즘 등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출생 정책 재원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활용…인구부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강화 필요
양성일 고려대 특임교수(前보건복지부 1차관)는 저출생 사업 예산 배분·조정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저출생 사업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양 교수는 “인구부가 심의한 예산액을 기재부가 편성 예산에 충실히 반영하지 않는다면 관련 집행 부처는 예산 심의 절차만 늘어났다는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과감하고 추가적인 재정투자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국세의 20.79%를 전국 시·도 교육청에 자동 배정하는 교부금 규모는 매년 커지지만 학생 수는 매년 줄어 교부금이 남아돌고 있다”며, “인구특별회계를 신설해 교부금 일부를 전입시키고, 이를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한 ‘현금 지급’ 확대에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인구부 신설이 최선의 개편안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존치 및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그간 저고위의 조정 기능이 미흡했다면 그 이유는 대통령실의 낮은 관심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출생 수석 신설을 비롯해 저고위 부위원장을 국무위원으로 임명, 대통령 직속 위원회 상임화, 저출생 관련 법률과 계획의 주관을 저고위로 변경, 저고위로 타 부처의 집행기능 통합·일원화 등을 실시한다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현재의 저고위가 인구부보다 정책조정 역량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견해를 말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