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시중은행들이 ‘대출절벽’에 본격적으로 직면했다. 하나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까지 올해 실행분 주택 구입 목적의 신규 대출 접수를 잇달아 중단하면서 연말 이사를 준비해온 실수요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은 나머지 대형은행들도 조만간 잇따라 대출창구를 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대면 창구 기준 24일자, 비대면 채널 기준 22일자로 올해 안에 실행되는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전면 제한했다.
타행대환 대출(주담대·전세·신용대출)과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KB스타 신용대출 Ⅰ·Ⅱ도 같은 날부터 중단됐다. 다만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은 연내 실행 건에 한해 접수가 가능하다.
하나은행도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의 올해 실행분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지난달 20일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접수를 먼저 막은 데 이어, 이번에는 영업점 접수까지 차단한 것이다.
일부 비대면 주담대는 아직 소량의 한도가 남아 있으나 “이마저도 수일 내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우리은행·신한은행 역시 총량관리 규제로 올해 배정된 가계대출 한도를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이 사실상 올해 영업을 마감한 상태”라며 “총량 규제 강화로 취급 가능한 한도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이번 조기 영업 중단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첫 강력 규제인 6·27 대출대책의 영향이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
해당 대책은 올 하반기부터 금융권 대출 총량을 기존 대비 50% 수준으로 낮추도록 했고, 금융권은 그 결과 10조~20조원 규모의 대출 여력이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은행권에서만 약 3조6천억원의 총량이 감소했다.
6·27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인 데 이어, 10·15 대책에서는 주택 가격 구간별로 2억~4억원까지 한도를 추가 축소하면서 주택 구입 능력은 사실상 크게 제약됐다. 여기에 총량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은행들이 대출창구를 조기에 닫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하지만 실제 주택 시장은 규제 기조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월 셋째 주 0.20% 상승, 4주 만에 오름폭을 다시 확대했다.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으로 거래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수도권 핵심 도심의 구조적 공급 부족 우려가 가격을 떠받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매수 여력은 떨어졌지만, 공급 부족 심리와 전월세 부담이 집값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며 “이사·내집마련 수요는 올해가 아닌 내년 초 이후로 대거 이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