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줄고, 건보재정 악화까지"…제약업계, 약가제도 개편 ‘모순’ 끌탕

등록 2025.12.03 08:00:00 수정 2025.12.03 08:01:10
김민준 기자 kmj6339@youthdaily.co.kr

건정심, 약가제도 개선안 논의…제네릭·특허만료약 약가 오리지널比 40%대 인하
제네릭 최초 등재 시 일률적 가산 폐지·계단식 인하 강화·다품목 등재 관리 등도 제안
제약업계 "약가제도 개편, 제약·바이오산업 발전 저해…업계 의견·실효성 확보 필요"

 

【 청년일보 】 정부가 제네릭 중심의 제약산업 구조를 신약 개발 중심으로의 전환 및 건강보험 약품비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40%대로 인하하는 등 ▲약가 산정체계·가산 개편 ▲계단식 인하 강화 ▲다품목 등재 관리 등이 담긴 ‘약가 관리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제약업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으로,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퍼스트 제네릭 확대로 인해 약가 관리 합리화 취지와는 반대로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약가제도 개선방안은 높은 제네릭 약가로 인해 국내 산업계가 신약 개발보다 제네릭에 집중하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약가 관리 합리화’ 방안이 포함됐다. 계단식 약가 인하 등에도 불구하고 품목 수 난립과 그에 따른 비가격 경쟁 심화로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초래되는 것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첫째로 제네릭 및 특허 만료 의약품 약가 산정률을 우리나라와 의료보험체계·약가제도 유사한 일본·프랑스 사례를 고려해 오리지널 대비 ‘53.55%→40%대’로 인하한다. 자체 생동시험 자료 제출 여부와 식약처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 여부 등의 기준 미충족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가의 40%대를 100%로 치환한 금액의 80%만 받게 된다.

 

또한, 기 등제 약제도 기준금액 산정 후 40%대 수준으로 순차적으로 약가를 인하한다. 기준금액은 동일 제제 내 최고가(가산 제외) 53.55%로 간주 후 100%로 환산한 금액이다.

 

2012년 약가제도 개편 이후 약가 조정 없이 최초 산정가(오리지널比 53.55%)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약제를 대상으로 우선 추진되며, 성분별로 기준금액 대비 약가 수준과 등재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 조정을 추진한다.

 

둘째로 동일 제제 11번째 품목 등재 시부터 퍼스트 제네릭이 산정된 약가에서 5%p씩 감액한 약가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계단식 인하’를 강화하며, 제네릭 최초 등재 시의 일률적 가산은 폐지한다. 단, 개량신약·개량신약복합제·바이오시밀러 대상 산정·가산 제도는 현행 유지한다.

 

셋째로 다품목 등재 관리를 추진한다. 최초 제네릭 진입 시 경쟁 과열 방지를 위해 10개 이상 제품 등재 시 계단식 약가 인하에 준하는 산정 기전을 적용한 뒤, 등재 후 1년 경과 시 11번째 품목의 약가로 일괄 산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복지부는 “이번 종합적 개선안을 통해 우리의 약가 제도를 주요국 수준으로 선진화해 약품비 부담은 경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복지부의 기대와 달리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약가 관리 합리화’ 방안의 모순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약가 조정을 통해 국민의 약품비 지출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방안이라고 보기에는 오히려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고갈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으며, 중소 규모 제약사들에게 불리해 보이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최초 등재 시의 일률적 가산 폐지 ▲계단식 인하 강화 ▲다품목 등재 관리 등 대해 통칭 ‘퍼스트 제네릭 확대안’이라고 평하며 비판했다.

 

동일 제제 11번째 품목 등재 시부터 퍼스트 제네릭이 산정된 약가에서 5%p씩 감액한 약가 부여와 최초 제네릭 진입 시 10개 이상의 제품이 등재되면 계단식 약가 인하에 준하는 산정 기전 적용하고 등재 후 1년 경과 시 11번째 품목허가를 획득한 제네릭 약가로 일괄 산정하겠다는 내용은 퍼스트 제네릭 의약품을 10개로 늘리겠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발표된 ‘퍼스트 제네릭 확대안’대로라면 사실상 퍼스트 제네릭 의약품이 ‘10개’로 늘어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퍼스트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약가 우대 및 보호기간(독점기간)을 보장하는 것을 고려하면 ‘퍼스트 제네릭 확대안’ 실현 시 퍼스트 제네릭 우대 비용 대비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 절감이 반감될 가능성이 크며 오히려 건강보험 지출이 증가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네릭 약가를 40%대로 인하하는 내용의 ‘약가 관리 합리화’ 방안은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위탁개발생산기업(CDMO)과 비급여 의약품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제외한 국내 제약기업 100곳의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4.8%에 그치고 순이익률은 3%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약가 산정기준을 개선안대로 대폭 낮출 경우 기업의 R&D 투자와 고용을 위한 핵심 재원이 줄어들어 ▲신약 개발 지연 ▲설비 투자 축소 ▲글로벌 경쟁력 후퇴 등으로 이어진다면서 산업계의 의견 수렴과 면밀한 파급 효과 분석을 바탕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함을 제언했다.

 

더불어 약가가 원가 수준으로 낮아지면 제약사는 저가 필수의약품 생산을 가장 먼저 축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수입 의존도 증가 ▲필수의약품 공급 차질 ▲품절 리스크 증가로 이어져 끝내 ‘의약품 공급망 안정성’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될 가능성이 높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약가를 기존보다 더 낮게 인하하는 것은 제약사 입장에서 수익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라면서 “신약 개발 자금 자체를 끊어버렸는데 누가 신약 개발을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해외에서는 약가를 깎는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적인 육성 계획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게 조세를 비롯한 지원 등을 확대하는 추세”라면서 “약가를 인하한다면 그에 걸맞는 지원책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한탄했다.

 

이어 “하다못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대응·준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적응기간을 마련해주었어야 한다”면서 “산업계와 충분한 소통 없이 갑작스럽게 이런 결정을 내린 계기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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