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까지 따라간다...警, '신정동 연쇄살인범' "20년 만에 검거 성공"

등록 2025.11.21 13:58:14 수정 2025.11.21 13:58:14
안정훈 기자 johnnyahn@youthdaily.co.kr

당시 '건물관리' 60대 남성
'엽기 토끼 사건'과는 무관

 

【 청년일보 】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1일 브리핑을 열고 장기 미제로 표류 중이던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A(범행 당시 60대 남성)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이후 20년 만에 밝혀진 것으로, 경찰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망자의 DNA까지 확보해 대조하는 등 끝까지 추적한 결과다.

 

2005년 6월과 11월 양천구 신정동 주택가 골목에서는 20대 여성과 40대 여성이 5개월 간격으로 변사체로 발견됐다.

 

두 여성은 목이 졸려 숨졌고 머리에는 검은 비닐봉지를 쓴 채 쌀 포대나 돗자리에 끈으로 묶여 있었다.

 

전담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8년간 수사를 이어갔지만,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사건은 2013년 미제로 전환됐다.

 

재수사는 2016년 서울경찰청이 미제사건 전담팀을 신설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신정역 일대 유사 사건과 방송 제보 등 다양한 첩보를 검토하며 사실관계 검증에 나섰다.

 

2016년과 2020년에는 국과수에 현장 증거물 재감정을 의뢰했으며, 그 결과 속옷과 노끈 등 1·2차 사건 증거물에서 동일한 DNA가 확인돼 두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임을 확정했다.

 

경찰은 두 사건 모두 피해자 시신에서 모래가 발견된 점에 착안해 2005년 서남권 공사 현장 관계자, 신정동 전·출입자 등 23만여명을 수사대상자로 선정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1천514명의 유전자를 채취·대조했다.

 

범인이 조선족일 수도 있다는 판단에 중국 국가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는 등 국제공조 수사까지 벌였으나 일치하는 DNA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사망자로 대상을 확대해 사건과 관련성 있는 56명을 후보군에 올린 뒤 범행 당시 신정동의 한 빌딩에서 관리인으로 근무한 A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양천경찰서 기록보관실을 재수색하다가 한 바인더에서 A가 강간치상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A는 이미 2015년 사망 후 화장 처리돼 유골 확보가 불가능했다.

 

경찰은 A가 생전 살았던 경기 남부권 병의원 등 40곳을 탐문 수사하고 이 중 한 병원에서 보관하고 있던 A의 검체를 확보했다.

 

이에 대한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범인과 일치'였다. 미제 사건의 범인이 특정된 순간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A가 근무하던 빌딩을 찾았다가 그에게 붙잡혀 지하 창고로 끌려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확인됐다.

 

A는 범행 후 노끈과 쌀 포대 등으로 시신을 묶어 인근 주택가에 유기했다.

 

한편 이 사건은 비슷한 시기 발생해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됐던 이른바 '엽기토끼 살인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은 2006년 5월 신정동 인근 다세대주택으로 끌려갔다가 가까스로 도주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여성이 피신하기 위해 숨은 2층 계단에서 엽기토끼 스티커가 부착된 신발장을 봤다고 증언하면서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은 '엽기토끼 살인 사건'으로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2006년 5월 당시 A는 이미 강간치상 혐의로 수감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장소와 시기가 비슷해 혼동이 있었으나 두 사건은 동일범 소행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A가 이미 사망한 만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적한다'는 각오로 범인의 생사와 관계 없이 장기 미제 사건을 끝까지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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