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사망' 급발진 의심 사고 운전자 패소…法 "페달 오조작 가능성 높아"

등록 2025.05.13 16:50:34 수정 2025.05.13 16:50:34
조성현 기자 j7001q0821@youthdaily.co.kr

"사고기록장치 기록 신뢰…차량 전자제어장치 결함 아냐"
브레이크등 점등·변속 등 주장…"제조물 결함 입증 못해"
유족 측 "즉각 항소할 것…진실보다 기업의 논리 선택해"

 

【 청년일보 】 지난 2022년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이도현(당시 12세)군 사망 교통사고와 관련해 제기된 차량 급발진 의심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제조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고는 약 30초간의 이상 가속이 블랙박스에 기록돼 급발진 의혹이 제기되며 사회적 주목을 받아왔다.

 

13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민사2부(재판장 박상준)는 고(故) 이도현 군의 유족이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9억2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쟁점은 차량 전자제어장치(ECU) 결함 여부와 자동 긴급제동시스템(AEB)의 미작동 원인이었다. 유족 측은 차량 ECU의 결함으로 급발진이 발생했고, AEB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기록장치(EDR)에 기록된 '풀 액셀(100% 가속페달 작동)' 상태를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 유족 측의 ECU 결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ECU가 잘못된 명령을 내렸더라도, 가속페달의 물리적 신호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실제 도로 주행 재연 시험에서도 EDR 기록과 유사한 속도 분포가 확인됐고, 사고 당시 모닝 차량과의 추돌이 주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실험의 재현성에도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유족 측은 운전자인 조모(도현 군의 할머니) 씨가 브레이크를 밟았으며, 브레이크등 점등으로 이를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고 당시 차량이 급가속하는 내내 브레이크등이 점등되지 않았고, ECU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제조사 측 주장을 인용했다.

 

변속레버 조작 여부에 대해서도 유족 측은 블랙박스 음향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차량이 D(주행) 상태에서 변속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철컥' 소리 등 다소 상이한 음향에 주목하며 "운전자가 실제로 변속레버를 D-N-D로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AEB 관련해서도 "해당 시스템은 가속페달이 60% 이상 밟힐 경우 작동이 해제되도록 설계돼 있다"며 '풀 액셀' 상태에서는 AEB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시스템 결함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로 착각해 가속페달을 밟았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 사고가 제조사의 차량 결함으로 발생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약 2년 6개월간 이어진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내려진 것으로, 소송 과정에서는 EDR 분석, 실도로 재연 실험, ECU 전문가의 국내 최초 법정 증언 등이 이루어졌다.

 

판결 직후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이도현 군의 부친 이상훈 씨는 "법정에 오기 전 도현이가 잠든 곳을 찾아가 승소 소식을 전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오늘의 판결은 기업 논리에 따른 결과일 뿐 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입증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그 어떤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제조물책임법 개정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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