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울리는 '앓는 신음'"…유통업계, 끝없는 혹한기 속 '흔들'

등록 2025.10.20 08:00:02 수정 2025.10.20 09:08:49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국내외적 경제적 불확실성 영향, 유통업계 전(全) 산업군 극한 어려움 '가중'
대형마트·이커머스·편의점 등 주요 산업 '사면초가'…"출구 전략 확보 어려워"
홈플러스 사태·세븐일레븐 희망퇴직 단행…업계 곳곳서 울려 퍼지는 '적신호'
"어려운 시기, 외국계 자본 과도한 유입 의한 국내 산업 잠식 유의할 필요성"

 

【 청년일보 】 국내 유통업계가 대내외적 경제적 어려움 속 끝이 보이지 않는 혹한기를 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업계 전반에 걸친 대규모 외국계 자본 유입과 연쇄적인 전(全) 산업군 붕괴를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전자상거래(이하 이커머스)·편의점 등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로 인해 지속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글로벌 분쟁 지속으로 대외적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지속 가능한 중장기적 경영전략 수립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통업계의 전 산업군이 공통적으로 침체하고 있다"며 "업계 전체적으로 한동안은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현상 유지'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마트 산업도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주 수입원인 소비재 등 생활용품 수요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지속적으로 이동하면서 주요 대형마트 3사 모두 영업이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심화하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주요 대형마트 3사의 매출 증감률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2020년부터 급감하기 시작했고, 2022년 2월에는 전월 대비 24%의 매출 감소율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지속돼 올해 2월 기준 매출은 전월 대비 평균 18.8%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업계 1위 이마트의 경우 작년 2천6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어렵게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롯데마트는 같은 시기 전년 동기 대비 36.2% 감소한 46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MBK파트너스로 인해 촉발한 '홈플러스 사태' 역시 어려운 업황을 표상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홈플러스는 올해 3월 4일 갑작스러운 회생 신청을 했고, 11월 10일까지 새로운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는 청산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마진율이 높은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이커머스로 빠져 나간데다, 영업시간 제한 등 법적 규제까지 겹치며 업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최근 신선식품 위주로 상품 구색을 재편하며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살리고자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당시 비대면 거래 수요를 흡수하며 급성장한 이커머스 업계 역시 최근에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압도적인 이용자 수에 기반한 쿠팡의 굳건한 1위 체제 속에, 쿠팡 이외에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하나같이 영업손실을 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세계그룹의 G마켓은 작년 6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320억원) 대비 그 폭이 확대됐고, SSG닷컴도 7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SG닷컴은 전년(-1천30억원 대비) 대비 영업손실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7년째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11번가 역시 작년 영업손실 75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영업손실(1천258억원) 보다 감소한 수치지만, 현재 11번가를 소유하고 있는 SK스퀘어는 매각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 인터내셔녈(이하 알리바바)과 설립한 합작법인 역시 어려운 이커머스 업황을 대변하는 사례로 거론된다.

 

당초 신세계그룹은 쿠팡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자사만의 견고한 이커머스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위해 G마켓을 인수하며 SSG닷컴·G마켓의 화학적 결합을 지속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지속되자 중국계 자본인 알리바바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투자업계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편의점 업계의 고전도 상당하다. 편의점 업계는 주거 지역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입지적 장점으로 인해 코로나19 확산 당시와 이후 한동안 급성장했지만, 최근 지나친 점포 확대와 내수 침체 등으로 하향세로 전환하고 있다.

 

먼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작년 2천5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0.6% 역성장했다. GS리테일의 편의점 부문인 GS25 역시 같은 시기 영업이익 1천947억원을 올렸지만, 전년 같은 시기 대비 10.9% 줄었다.

 

세븐일레븐은 2023년(-641억원)에 이어 작년에도 84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24도 영업손실 298억원을 기록하며 2023년(230억원) 보다 오히려 악화됐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어려운 편의점 업계의 업황을 대변하듯, 이달 14일 1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실적 개선을 위한 인력구조 효율화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가 냉혹한 혹한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시기에 지나친 외국계 자본, 기업 유입에 촉각을 세워야 한다는 경고를 내놓는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기업 구조 전문가는 "해외의 경우에도 견고했던 자국의 유통업체들이 차례로 무너지는 과정에는 늘 '외국계 자본' 혹은 '외국계 기업'의 본격적인 진출이 있었다"며 "외면적으로는 현상 유지가 가능할 정도로 성장했던 자국의 기업이 막대한 해외 자본에 의해 점진적으로, 혹은 일순간에 잠식당했던 사례가 있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와 추진하는 합작법인 설립은 이러한 사례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라면서도 "오히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이 한국 상륙 약 2년 만에 시장의 일정 부분을 견고히 확보하고 이를 확대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계 자본 유입이 항상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이 외국계 자본에 의해 흔들리게 된다면, 결국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을 크게 침해받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도 "유통업계, 특히 오프라인 점포 기반의 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며 "약 10년간 우리 곁에 친숙한 업체로 있었던 홈플러스가 단 1년도 안되는 시간에 일순간에 무너지고 있다는 게 우리 유통업계가 처한 냉혹한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는 사모펀드에 의한 방만한 경영, 지속 불가능한 경영전략 등이 영향을 미친 특수한 사례이지만, 부정적인 업황이 이를 가속화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즉, 경쟁업체는 물론, 편의점, 이커머스 등 여타 산업군도 언제든 특정 계기가 생기면 도미노처럼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또한 "현시점에서는 과감한 투자보다는 지속 가능한 경영권을 보장받고, 소비자의 안정적인 쇼핑 경험을 유지할 수 있는 보수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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