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퇴근 후 러닝으로 하루 스트레스를 날리며 건강도 챙기고 있습니다.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끼리 거리를 달리며 연대감도 느낄 수 있어 일석이조입니다"
퇴근 후 여유 시간에 한 러닝 모임(크루)에서 활동을 즐긴다는 한 20대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이처럼 러닝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하나의 '메가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풍토병화(앤데믹) 이후 외부 활동이 증가하면서, 접근성이 높고 가장 쉽게 입문할 수 있는 액티비티 활동인 러닝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23년 기준 러닝 크루는 전국에 약 2천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약 1천만명에 달하는 인원이 이 취미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스포츠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러닝을 여행 콘텐츠를 통해 더욱 풍성하게 채우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문현우·김경록 공동대표가 이끄는 '문카데미'다.
◆"'문화 지킴이'에서 '러닝 지킴이'로"…문카데미, '한국 런트립 성지' 거듭
문현우 공동대표(이하 대표)는 문카데미가 지난 2014년 당시 대학생 시절 전개했던 한 '세계 일주' 활동에서 기원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문 대표는 "2013년 아리랑이 중국의 동북공정 정책에 의해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며 "이때 한국의 아리랑을 세계에 알리고자 특정 기업으로부터 약 1억원을 후원받아 '세계 일주'를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자금을 기반으로 약 4개월 동안 국악 전공자들과 함께 세계 일주를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한국관광공사의 '창조 관광 사업 공모전(現 관광 벤처 사업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며 "당시 마련한 자금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첫 취지와 부합하게 '아리랑 스쿨' 공간을 조성해 운영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비대면 교육 열풍이 불며 당시 전개하던 사업의 호황기를 맞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리랑 스쿨은 전통 한국 무용 가야금 국악을 배울 수 있는 아카데미였다"며 "약 20년간 이를 잘 운영해왔지만, 코로나19 풍토병화(엔데믹) 시기가 다가왔고, 교육 역시 대면으로 급격히 전환하면서 사업에 큰 변화가 필요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문 대표는 우연한 계기로 테마 여행 사업을 시작하게 되며 '러닝'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1월 지인의 말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크리에이터와 함께 떠나는 투어'라는 프로그램을 론칭해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며 "고가의 상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찾는 소비자들과 시장이 있음을 확인했고, 이후 다양한 시도에서 유사한 성과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테마 여행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와중에 김 공동대표와 취미로 즐기던 '러닝'을 결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마침 주변에 활발히 활동하는 러닝 인플루언서가 있어 과감히 '런 트립(run trip)'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최초에는 2023년 5월 싱가포르 마라톤을 계기로 이를 본격화했고, 이후 다낭·하와이 마라톤 대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이때 러너들을 대상으로 출시한 상품이 수백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완판되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만족도도 높아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직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클투, 국내 유일 러너 맞춤형 솔루션"…"런트립 기획 전문성으로 승부"
문카데미는 세부 사업으로 ▲클투(CR8TOUR) ▲트립보드 등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클투는 국내 유일의 러너 맞춤형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러닝 대회와 여행을 결합한 전문적인 상품 기획력으로 다양한 맞춤형 여행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문 대표는 "클투는 '테마 있는 러닝'을 키워드로 한 러닝 중심의 스포츠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이라며 "크게 해외 마라톤에 참여하기 위해 떠나는 아웃바운드(국내에서 해외로 떠나는 여행) '해외 런트립' 상품이 있고, 국내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회에 참여하는 '국내 로컬 런트립' 상품 등이 있다"고 부연했다.
문 대표는 클투에서 다른 여행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색 있는 러닝 여행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면서, 그 대표적인 예시로 '대전 빵지순런'을 소개했다.
그는 "서울에서 버스 3대에 러너들을 가득 태우고, 대전에 도착한 뒤, 각 러닝 팀에 미션을 줘서 수백 개의 대전 베이커리를 방문하는 내용으로 여행 콘텐츠를 구성했다"며 "당시 이 러닝 코스는 기존에 마련돼 있던 코스가 아니라, 직접 기획·개발한 경로로, 러너들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어 만족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문 대표는 이 외에도 국내 다양한 로컬 런 트립 상품을 위한 자체 러닝 코스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코스가 개발되지 않은 경주·포항 등 다양한 국내 지역에서 러너들이 좋아할 경로를 발굴하고, 또 이에 '비치코밍(러닝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 등의 액티비티를 결합해 콘텐츠의 흥미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와 같이 도메스틱(국내 수요)·인바운드(해외에서 국내로 진입하는 여행) 상품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클투는 개성 있는 러닝 여행 콘텐츠뿐만 아니라, '엔드 투 엔드 저니(End-to-End Journey)'를 기치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 역시 특징이다. 러닝을 단순 이벤트가 아닌 '훈련·참가·회복' 등 전주기적 케어가 필요한 액티비티로 인식하고, 이를 충족하는 콘텐츠를 통해 러너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전 트레이닝 세션·케어 프로그램을 연계해 러닝 이전 러너의 사전 준비를 돕고,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러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페이서 지원, 런포토 촬영 등을 제공해 러너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러닝 세션 이후에는 회복 프로그램과 러너 커뮤니티 조성 지원을 통해 지속 가능한 러닝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여기에 문카데미는 클투를 통해 러닝 이벤트 운영과 대행 서비스 역시 제공하고 있다. 올해 역시 지방자치단체와 사기업의 러닝 행사를 대행하며 다양한 기업 및 정부 간 거래(이하 B2G)·기업 간 거래(이하 B2B)를 성사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문카데미는 트립보드 사업 역시 전개하고 있다. 트립보드는 소규모 업체 대상 BTMS(Business Travel Management System)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LG 레드 캡, 신라 BTMS 등 대기업 중심의 서비스가 존재했다면, 문카데미는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 등 60여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차별화 지점을 두고 있다.
문 대표는 "엑셀러레이터 등의 업체가 트립보드를 많이 찾아주고 계신다"며 "아무래도 문카데미가 스타트업이다 보니, 스타트업 업태와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와 노하우가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문카데미는 누적 팔로워 7만명에 이르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 채널을 통해 SNS, 인플루언서 기반 브랜드 캠페인과 콘텐츠 마케팅을 통해 광고 수익을 지속 창출하고 있다.
문 대표는 "특히 인스타그램은 러너들이 즐길 수 있는 매거진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월평균 1만명씩 팔로우가 증가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러닝, 일시적 트렌드 아닌 '문화'로 자리할 것"…"클투만의 'IP' 형성이 목표"
문 대표는 문카데미가 집중하고 있는 러닝 여행 사업이 트렌드에 편승하는 일시적 사업 경향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카데미와 클투가 코로나19 이후 활발해진 국내의 러닝 트렌드와 부합해 크게 성장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트렌드가 수년이 되면 메가 트렌드가 되고, 메가 트렌드가 또다시 수년이 이어지면 문화로 자리하게 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1970년대부터 이어진 미국 뉴욕 마라톤은 5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되면서 뉴욕을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 현상을 자리하게 됐다"며 사례를 소개했다.
여기에 더해 "또한, 러닝이라는 액티비티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지속 가능할 것"이라며 "봄·여름·가을·겨울 계절과 관계없이 러너 자신이 목표한 대회에서 원하는 기록을 이루는 게 러너들의 기본적인 목표이자 궁극적인 성취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누군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늘 1등만을 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러닝은 자신이 종전 기록보다 1분을 더 빨리 뛰든, 1초를 더 빨리 뛰든, 페이스를 높여 못 달려본 거리를 달려 완주하는 데 그 성취감이 있고, 모든 참가자들이 매달, 티셔츠 등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피니셔 상품'을 받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문 대표는 "러닝의 태생 자체가 자신 스스로와의 끊임없는 도전에 있기에 이 액티비티 역시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고, 이에 따라 클투도 '클러너스(클투를 이용하는 러너를 지칭하는 단어)'와 함께 러닝 여행 상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지속 전개할 것"이라며 "트레일 러닝과 같은 전문 러닝 분야를 위한 콘텐츠 마련에도 힘쓸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추후에는 테니스·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 영역으로 관련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싶다는 목표도 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현재 사업에서 더 나아가 클투만의 독보적인 지적재산권(이하 IP)을 형성하는 것 역시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다양한 스포츠 액티비티 IP를 소유한 업체로는 해외의 '아이언맨 그룹'을 꼽을 수 있다"며 "이 업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부터 필리핀 마닐라 등을 순회하며 콘서트를 열며 '락앤롤', '락앤롤 시리즈'와 같은 다양한 IP를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들과 같이 클투 역시 다양한 자체 스포츠 액티비티 IP를 보유한 국내 대표 플랫폼으로 올라서고 싶다"고 강조했다.
◆"2025년 BEP 달성 성공"…'하나투어' 투자 유치로 사업 실현 가능성↑
클투와 트랩보드를 핵심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문카데미는 수익적 측면에서도 성공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기준 약 2억3천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24년 약 5억8천만원으로 성장했고, 올해는 약 15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문카데미는 손익분기점(BEP)를 넘어서며 사업의 안정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문카데미는 내년 매출 50억원을 목표로 자신감 있게 사업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클투가 제공하는 다양한 러닝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도 1천명을 넘어섰다. 또한, 여행 상품을 직접 기획 및 운영한 사례도 30회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윤 창출의 핵심인 B2B, B2G 행사 수주액도 5억을 초과했다.
이와 같은 성과에 힘입어 문카데미는 최근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로부터 전략적 투자(SI)를 받는 데 성공했다. 하나투어는 이를 통해 클투의 2대 주주에 올랐다.
하나투어와 클투는 공동 상품 기획 및 판매로 수익 극대화와 고(高)관여 고객 유입을 도모할 계획이다. 또한, 하나투어의 글로벌 인프라(항공, 호텔, 현지 투어)와 클투의 글로벌 마라톤 ITP, 러닝 기반 커뮤니티 및 콘텐츠를 결합해 차별화된 러닝 여행 상품을 선보인다.
실제 이달 말 하나투어는 클투와 공동 기획 및 개발한 러너 대상 베트남 다낭 여행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후에도 양사는 긴밀한 협업 속 다른 지역에서의 '러너 테마 여행 상품'을 지속 출시할 전망이다.
문 대표는 "하나투어와 같은 전통적 여행 업체들도 앞으로는 테마성 있는 상품이 업계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목적성'이 명확한 테마 상품, 그중에서도 러너를 위한 테마 상품 개발에 클투의 전문성과 하나투어의 인프라를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더 나아가 빠르면 내년 시리즈 a 라운드에 도전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더 지속 가능하고, 확실한 수익 모델과 역량을 기반으로 차기 라운딩에 나설 것"이라며 "실제 벤처캐피탈(VC)에서 더 인정할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을 때 시리즈 a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러닝 통한 '자체 스포츠 유니버스' 구축할 것"…"여행 산업에 지속 투자·관심 당부"
문 대표는 문카데미가 러닝 콘텐츠를 통해 자사만의 '스포츠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포츠 투어리즘의 글로벌 가치는 현재 추산으로도 약 800조원에 이른다"며 "이와 같은 시장에서 문카데미가 0.1%라는 수치라도 점유할 수 있다면,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독보적인 업체로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카데미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스포츠 투어리즘 전문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강력하고 개성 있는 IP 확보와 클러너스의 지속적인 성원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문카데미의 클투가 단순히 시장에서의 성공 뿐만 아니라, 일반 러너들에게도 러닝에 대한 다양한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는 '소통 창구'로도 역할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그는 "러너를 위한 다양한 정보성, 흥미성 이벤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러너 프렌들리'한 업체로 소비자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 대표는 인공지능(이하 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인적 자본이 기반이 되는 여행 산업에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당부도 남겼다.
문 대표는 "여행 산업은 현시점을 대표하는 개념인 'AI 시대'라는 용어와 달리 '인간'의 세심한 배려와 고민이 필요한 독특한 산업"이라며 "여전히 공동대표와 함께 직접 고객들을 해외로 인솔하며 스케줄 하나하나를 소화하며 상품을 운영하는 것과 같이, 인간의 진정성이 녹아있어야 성장이 가능한 산업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기조가 AI 등 첨단 산업의 발전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는 공감하지만, 인적 자본이 필수적인 여행 산업에도 국가와 사회가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문 대표는 다음과 같은 말과 함께 청년일보와의 인터뷰를 마쳤다.
"문카데미와 클투가 러닝을 기반으로 다른 영역의 스포츠 액티비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한국의 일반적인 생활 체육인들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회사로도 알려지고 싶습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