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6명 중 1명 '외로움' 겪어…매시간 100명·연간 87만1천명 조기 사망"

등록 2025.07.01 09:00:51 수정 2025.07.01 09:00:51
조성현 기자 j7001q0821@youthdaily.co.kr

WHO "외로움·고립, 정신·신체 건강에 영향…'사회적 연결' 강화해야"

 

【 청년일보 】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공중보건 위협이라고 경고하며, '사회적 연결(social connection)'을 건강 정책의 핵심 아젠다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WHO 산하 '사회적 연결 위원회(Commission on Social Connection)'는 30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6명 중 1명이 외로움을 경험하며, 이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매시간 100명, 연간 약 87만1천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 치매, 우울증, 자살 위험을 높이며, 청소년의 학업 성취도 저하와 성인의 고용 불안정, 사회적 신뢰 붕괴 등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반대로, 강한 사회적 연결은 염증 수치를 낮추고, 정신 건강을 강화하며, 수명을 연장하는 등 생애 전반에 걸쳐 건강 증진 효과를 가져온다.

 

WHO는 보고서에서 외로움을 "원하는 사회적 관계와 실제 관계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 고통스러운 감정"으로 정의하고, 사회적 고립은 "객관적으로 사회적 관계가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디지털 기술이 넘쳐나는 시대임에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며 "외로움과 고립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보건·교육·노동 시스템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외로움은 모든 연령대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10~20대 청소년과 저소득국가 국민에게 더 두드러진다. 13~29세 인구 중 약 17~21%가 외로움을 느꼈고, 저소득국가에서는 인구의 약 24%가 외로움을 경험했다. 이는 고소득국가의 11%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WHO 위원회 공동 의장이자 아프리카연합 의장 자문관인 치도 음펨바는 "기술이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지만, 오히려 청년층은 더 외로워지고 있다"며 "디지털 접근부터 보건, 교육, 고용 정책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연결을 중심축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소수민족 등은 사회적 차별과 제도적 장벽으로 인해 더 큰 고립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로움은 단지 '감정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외로운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배 높고, 학업 성취도는 22% 낮으며, 고용 안정성과 임금 수준도 하락한다. 노인 3명 중 1명, 청소년 4명 중 1명이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커뮤니티 차원에서도 연결의 밀도는 중요하다. 사회적 유대가 강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범죄율이 낮고, 재난에도 더 회복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WHO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손실이 수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WHO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국가 차원의 정책 설계 ▲연구 및 데이터 축적 ▲지역사회 개입 프로그램 확대 ▲글로벌 '사회적 연결 지수' 개발 ▲공공 캠페인 및 인식 제고 등 다섯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지역사회 기반의 공공 공간(공원, 도서관, 카페 등) 확충과 심리 지원 접근성 확대, 학교·직장 내 연결 강화 프로그램 등이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휴대폰을 내려놓고 대화에 집중하기, 이웃에게 인사하기, 자원봉사 참여 등 모든 개인이 할 수 있는 소소한 실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비벡 머시 WHO 위원회 공동의장(전 미국 공중보건국장)은 "이번 보고서는 단순한 권고를 넘어, 인류가 더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연결의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WHO는 이번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사회적 연결'을 새로운 공공보건 목표로 설정하고, 정책과 제도 전반에 통합할 것을 촉구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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